[한겨레] “남자는 하늘” 이러고도…스쿨미투 교사 73% 아직 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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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하늘” 이러고도…스쿨미투 교사 73% 아직 교단에

정치하는엄마들, 2018년 스쿨미투 처리현황 분석
징계대상 48명 가운데 33명은 여전히 교단에 남아

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하는 등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2019년 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하는 등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2019년 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2018년 제기됐던 ‘스쿨미투’(교원이 가해자, 학생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학교와 교육당국의 부실한 대처로 말미암아 당시 징계대상이었던 교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교단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9일 서울시교육청의 ‘2018년 스쿨미투 가해교사 징계현황’을 공개하고, “2018년 스쿨미투가 발생했던 서울 지역 23개 학교의 가해교사 48명 가운데 35명이 여전히 교단에 서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당시 가해자·피해자 분리 등 기본적인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서울시교육청과 2년 동안 소송을 벌인 끝에 공개된 현황을 보면, 2018년 당시 48명이 스쿨미투 가해교사로 징계대상에 올랐으나 감사를 거쳐 파면(3명), 해임(8명), 계약해지(2명) 등으로 교단을 떠난 교사는 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교사 35명은 대체로 정직(11명), 견책(10명), 감봉(7명) 등의 처분을 받았고, 징계가 아닌 행정상 조처인 주의 처분을 받은 교사가 4명,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은 교사도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스쿨미투로 폭로된 심각한 언어 성폭력에 대해 학교와 교육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하여 ‘솜방망이’ 징계만 받고 교단에 남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솜방망이’ 징계 처분을 받은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말과 행동으로 스쿨미투 대상이 됐는지도 살폈다.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은 ㄱ고 교사의 경우 “가슴은 충분히 크니까 다이어트할 때 가슴살 안 빠지게 잘해야 한다. 여자는 가슴이 매력”, “여러 겹 껴입어야 강간이나 성폭행을 당할 때 더 안전하다” 등의 발언을 해 가해교사로 지목됐다. ㄴ고 교사 2명은 주의 처분을 받았는데, 이들은 “내가 열 달 동안 생리 안 하게 해줘?”, “남자는 하늘이니 여자는 수발이나 들어라” 등의 발언을 하고 학교에서 성착취물을 봤다는 이유로 징계대상에 올랐다. “여자니까 몸 팔면 되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ㄷ고 교사 역시 주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2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사진은 정치하는엄마들이 만든 ‘스쿨미투 전국지도’ 펼침막.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2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사진은 정치하는엄마들이 만든 ‘스쿨미투 전국지도’ 펼침막.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ㄹ고에서는 “사복을 입으려면 돼지증을 받아라”, “너네가 기쁨조다”, “여자는 집안일을 하기 위한 존재”,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 등 여러 건의 언어 성폭력이 고발돼 교사 4명이 징계대상에 올랐으나, 이들은 당시 별다른 조처 없이 계속 교단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다수 교원 연루로 수업 결손 방지를 위해 직무배제를 안 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3명이 각각 정직, 감봉, 견책 조처를 받았고, 1명은 퇴직했다는 이유로 아무 처분도 받지 않았다.

ㅁ고에서는 무려 교사 8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으나, 졸업생이 고발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직무배제 등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처는 없었다. 이 학교에서는 여러 교사들에 대해 학생의 가슴, 엉덩이 부위를 치거나 “(교복 재킷을 들추며) 나는 네 속이 궁금해”, “다리 오므려라, (성기) 냄새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고발이 제기된 바 있다. 8명 가운데 3명이 각각 파면, 해임, 계약해지 처분을 받았으나, 1명은 정직, 4명은 견책 처분에 그쳤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미성년자에 대한 언어 성폭력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로 형사처벌 대상인데, 수사기관에 신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이 개별 사안을 학교에 맡겨놓고 현황 파악조차 안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아동복지법을 위반해 수사받는 교원을 직위해제한다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발의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해당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원형 기자 [email protected]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81141.html#csidx819977ea76b447bbe7a3c3dccc608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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