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라인 수업 화면 넘어 (최미아활동가)

온라인 수업 화면 넘어

교육 /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 2021-02-27 00:00:39

시민교육

밤과 낮의 수면 습관이 바뀐 지 오래다. 공원 산책이라도 하고 오는 날이면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든다. 갖은 미끼를 던져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이나 야구라도 하고 온 날이면 좀 더 일찍 잠들기도 한다. 이제는 늦은 아침 혹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 잠에서 깨는 달콤함을 알아버렸다. 학교를 다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느긋한 아침 겸 점심 식사가 익숙해지고 있다. 식사를 서둘러도 이후에 딱히 할 일이 없으니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놀이를 천천히 하다 보면 저녁이 된다. 밤이 선사하는 고요와 어둠을 즐기게 됐다. 한 날은 어르고 달래서 도서관을 데리고 갔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해보겠다고 도서관을 올라가는 오르막길 아래에 아이를 내려주고 걸어 올라가라고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달리는 아이. 뛰어노는 본능을 찾은 모습이었다. 외출 전 침대에 누워 무기력한 모습으로 나가기 귀찮다던 그 아이가 맞나 싶었다. 

11세 동거인의 코로나19가 겹친 방학 생활이다. 학원이나 학습을 강제하지 않으니 주어진 자유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낮 시간의 대부분을 밖에서 생활할 아이가 집안에서 유배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나마 꼬박꼬박 시간 맞춰 해야 할 온라인 수업이 없음을 위안으로 삼고 있는 눈치다. 다행히 방학 숙제도 없다. 지켜 보는 입장에선 속 터지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울산에 코로나19 감염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포기하는 일이 느는 삶이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방안에서 보낸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한 방송을 유튜브나 브이라이브(V LIVE)를 통해서 본다. 인스타그램(온라인 사진 및 비디오 공유 어플리케이션)과 트위터(회원들끼리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게시물을 수시로 확인한다. 간혹 이야기하는 ‘친구’는 알고 보니 ‘트친’(트위터 친구)이다. 연예인 팬클럽 회원들과 희귀 굿즈(연예인 또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파생 상품)를 우편으로 주고받으며 ‘대면 친구’를 대신한 소통 공백을 메우고 있다. 간간이 EBS 인터넷 강의도 듣는다. 전체 미디어 사용 시간으로 따지만 인강 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15세 동거인의 방학 생활이다. 아이에게 주어진 스마트기기는 휴대폰 뿐이고 온라인 수업과 학습 공백을 메울 인강을 듣게 하려면 사용을 제한하기에도 어려운 노릇이다. 이러다 혼자 노는 데 익숙해지지 않을까. ‘휴대폰으로 노는 것도 나쁘지 않네’ ‘귀찮게 친구 만나러 나가야 하나?’ ‘굳이 친구를 사궈야 하나?’로 생각이 옮겨가진 않을까. 미디어 시대 양육자로서 타당한 고민을 한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가 100이라면 100가지 다른 모습의 고민이 따른다. 대체로 감염의 우려, 줄어든 운동량, 스트레스 및 정서적 불안, 사회성, 가정 내 돌봄, 학습 결손, 미디어 노출 시간 증가 등을 걱정하지만 그 안에서 가정마다 일어나는 충돌과 고민은 훨씬 다양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 내 주 양육자가 존재할 경우 발생하는 고민이다. 

전국에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아동은 12만4000명.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의 66%가 편의점과 제과점(2020년 10월 5일자 최혜영 국회의원 보도자료 참고)이니 취약계층 아이들 상당수가 편의점에서 주로 끼니를 때운다. 지역 평균 단가 5400원으로 하루 두 끼를 해결하려면 편의점 안에서 도시락은커녕 ‘2+1 행사 상품’ 중 컵라면, 빵, 우유 등으로 끼니를 해결할 것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학교에서 대여받은 태블릿PC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 화면에 비친 얼굴 너머 학습권과 주거권을 지키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도시락을 전달하는 전주시의 ‘엄마의 밥상’ 사업, 서울에 이어 부산의 ‘아동 주거빈곤 지원 조례’ 등이 떠오른다.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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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m.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618573708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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