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연세대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까닭
연세대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까닭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사람은 홀로 모든 일을 해내기 어려워 공동체를 이뤘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 대학이라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대학 캠퍼스 안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 학생·교수·교직원, 그리고 학교를 관리하는 노동자들이다.
올해 3월부터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노조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와 지방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용역업체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청인 용역업체들이 권고안을 거부한 이유는 원청인 학교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들으면 놀라게 된다. 너무 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퇴사자 공석에 신규채용 3가지다. 올해 최저임금이 440원 올랐고, 내년에는 여기에서 460원이 더 오른다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늘 최저임금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볼 때 이들의 시급인상 요구수준은 결코 과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소소하다. 겨우 440원 인상이다. 연세대의 누적적립금은 5천800억원가량이라고 한다. 노동자들의 나머지 요구사항인 샤워실 설치, 퇴사자 공석 신규채용의 경우 통상적인 사업장이라면 당연히 보장하는 필요최소한에 불과하다. 종일 실내외에서 육체노동을 하고 냉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건물 한쪽 구석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학교는 지금까지 샤워실 하나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퇴사자의 공석을 메우지 않는다면 결국 한 사람이 학교 전체를 다 청소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수년째 퇴사자 공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노동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점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부당하게 착취하는 것으로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노조는 캠퍼스 안에서 학교를 상대로 쟁의행위를 하게 됐다. 우리 대법원은 하청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노무제공 장소가 원청의 사업장이라면 그곳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노조는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정당한 목적과 평화집회라는 정당한 수단으로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음이 수업을 방해한다며 학생 3명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죄 형사고소를 하고 민사손해배상 청구까지 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들 학생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다. 이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소박한 마음인 것이고 사실 미안해 해야 할 주체는 학교다. 노동자들을 지나치게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정당한 요구를 이유 없이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수십 년째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진짜 사장’이 증발한 상태에 있다. 용역업체에 요구를 하면 ‘우리는 학교에서 내려주는 돈으로만 운영을 하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고 하고, 학교에 요구를 하면 ‘우리는 법적인 사용자가 아니니까 업체에 가서 말하라’고 한다. 책임 떠넘기기 핑퐁판 위의 하청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다행히 학생들 대다수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학생 3명의 고소 이후 학생 3천명 이상이 청소노동자 지지선언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노학연대의 정신은 아직 살아 있다. 극소수 학생의 일탈행위가 언론에서 과잉 대표된 경향이 있다.
동문 법률가들은 위 고소 및 손배 청구 사건에 법률조력을 시작했다. 노동자에 연대하는 마음의 적극적인 표현이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을 공격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는 이 학생들도 결국 대화를 통해 공동체로 포용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법원은 유사 선례에 따라 정당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2006년 한국외대에서 학생들이 학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손배 청구를 한 사건에서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청구를 기각했다(서울북부지법 2007. 11. 14. 선고 2006가합10716 손해배상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8. 9. 12. 선고 2008나3017 손해배상 판결, 미 상고 확정).
“우리 헌법이 노사관계에 있어서 실질적 평등을 확보함으로써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자 노동 3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점과 노동 3권의 행사는 어느 정도 사용자나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으며, 제3자에 대해서는 계약관계가 있는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임을 고려하면, 쟁의행위로 인한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의 인정은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즉 쟁의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인 점, 본질상 제3자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밖에 없는 점, 수인한도 범위 내에서는 참아야 하는 점, 제3자의 불편함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는 점 등이 요지다.
이번 연세대 청소노동자 사건을 통해 위 확립된 판례내용과 헌법정신에 대해 학생 사회 및 사회 일반이 다시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식이 무엇인지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이어지기를 또한 기대한다. 우리는 모두 상대적 약자다. 잠재적인 권리침해 피해자다. 그래서 나 또한 언제 쟁의행위를 할지, 집회시위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를 위해 참고 힘을 모아야 한다. ‘불편함의 품앗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연대의식이다.
대학이 단지 학원이나 취업준비 장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식인으로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보다 넓은 시야를 갖추고 타인에 공감할 줄 아는 교양을 키우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매일노동뉴스/ 기고 류하경 변호사] 기고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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