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분홍, 파랑’ 노트에도 성별이 있다?

프로젝트

남아용·여아용 노트 존재

최근 남녀표기 사라져…선택은 소비자 몫

[금강일보 김지현 기자]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동네 문구점에는 각종 필기도구와 노트를 구매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던 기억이 난다. 보기 좋게 진열된 학용품들은 어린 시절을 충분히 설레게 만들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늘 가방 속에 소중히 넣어 다니던 학용품들은 유난히 파란색과 분홍색 계열의 디자인이 많았다. 특히 인기 캐릭터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노트들이 그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배경의 노트를 선택했다. 노트에 성별이 있기라도 한 걸까.

얼마 전 편지지를 구매하기 위해 대형 팬시용품점을 방문했다. 각양각색의 학용품과 사무용품이 정리돼 있는 가운데 유달리 눈길을 끄는 코너가 있었다. 노트가 놓여있는 선반이었다. 알림장부터 일기장, 국어·한문까지 다양한 종류의 노트가 사용 목적과 교과목별 용도에 따라 구분돼 있었는데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은 어린 시절 늘 봐왔던 것처럼 노트가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따로 나뉘어 진열돼 있던 점이다. 초등 저학년들의 노트가 놓여 있는 곳은 색상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속은 같으나 겉이 다르다. 용도에 맞게 제작된 만큼 속지는 하얀 종이 위에 검은 줄이 똑같이 그려져 있었다. 반면 표지는 색상과 캐릭터 디자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남아용은 파란색 바탕에 자동차와 우주선, 로봇 등이, 여아용은 분홍색 배경에 공주, 각종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들로 가득 차있다. 이는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아용 노트를 검색하면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인 학용품들이, 여아용 노트를 찾아보면 분홍색 디자인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요즘 색상과 디자인만으로 남녀를 구분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돼 온 남녀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살펴보면 노트에는 성별이 없다. 정확히 설명하면 최근 남녀표기가 사라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아용·여아용 노트로 구분됐지만 지난 2020년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어린 영유아들이 사용하는 물품에 남녀에 대한 고착화된 인식을 불어넣는 것은 옳지 않음을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영·유아 물품에 성차별적 성별 구분을 시정해 줄 것을 진정하면서부터다. 결국 지난해부터 생산된 각종 문구용품에는 남녀표기 문구가 사라졌다. 오랜 시간 남녀에 따라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구분 짓는 구매자들의 고정관념만이 녹아있을 뿐이다.

 

한 대형 문구 브랜드 관계자는 “주로 초등 저학년들은 가방을 비롯한 신발, 옷과 마찬가지로 노트에도 색 선호도에 따라 남녀구분 표기를 했었다. 물론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에 따라 디자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여아를 타깃으로 하는 디자인과 남아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시중에는 2년 전 판매하던 제품도 섞여 있을 수 있는데 현재는 별도로 남아와 여아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남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색 구분에 대한 의도는 있지만 선택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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