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현장반응 들어보니…
보육지부·정치하는엄마들 ‘찬성’...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전교조 유치원위원회 ‘반대’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저는 사립유치원 원생 부모입니다. 저희 아이가 처음 입학한 곳은 국공립유치원이었습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하게 된 입학에 기쁨이 컸습니다. 하지만 입학한 지 4개월쯤 지날 무렵 같은 반 아이가 때린다고 했습니다. 뺨도 때렸다고 합니다. (…) 저희 아이는 유치원을 그만두고 놀이치료를 받았습니다. 확인할 길이 없고 내가 왜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서 이런 일을 겪게 했을까 가슴을 치며 웁니다.”
유치원 학대 피해아동 양육자 임수정 씨의 말이다. 5일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유치원 교실 내 CCTV 의무화법, 즉시 통과하라!” 기자회견에서 임 씨는 “일이 터지면 교사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부모가 원망스럽고 사기가 떨어진다고 CCTV 설치를 반대하지만 피해아동의 입장에서는 당장 아이가 맞고 들어와서 자해하는 것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임 씨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CCTV밖에 없다”면서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안전한 시스템, CCTV 설치에 동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 비율은 어떨까. 김병욱 국민의힘 국회의원실(경북 포항남구울릉군)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전국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 비율은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국립의 경우 CCTV가 설치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으며 ▲공립의 경우에도 4.98%로 설치율이 저조했다. 반면 ▲사립의 경우는 87.91%로 설치율이 높았다.
◇ CCTV 설치 찬성 “아동학대 의심 시 CCTV가 교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설치를 찬성하는 쪽에서도 CCTV 설치 목적에 맞게 안전장치나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어린이집.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린이집도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안전사고나 아동학대 의심 시 오히려 CCTV가 교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교사의 인권침해와 사생활침해라는 의견도 있지만 CCTV 설치 목적은 영유아의 안전이 우선인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면서도 “다만 일부 원장들과 학부모들이 CCTV 본래 목적이 아닌 근태 감시 및 괴롭힘의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 지부장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가 이 같은 악용 사례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같은 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치원 CCTV 의무 설치와 관련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공동대표는 “최근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사건, 사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어린이집 내 CCTV가 설치돼 있어 드러난 것이다. 비극적이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게 의심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에서 이런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CCTV가 없어 증거가 없어서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같은 또래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인데 형평성 차원에서도 CCTV 설치가 차악이지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중론은 현재 파악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대부분이 CCTV를 설치했다”면서 “다만,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우려되는 점은 학부모의 과도한 열람 요청으로 교직원과 유아의 자기정보열람권의 침해가 심화되는 등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CCTV 설치 반대 “교사 인권침해, 수업권과 전문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유치원 교실 내 CCTV 의무화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영혜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교실 안은 보호된 공간으로 (CCTV가 설치되면) 교사 인권침해, 수업권과 전문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우 회장은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아동은 의사가 분명하고 말을 잘하고 표현을 할 수 있다”면서 “어린이집은 말을 못하는 영유아가 있고 교사가 긴 시간 아동을 보고 있어 유치원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내에서 아이들끼리 다투거나, 부딪히거나, 긁힌다거나 해서 상처가 날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 간의 갈등은 교사가 교육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고 이게 전문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도현 전교조 경기지부 유치원위원장도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했다. 박 위원장은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아동학대가 잇따라 발생하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돼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돼 있다. 이는 교사를 잠정적 범죄자로 보고 처벌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아동학대 처벌을 위해 설치한다면 다르겠지만 예방하고 학부모 불안감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방법이 CCTV 설치밖에 없었나. 너무 쉬운 방법을 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CCTV에 음성이 들어가지 않는다. 신체학대는 없더라도 말을 함부로 할 수도 있고, 학대하려면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무적으로 설치하라는 건 불신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부모와 교사가 얼마나 건강한 관계를 맺어갈까 우려가 된다”면서 “CCTV가 설치될 때, 주변에서는 아이들 안아주지 말고 말로 지시하라는 얘기들을 한다. 안아주고 손도 잡아주고 해야 하는데 카메라에 어떻게 보일지 모르니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신뢰의 문제'로 접근했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에도 반대입장이었던 박 부연구위원은 “CCTV 설치 의무화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안전을 위해 달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로 부모들은 불안하겠지만 CCTV가 이를 예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무화법이 오히려 원의 신뢰가 깨지고, 교사의 인권침해도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인권 교육과 보육을 위해서는 학부모, 교사, 유아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면서도 상호신뢰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중규 (사)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유치원 CCTV 설치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어린이집의 경우 CCTV 설치 후, 설치 전과 비교해서 아동학대가 7배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CCTV가 아동학대 예방의 효과가 없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금 교사들은 번아웃(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 등에 빠진) 상태에 있다. 감시하려고 할 게 아니라 교사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처우개선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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