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장애위험 영유아 느는데… 언제까지 보육교사가 몸을 갈아넣어 버텨야 하나?
[좌담회] 늘어나는 장애위험 영유아, 왜 정부는 아무런 지원도 없나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선생님, 병원 가봤더니 우리 애 정상이라고 하는데 왜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이상한 아이로 만드세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도 정상으로 나왔고, 의사가 괜찮다는데… (전문가도 아닌 보육교사인 선생님이 왜?)”
경기도 수원시의 한 장애아통합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이현림 씨는 “아이의 이상행동에 대해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면 이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라면서 “현장에서 10년 넘게 몸을 갈아 넣어가며 버티고 있다. 현장에는 대책 마련이 정말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보육교사가 의료전문가는 아니지만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 강박증이나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아이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인식 자체가 보육교사는 의료전문가가 아닌데 우리 아이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느냐는 항의를 받게 된다”면서 “실제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부모에게 말하기를 꺼리게 되고 일 년 내내 참고 버티는 게 과제가 된다”고 털어놨다.
어린이집 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이나 공격성 등의 문제를 보이는 아동이 늘고 있다. 이들을 ‘장애위험 영유아’라 부른다. 현재 장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을 때 장애를 가질 위험성이 높다는 의미다. ‘(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2020년 ‘경기도 장애위험 영유아 실태 및 지원에 관한 연구’(이하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정의했다.
이들을 조기 발견하고 적절한 지원과 교육을 하면 장애를 예방할 수 있고 장애 정도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노력은 부족하다. 실제 어린이집 현장은 어떤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시 소공동의 한 카페에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과 이현림 장애아통합어린이집 보육교사, 문경자 장애아전담어린이집 보육교사(장애아동지원교사협의회 회장)가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 “영유아 건강검진 중 발달평가 결과…심화평가 권고 약 4만 명”
먼저, 장애위험 영유아 수는 얼마나 될까. 박창현 연구위원은 “영유아 발달선별검사 ‘양호’에 해당하는 영유아 비율이 2012년 96.7%에서 2017년 87.7%로 9% 감소해 장애위험 영유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에 실시한 영유아 건강검진 중 발달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발달평가를 받은 182만 9644명의 영유아 중 2.2%인 4만 99명의 영유아가 심화평가 권고를 받았다. 약 4만 명의 영유아가 실제 장애위험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현 연구위원은 “장애위험 영유아는 적절한 지원 없이 하위 연령반에 편성돼 다니거나, 또래와 비슷한 발달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 소외돼 기관 적응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만 2세 전후로 장애위험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 조기 개입이 현장에서 시급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연구보고서에서는, “장애위험 영유아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이나 공격성 등의 문제가 나타나며, 보육교직원의 경우 절반 이상이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심리적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부모의 70%는 자녀의 장애위험 상태를 인정하지 않으며, 현장 교직원의 개인적 식견에 따라 장애위험 영유아를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비장애아반에서 ‘장애위험 영유아’는 방치될 수밖에…
이현림, 문경자 두 교사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도 무상보육 이후 초기에는 한두 명에 그친 장애위험 아동이 지금은 한 원에 평균 네다섯 명은 있다고 했다. 장애아통합반의 경우 교사 대 아동 비율이 1대 3이지만, 일반반은 연령별로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다르다.
이 교사는 최근 상담받은 내용을 공유했다. “한 교사가 다섯 명을 맡고 있는데 그중 두 명이 위험군이다. 누가 보더라도 심각하게 (행동의) 차이가 있지만 부모는 인정하지 않아 일반반에 넣었다”면서 “이 아이들이 장애아통합반으로 가면 교사의 손을 더 많이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장애위험 아동을 맡은 교사 입장에서는 “내가 재수가 없어서 이 아이들을 맡았어. 나는 (장애아)통합반 담임도 아닌데 내가 왜 이 아이들을 받아야 하는 거지, 난 장애를 잘 모르고, 장애에 대한 이해도 없어. 수업도 해야 하고 환경 구성도 해야 하는데… 한 아이는 (환경 구성한 것을) 뜯어내고, 한 아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고, 한 아이는 뛰어내리고, 위험하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다 하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교사는 난감해 쩔쩔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에 있는 장애아전담어린이집 보육교사 문경자 씨는 “교사가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아이를 따로 떼서 수업할 수도 없고, 배제 시킬 수도 없고, 우리 반 문제 아동이 되는 것”이라면서 “부모는 자기 아이에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보내는 데 반대로 일반 아동 부모는 자기 아이가 권리를 박탈당한다고 보고 그만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 “우리 아이가 그렇다고요? 부정…부모는 이미 아이에 대해 알고 있다”
“우리 아이가 그렇다고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하원하고 사설 치료실로 가는 아이들도 많아요. 장애진단서 받으면 바우처 지원되는데 기록에 남을 까봐 진단 안 받고 사설 업체를 다니면서 언어치료, 감각치료 등을 받더라고요.”
문경자 교사의 말이다. 문 교사는 “(부모가 몰랐다고) 이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양육과정에서 부모는 이미 알고 있다. 부모들은 치료실을 다니면서 어린이집은 일반반을 다니게 하면, 다른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흡수되고 사회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현실은 4세까지는 소규모 어린이집에서는 행동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으나 유아반에 가면 여러 아이들 속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아 보육료 지원대상은 원칙적으로 장애인복지카드(등록증)를 소지한 만 12세 이하의 미취학 장애아동으로 한다. 예외적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15조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만 3~5세 아동이 특수교육대상자 진단·평가 결과 통지서를 제출한 경우와 만 5세 이하 영유아가 장애소견이 있는 의사진단서를 제출한 경우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진단서 발급에도 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문제를 인정하기까지가 쉽지 않다. 문 교사와 이 교사는 네 살 때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인정한 아이와 일곱 살때까지 인정 안 한 아동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교사는 알고 있지만 ‘부모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이들은 “이 일을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다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조기 선별이나 진단 강화·매뉴얼 제작·보육교사와 부모 교육”
장애위험 영유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 어떤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할까. 부모 입장에서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문제가 없으니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교사가 아이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를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장애위험 영유아에 대한 정확한 진단평가를 위한 척도 개발과 장애위험 영유아를 담당하는 교직원과 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또 대상 아동을 지원하는 적절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이 교사는 ‘장애위험’ 영유아에 대해 "선제적 진단, 전문가 집단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육교사가 부모를 통하지 않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기관에서 전문가가 판단을 거친 뒤 그 의견서를 바탕으로 부모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당장에 이런 시스템 마련이 어렵다면 현장은 보조 인력 충원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교사는 장애위험 영유아에 대한 지원 및 프로그램 관련 공통매뉴얼 제작과 보급을 제안했다. "주민센터나 일반어린이집에 매뉴얼이 전혀 없으니 안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장애 조기 발견의 중요성, 지원 받을 수 있는 내용, 향후 진학, 진로 문제 등 내용을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 때 안내하고 책자를 발행해 산후조리원, 문화센터 등에도 비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교사와 부모, 원장에 대한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을 통해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창현 연구위원은 “장애위험 영유아를 위한 신체, 감각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효과성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조기 선별이나 진단 강화가 중요하고, 기관에 오기 전에 선별검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동시에 “보육교사가 장애위험 아이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교사 교육과 연수를 통해 현직 교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원장의 리더십, 역량 강화, 부모의 자녀양육 역량 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어린이집 내 장애위험군에 대한 보조인력을 받을 수 있도록 근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저출생 시대, 아이에 대한 책임을 보육교사와 부모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국가 책임의 관점에서 봐야 할 지점"이라면서 "장애위험 영유아 관련해 전체적인 지원 방향과 지침을 담은 보건복지부의 종합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6일 베이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장애위험 영유아 지원에 대해 “현재로서는 정부 지원은 없다”고 답했다. 같은 날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측에서는 “보육교직원과 부모 상담은 있는데 장애아동 대상이 특정돼 있진 않다. 보육교직원 상담에서 경계성 장애 등과 관련한 내용이 있으면 전문기관이나 각 지역마다 상담 전문가와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라면서 “(지원) 필요성에 있어서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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