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아동학대 피해아동 신상공개해도 괜찮을까?
정치하는엄마들, ‘그것이 알고 싶다’·‘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고발장 제출
【베이비뉴스/권현경 기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편집책임자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 공혜정 대표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해 지난 7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알'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에서 16개월 된 입양아동이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정인이사건’)과 관련해,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피해아동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개한 바 있다. 대아협 역시 양천아동 사망사건 때 피해아동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개했고 최근 또 다른 학대사건과 관련해서도 피해아동의 사진 등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일 년이 지난 시점에 피해아동의 신상공개에 대해 고발을 함으로써 학대 피해아동 신상공개와 관련한 사회적인 논의에 불을 지폈다.
◇ “피해사실 알리는 과정… 법령상 금지된 피해아동의 인적사항·사진 공개 안 돼”
정치하는엄마들 측의 고발 이유를 보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21년 1월 2일 방송된 「정인이는 왜 죽었나?-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편, 같은 해 1월 23일 방송된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편 각 편집책임자는 방송분에서 피해아동의 성명, 나이, 용모, 그밖에 피해아동을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방송 매체를 통해 방송했다.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35조(비밀엄수 등의 의무)에 따르면, 방송사의 편집책임자 등은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방송할 수 없다.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아협은 최근 벌어진 여러 아동 대상 학대범죄와 성범죄 피해아동의 사진 등 인적사항을 2021년 8월 27일경부터 9월 22일경까지 총 7회에 걸쳐 정보통신망인 대아협 홈페이지, 네이버 카페, SNS 등에 게시해 이를 유포되도록 한 게 고발 이유다.
대아협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1조(비밀누설 금지)제3항에 따라 ‘누구든지’ 피해아동·청소년의 주소·성명·연령·학교 또는 직업·용모 등 그 아동·청소년을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위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할 수 있다.
고발인인 정치하는엄마들 측에서는 “피해아동에 대한 피해사실을 알리고 이에 관한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은 필요하고 지지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법령상 금지되는 피해아동의 인적사항, 사진을 공개했고 이에 관한 정보가 다른 네이버 카페, SNS 등 정보통신망에 공유돼 법이 금지하고 있는 피해아동의 인적사항, 사진의 공개가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아동의 인적사항, 사진을 두고 불필요한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해 피해아동과 유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치하는엄마들 “방송예정인 피해아동 신상공개 막고자 고발”
고소장을 둘러싼 각자의 입장을 베이비뉴스가 들어봤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난 15일 베이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곧 방송예정인 ‘대전 20개월 여아 성학대 사망사건’의 피해아동 신상공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방송예정이 돼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과거 방송한 방법과 마찬가지로 피해아동의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그대로 방송해 법령상 금지된 보도금지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아동대상 성범죄 및 학대범죄 발생 시에도 비슷한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예상되는 피해상황을 선제적으로 막고자 나선 것.
장하나 활동가는 “해당 사건이 아동 성폭력 사건이었기 때문에 단체로서도 우려가 많았고 사전 조치를 하는 데 이견 없이 결정됐다”면서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는데 피해아동 사진이 대아협에 올라와 있고 범죄 내용이 공개돼 있어서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 때처럼 피해아동 얼굴, 인적사항이 알려져 역기능이 많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하나 활동가는 지난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사건이 그렇게 관심받고 한 적이 없으니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 것인데 그 이후 경험에서 온 깨달음이 있다”면서 “정인이 얼굴, 이름만 한껏 소비됐지 바뀐 게 무엇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사회가 피해아동의 인적사항을 공개했으나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보면 순기능도 결국 기대보다 적었다는 평가다.
◇ 대아협 “유족이 아이의 억울함을 알려달라고 공개 요청한 것”
대아협은 그동안 여러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범죄 및 성범죄에 관해 홈페이지 및 네이버 카페, SNS 등으로 알리며 가해자들의 범행과 피해아동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공혜정 대아협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 대표는 “(해당 사진은) 유족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면서 “외할머니가 사진을 주셨고 공개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혜정 대표는 “아이 친권자가 승낙했는데 제3자가 법률 운운하는 것도 어의가 없다. 고발장에는 유족에 2차 피해가 있다고 적혀있는데, 유족이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느냐. 사진을 공개했다고 해서 유족이 고통받을 이유가 없지 않나. 유족의 상처를 건드리는 게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정치하는엄마들이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 이렇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표는 “이 아이의 억울함을 알려 달라고 유족이 사진을 주고 공개를 승낙한 것이고, 사건을 알리기 위해 단체에서 노력해왔다. 친모와 외할머니가 고맙다고 하기까지 했다”면서 “재판 다녀와서 기소장보고 충격받아 국민청원도 올리고, 아이 얼굴 공개해도 좋다고 해서 사진에 단체 워터마크 찍어서 유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협회 외 다른 SNS에 올려진 정황은 제가 알기론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안전사고로 사망한 아이들 사진을 다 공개했었다. 본인들은 공개해도 되는 것이냐”면서 “아이들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인데, 사진공개는 외할머니가 요청해서 한다고 적었는데 고발까지 할 이유가 있느냐”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 “피해아동 관련자 허락 있더라도…인적사항이나 사진 등 공개 자유롭지 않다”
정치하는엄마들 고발대리인 서성민 변호사는 같은 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피해아동 유가족으로부터 사진을 받거나 사진 공개를 허락받았다는 취지로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그 허락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상 피해아동과 관련 있는 자의 허락이 있더라도 피해아동의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자유로이 공개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그알과 대아협의 피해아동 얼굴 공개로 인한 순기능이라는 평가에 대해, 서성민 변호사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면서 “얼굴 공개 때문이라기보다는 사건 내용이 초기 아동학대를 발견할 수 있었으나 경찰 대응도 미흡했고 여러 가지 분노를 일으킬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 인적사항을 공개해 파급력 있게 됐다는 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아동학대 피해내용을 알리는 게 우선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피해아동 신상공개 없이도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다고 본다. 공개하는 쪽에서는 알린 다음에 대한 대책이 없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가족은 범죄에 대해 잊혀지지 못하고 공개된 채로 살아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고, 돼 있더라도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측의 피해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 많다”면서 “아동학대 방지, 성범죄 방지가 이뤄지지 않는 일베 사이트 등에 퍼져서 불필요하게 언급될 수 있다. 유족 측이 그렇게 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그래도 좋다며 승낙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 피해아동 신상공개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인적사항과 사진을 가리고 해도 내용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지, 얼굴을 봐야 분노한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해당 고발장 접수와 관련해선 고발인 조사, 피고발인 조사 등이 이어질 것이고,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는 최소한 2~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방송예정이라고 알려진 학대 사건과 관련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하고, 이메일로 질의서도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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