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회사는 가야 하는데, 아이는 어린이집 못 가···부모들, 위드코로나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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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가야 하는데, 아이는 어린이집 못 가···부모들, 위드코로나에 ‘한숨’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구립 상도 어린이집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구립 상도 어린이집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항공승무원 이모씨(39)는 이틀째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출장길에 나섰다. 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확진된 학생의 동생이 다니는 유치원도 문을 닫았는데 하필 전부 이씨의 두 자녀가 다니는 곳이었다. 이씨는 “한 달간 의무휴직 후 복귀한 거라 일정을 조정하기도 어렵고, 남편도 재택이 불가능한 상태라 친정부모님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며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고 해도 확진자 발생 시 대처방법은 여전히 동일한 상황에서 더이상 어떻게 조심하고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남모씨(41)는 지난 8일 회사에 출근한 지 1시간 만에 퇴근했다. 어린이집으로부터 ‘교사의 가족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므로 휴원조치에 들어간다. 전 아동 하원조치를 해달라’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뤄뒀던 여름휴가를 쓴 뒤 첫 출근이라 눈치가 보였지만 달리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남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또다시 휴가를 냈다. 남씨는 “지난달 말부터 전 직원 정상출근 통보를 받아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면서 “확진자가 더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재택근무가 절실한데, ‘아이를 돌봐야해서 재택을 계속 했으면 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어린이집·유치원,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미접종자가 다수인 보육시설·학교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재택근무도 대부분 해제되면서 돌봄 공백이 더 커질 수밖에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주(10월31일~11월6일) 만 6세 이하 확진자 수는 800명으로 직전 2주(461명→661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7~12세 확진자도 최근 3주간 증가세(671명→947명→1099명)를 보였다. 12세 미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그러나 가정이나 학원 등에서 부모·형제·친구, 교직원·외부 강사 등을 통해 기관 내 1차 감염이 일어나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 원생 가족 확진 이후 어린이집 원생과 종사자 등 15명(지난 8일 기준)이 확진됐다.

 

정부는 거리 두기 4단계 조정 당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완료자에 한해 외부인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확진자 발생 시 일시폐쇄 기간을 ‘최대 14일’에서 ‘보건당국 역학조사에 따른 최소한의 시간’으로 변경하는 등 방역 조치는 일부 완화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어린이집들도 지난달 18일부터 긴급보육 중심 휴원 조치를 해제하고 정상운영에 들어갔다. 전국 유치원·초등학교도 오는 22일부터는 전면 등교가 시행된다. 그러나 백신접종을 완료한 성인의 경우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더라도 1차 검사 결과 음성 확인이 되면 출근 등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반면 백신 미접종자인 어린이의 경우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 열흘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부모의 돌봄 공백 우려는 더 커진 것이다.

 

확진자 발생 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가 문을 닫으면 부모들의 선택지로는 직장에서 가족돌봄휴가(최대 10일)를 쓰거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 이후 한시적으로 1인당 가족돌봄휴가 이용자에 하루 5만원씩 지원비를 주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원금이 적고 사측에 눈치가 보여 이용하기가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자영업자나 영세업체 노동자는 이마저도 쓰기 어렵다. 초등학교의 경우 긴급돌봄 교실도 있지만 이 또한 확진자 발생 직후 며칠간은 운영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돌봄대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맞벌이 중인 류모씨(38)는 “가족돌봄휴가가 기업에서 권고가 아닌, 의무에 가깝게 이뤄지도록 강력한 조치가 정부 차원에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시 맞벌이 중인 정모씨(35)는 “맞벌이 가정이어서 자녀를 장기간 가정돌봄 할 수 없는 경우, 가정으로 파견되는 돌봄서비스나 특정 공간에 해당 아이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가족돌봄휴가를 일수 등의 제한이 없는 유급휴가로 돌리고, 정부가 기업 손실분을 지원하는 식으로 돌봄휴가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자영업자, 영세업체 노동자 등을 생각하면 보육시설·학교는 완전 폐쇄 방식 아니라 확진자, 밀접접촉자를 제외한 아동들은 등원할 수 있도록 방역지침을 정비하고 보조교사·임시교사 확충을 포함해 위드 코로나에 맞는 운영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기자 김향미 노도현] 기사 전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111101359001#csidx88d2fc4c881bca694a1736d4799cd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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