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고1부터 정당 가입 가능…학교 현장선 기대·우려 교차

교총 "학교의 정치화 우려", 전교조 "청소년 목소리 반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임성호 이승연 기자 =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이 만 16세로 낮아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을 현행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추는 정당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앞으로 고등학교 1학년생부터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청소년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학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회 본회의

국회 본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학생·학부모들 "정당 활동 바람직하지만, 정치적으로 선동될까 우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인 분위기다. 환영하는 입장에서는 참정권 확대와 정치의식 함양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대부고에 입학 예정인 강보영(16) 양은 "학생들의 의견을 정치에 피력하고 반영할 수 있게 돼서 좋다"며 "물론 생각이 어린 학생들이 가입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보다는 이기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등 '어린 생각'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문제는 연령을 불문하고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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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고교 교사이자 학부모인 김모(53) 씨도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에 맞춰 정당 활동 가능 연령도 조정하는 게 좋다"며 "특히 정당은 정치교육, 정치 사회화 기능도 수행하므로 활동을 통해 관련 지식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비합리적 판단 등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생 자녀를 둔 중학교 교사 이모(52) 씨는 "대부분 정책은 청소년들과도 연관되는데 보통 어른들에 의해서만 결정돼 왔다"며 "정당 활동 허용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이 하향돼도 실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아울러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쉽게 선동되는 등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고3 박주연 양은 "고등학교 학생회도 점차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게 될 텐데 이 점이 크게 우려되진 않는다"며 "법이 통과되더라도 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치활동에 제약을 주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그런 억압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정당 활동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2 딸을 둔 전모(44) 씨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며 "유튜브 등을 보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학생들이 많은데 자기 생각을 정립하기보다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을까 싶다. 다 같이 잘 지내야 할 학교 친구끼리 정치 성향에 따라 다툼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고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이모(30) 씨도 "학교는 아직 아이들이 건강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지도할 여건이 안 돼 있고 오히려 정치 중립성을 이유로 현실 이슈를 수업에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사회 수업에서 사회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참정권확대운동본부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청소년참정권확대운동본부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학교의 정치화·학습권 침해" vs "청소년의 목소리 반영"

교원·학부모 단체 등의 의견도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6세 이상 고교생 모두에게 정당 가입을 허용하면 사실상 모든 정치활동이 가능하게 된다"며 "정당 간 이념 대립이 국론분열의 원인이 되는 후진적 정치가 미성년 학생들에게 파고들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에 가입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당 홍보, 가입 권유 활동 등을 할 경우 교실 정치장화와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학생이 정치 활동을 위해 학교를 빠진다고 하면 학교는 어디까지 협조하는 게 중립인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아직 정치적인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정치 편향성을 강요할 수 있고 정당 활동을 하면서 학습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며 "각 정당에서 정당인으로 청소년들을 확보하려고 하면서 교실이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교조 관계자는 "정당 가입에는 연령제한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 해외에도 정당 가입 연령 제한 법률이 없는 국가가 많다"며 "청소년도 국가의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 존중받기 위한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 가입이 허용되면 청소년이 정책 형성 과정부터 참여할 수 있어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가 가능하다"며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시민으로서의 삶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로 이뤄진 단체 정치하는엄마들도 "학부모의 의견이 학생 당사자의 의견과 항상 같은 건 아니다"며 "청소년의 고민을 해소해주는 것이 아동·청소년의 직접적인 정치활동의 보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공교육에서 정치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가 성인이 되면서 갑자기 참정권이 주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정당 참여는 정치 참여를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청소년 단체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리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키고 청소년의 사회참여에 진일보한 의미를 가져온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후속 조치로 교육부에 학교에서의 정치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치교육을 정규 수업 과정에 편성하고 청소년의 정치와 정당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기자 이도연 임성호 이승연] 기사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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