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부천시에도 공공병원이 필요하다
[부천하마 소식]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시민추진위원회에 정치하는엄마들 부천모임 함께 합니다 🙆🏼♀️🧑🏽⚕️ 🏥👩🏻⚕️👨🏾⚕️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시민추진위원회 발족에 부쳐
지난달 31일, 관내 28개 시민단체가 모여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규석 부이사장과 부천이주민지원센터 손인환 센터장을 상임대표로 선출한 추진위는 앞으로 더 많은 단체와 함께 공공병원 설립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시민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코로나 이전 시기까지만 하더라도 공공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병원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공공병원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민간 의료와 비교해 공공의료는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편견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후, 시민들의 생각은 크게 달라졌다. 그렇게 병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작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병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코로나를 이유로 조금만 열이 있어도 응급환자를 받아 주지 않아 병원을 찾아다니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부천시민들 또한 코로나에 걸렸을 때 치료할 곳이 없어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는 현실을 보면서 위기 상황에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공병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부천시민 2,256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놀랍게도 98%의 시민들이 부천에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그중에서도 63.7%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공공병원이 설립되었을 때 기대하는 바로는 저렴한 의료비 (1,285명), 믿을 수 있는 적정진료 (1,244명), 재난 상황 대비 안전망 (1,134명)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돈 걱정 없이 믿을 수 있는 진료를 받으면서도 재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꼭 필요하다는, 코로나 이후 변화된 시민들의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재미있는 결과는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98%의 시민 중 65.3%가 부천에 공공병원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한 부분이다. 코로나를 통해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게 인식했지만, 국내 공공의료의 현실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지금껏 병원은 국가와 의료인이 담당해온 몫이었지 시민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이는 ‘시민’이 공공병원을 직접 짓겠다는 뜻이 아니라 정부와 지방정부가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추동하는 힘을 결집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리하여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질 시민참여형 공공병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공공병원을 지역마다 필수 의료기관으로 설립해야 한다고 하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작년 8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보건복지부와 노정 합의하여 ‘코로나19 극복,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 인력 문제 해결 약속을 받아냈다. 최근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공의료 보건의료 확충 공약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전국 의료, 노동 관련 단체가 연합하여 만든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중진료권 70개 중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 공공병원을 만들자고 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 공공병원 공약화, 시민건강후보 선정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부천은 공공병원이 없는 중진료권으로 분류되어 있다. 병원이라고 하면 300병상 이상 규모의 급성기 치료를 받는 역할로만 생각하는데, 공공병원의 역할은 그보다 더 다양한 몫을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역 내에서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감염병 위기 발생 시 감염 환자 치료를 총괄하는 전담 병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충족되지 않았던 필수 의료를 제공하여 생애 전주기 공공의료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공공병원에 장애인 친화 분만실과 병동을 설치하고 검진 기관을 설치하며 공공산후조리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호스피스 병동과 공공 장례식장을 설치할 수 있고, 의료취약계층과 의료보험이 없는 시민을 위한 진료를 할 수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통합돌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을 민간 의료기관과 협력하면서 부천시민 누구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는 공공병원이 설립될 때까지, 그리고 설립되어 시민의 요구를 반영한 공공병원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시민의 힘을 모아나갈 예정이다. 시민추진위원회의 첫 번째 미션은 6.1 지방선거 대응이다. 시민들이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지할 수 있는 힘을 모을 것이며,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공공병원 설립을 주요한 공약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할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부천시 관내 보건의료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활동과 시민운동을 동시에 펼쳐나갈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국영 의료법에 따라 국가가 모든 의료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1973년 나폴리 도시 한복판에 콜레라가 발생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질병이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공포가 커졌다. 의료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마침내 의료보장 체계를 개혁하여 1978년 국영 의료법이 만들어지게 된다. 지금도 이탈리아 보건의료 체계 내에는 시민위원회가 구성되어 시민이 참여한 국영 의료를 펼치고 있다. 시민의 요구를 모은다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공의료를 실현할 수 있다. 기대를 모으고 목소리를 모아 우리가 함께하면 가능하다.
2022년 4월 12일 현재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시민추진위원회>에 함께하는 단체는 아래와 같다.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 부천교육사회적협동조합, 부천무지개유니온, 부천민예총, 부천민중연대, 부천시비정규직지원센터, 부천시사회복지협의회, 부천시민아이쿱, 부천시민연합, 부천시약사회, 부천시한의사회, 부천아이쿱, 부천여성노동자회, 부천이주민지원센터,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YMCA, 부천YWCA, 사회적협동조합 경기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 사회적협동조합 공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천김포지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 정치하는엄마들 부천모임, 지평교회, 콩나물신문협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천김포지역지부, 협동조합 바람, 희망나눔사회적협동조합, 평화미래플랫폼파란
글 | 이선주(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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