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제주 A여고에 무슨 일이… 졸업생 100명이 인권위 진정에 나선 까닭은
제주 A여고에 무슨 일이… 졸업생 100명이 인권위 진정에 나선 까닭은
지난 3월 학내 인권침해 실태 공론화
학생에 “죽여 버리겠다” 폭언과 욕설
졸업생 100여 명, 인권위 진정 추진
제주가 떠들썩하다. 제주도 내 A여고에서 비롯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A여고 졸업생 100여 명은 인권위 진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게 된 까닭은 지난 3월 졸업생 김채은씨가 인권단체와 함께 학내 인권침해실태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1946년 설립돼 약 80년 간 제주지역 여학생들의 교육을 맡아온 A여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3월 15일 제주도 교육청 앞에서 제주학생인권조례TF,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A여고 졸업생 김채은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내에서 벌어진 학생인권침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3월 15일, A여고 2022년 졸업생 김채은씨와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제주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내 인권침해실태를 공론화하고 이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죽여 버리겠다”, “부모님이 너희를 잘못 키웠다”와 같은 폭언과 욕설을 하는 것은 물론 상담 과정에서 다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경험한 사례도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도 학생들은 ‘학교가 사립이라서 그렇다’거나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며 넘겼다고 한다.
학교 측은 즉각 반박 입장문을 냈다. “대다수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매도됐다”, “아무 잘못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선생님들도 피해자”라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에 의도된 편향성이 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틀이 지난 3월 17일, A여고 2022년 졸업생 김채은씨와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학교 측의 입장문에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수의 교사가 인권을 침해했다 할지라도 이를 용인한 전체적 분위기를 비판했다는 게 골자였다.
A여고와 졸업생·인권단체 사이의 공방이 치열해지자 제주도 교육청에서도 A여고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3월 21일 제주도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김영관 센터장은 교육청 기자실에서 'A여고 학생인권침해 진정사안 관련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2~3학년 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제 욕설과 성희롱 등이 있었는지 조사한다고 밝히는 한편,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의해 제주지역 고등학교 학생 인권침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채은씨가 제주도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학생 인권 피해 조사 요구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A여고 졸업생 100여 명이 모여 만든 ‘A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가칭)’(이하 졸업생 모임)도 만들어졌다. A여고 44회 졸업생이자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하나씨는 “A여고의 입장문에는 학생을 보호하려는 의지나 교사들의 반성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며 “2022년 졸업생들과 김채은 씨의 행동은 모교의 발전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공언하기 위해 졸업생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졸업생 모임은 A여고 졸업생 김채은씨와 인권단체에 지지 성명을 내는 한편, 교육 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제주도 교육청의 조사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졸업생 내부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따라 졸업생 모임에서 2022년 이전 졸업생 대상 인권침해실태 자체 조사에 나섰다. 4월 19일부터 5월 1일까지 진행되는 조사가 완료되면 인권위 진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장하나 씨는 인권위 진정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묻자 “교단에 설 자격이 없는 일부 교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여고 측에서는 “교육청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 교육청의 A여고에 대한 인권침해실태 조사 결과는 예정보다 늦어진 6월 발표될 예정이다.
🟣[여성신문/기자 김민주]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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