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투명장벽의 도시②> | 어린이 10명 중 6명, ‘노키즈존은 차별’…“차별받은 아이는 차별하는 어른 될 것 ”
투명장벽의 도시②
어린이 10명 중 6명, ‘노키즈존은 차별’…“차별받은 아이는 차별하는 어른 될 것 ”
경향신문은 지난 8월31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하늘숲초 6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전교생 95명 중 86명이 조사에 응했고, 이중 12명이 지난달 21일 인터뷰에 참여했다. 조사결과 69.8%(60명)가 노키즈존을 인지하고 있었고, 62.8%(54명)는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라고 응답했다. 83.7%(72명)는 ‘식당이나 카페 주인이 돼도 노키즈존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고 47.7%(41명)는 ‘성인이 된 뒤에도 노키즈존 시설에 방문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늘숲초 6학년 12명의 어린이들과 진행한 심층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서울하늘숲초 6학년 재황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노키즈존을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 기억 하나요?
재황 = 3학년 때 엄마랑 지나가다 식당에 ‘노키즈존’이라고 써붙인 걸 봤어요. 뜻을 듣고 어린이 차별 아닌가 싶었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복수해야지, 생각 했어요.
병훈 =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랑 뉴스를 보다가 노키즈존 기사가 나와서 알게 됐어요. 특정한 사람만 특정 장소에 못 들어가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원 = 친구들이 놀러다닐 때 노키즈존이 있어서 못 들어갔다고 얘기한 걸 들은 적 있어요. 왜 그런 곳이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어요. 아이들을 차별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하은 = 몇 년 전에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를 예매하려고 하는데, ‘미성년자 관람 불가’라고 쓰여 있어서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서울하늘숲초 6학년 해민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노키즈존에 갔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범 = 제가 8살, 동생이 5살이었어요. 겨울이었는데 서두르느라 외투도 없이 엄마, 동생이랑 빵집에 갔어요. 거기가 빵은 되게 맛있거든요. 노키즈존이라는 게 문제죠. 밖에서 기다리느라 추웠던 기억이 나요.
하은 = 지난 달에 가족들과 여행을 갔는데 기념품 가게가 있었어요. 어린이들은 못 들어가는 곳이라고 해서 엄마랑 아빠만 들어갔어요. 동생하고 둘이 밖에 있었는데 밤이라 무서웠어요.
서울하늘숲초 6학년 예원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어른들은 노키즈존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어린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이런 말에 동의하나요?
예원 = 이해는 해요.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 대신 노키즈존만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 같아요.
범 = 반대해요. 아아들이 다칠까봐 걱정이 되는거면 가구 모서리에 스폰지를 붙이는 것처럼 안전 조치를 하면 되잖아요.
한별 = 아니요. 안 그래도 요즘 인종이나 성별로 차별하는 일이 많은데 나이로까지 차별하는 것 같아요.
다애 = 차별의 이유가 되지 못해요.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사고를 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노키즈존으로 막기만 하면 안 돼요.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잖아요.
재황 = 어린이들이 꼭 다 시끄러운 건 아니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오면 경고를 주고 조심하게 하면 됩니다.
재준 = 저는 동의해요. 시끄러운 어린이를 자제시키는 건 어려우니까 처음부터 못 들어오게 하는 게 나아요.
서울하늘숲초 6학년 서현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왜 노키즈존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예원 =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더 쉽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서요.
한별 = 자기 이익을 위해서 아닐까요.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시끄럽게 떠들고 소리 지르고 우는 아이들이 방해가 되잖아요.
범 = 어린이도 올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려면 돈이 더 많이 들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서울하늘숲초 6학년 하은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하늘숲초 6학년 다애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커서 어른이 된다면 노키즈존을 방문하거나 직접 운영할 생각이 있나요?
하은 = 차별하는 거잖아요. 그런 곳에 가서 그 의견에 동조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 식당에서 어린이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노키즈존으로 만들 생각은 없어요. 어린이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거 잖아요. 충분히 실수할 수 있고, 앞으론 그러면 안 된다고 깨우쳐줘야죠.
예원 = 어릴 때 차별받은 느낌 때문에 노키즈존을 방문하거나 운영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대신 제가 운영하는 식당이나 카페 안에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범 = 안 만들고 안 갈 거예요. 차별이니까요. 애들은 원래 시끄럽게 크는 건데, 애들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노키즈존을 만드는 건 그냥 애들이 싫으니까 들어오지 말라는 거잖아요.
한별 = 어른이 돼도 노키즈존이 불쾌하다는 감정은 그대로일 것 같아서 찾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운영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재준 = 식당 사장이 되면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거예요. 어린이들한테 인권도 있지만 제 인권도 있어서요. 조용한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요.
해민 = 노키즈존을 만들고 싶진 않아요. 외식할 수 있는 식당 중에 노키즈존이 많아지면 어린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거잖아요.
서울하늘숲초 6학년 범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럼 노키즈존이 차별이라고 생각하나요?
재황 = 네. 어린이들만 떠든다고 생각하니까요. 어른들도 시끄럽게 떠들고 접시 깨뜨리는 실수할 수 있잖아요. 어른들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건 편견인 것 같아요.
서현 =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왜나하면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불편하다’는 생각 때문에 노키즈존을 만드는 거니까요.
범 = 차별이에요. 모든 아이들은 다 시끄럽다는 편견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애들이 왜 조용히 해야 해요? 그냥 호기심이 많고 물어볼 게 많은 것뿐인데.
한별 = 어린이들이 시끄럽고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출입을 불허하는 것은 차별이에요. 모든 어린이들이 그러는 것이 아닌데 편견을 가지고 선을 그어버리는 거니까요.
하은 = 어른과 어린이가 다르다고 해서 ‘어린이는 안돼’라고 막는 게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스완 = 네. 차별은 고정관념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인데, 어린이는 당연히 시끄럽다는 생각으로 모두 못 들어오게 하니까요.
해인 =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식당에서 사고를 치는 아이들도 있잖아요. 그걸 미리 방지하는 것이 노키즈존이라고 생각해요.
서울하늘숲초 6학년 병훈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차별을 하면 왜 안 되나요?
한별 = 계속해서 사람들이 서로 나뉘어서 헐뜯다 보면 사람 간의 신뢰와 공생이 안 되니까요.
스완 = 사람마다 다 특징이 다른데 거기서 더 좋고 나쁘고를 나누면 안 돼요. 차별받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고 자기애 같은 게 떨어질 것 같아요.
해인 = 차별은 사람을 나눠가지고 어떤 사람이 더 낫다는 편견을 갖게 하니까 나빠요.
재준 = 사람은 다 다른데 차별은 ‘넌 틀렸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서요.
노키즈존을 이용하고 만드는 어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범 = 어른들이 차별하지 말라고 해놓고서 어른들이 차별하는. 그러니까 되게 열받아요.
한별 =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현 = 어른들이 차별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노키즈존을 만들었잖아요. 저는 그렇게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하늘숲초 6학년 한별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럼 노키즈존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까요?
해민 = 아이들에게 벽을 치고 ‘너네는 여기 들어오면 안돼’라고 하면, 아이들이 기분좋게 밥 먹으러 나왔다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노키즈존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원 = 네. 그래야 아이들도 차별을 받지 않고 어른들이랑 똑같이 여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한별 = 없어지는 건 안 돼요. 어린이가 가면 위험한 장소에는 필요해요. 하지만 단순히 어린이들이 시끄럽다고 해서 노키즈존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준 = 노키즈존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이 안전사고가 일단 벌어진 후에는 그 뒤처리가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서울하늘숲초 6학년 재준이가 지난달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노키즈존이 어린이가 성장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서현 =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는 남을 차별하는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인 = 어른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자랄 수 있을 것 같아요.
재황 = 노키즈존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크면 나중에 똑같이 복수하지 않을까 싶어요.
해민 = 노키즈존에서 ‘나는 여기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경험을 하니까, 어디 갈 때마다 나는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구나 하고 주눅이 들 것 같아요.
🟣[경향신문| 기자 김지혜] 기사 전문 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0101516011
- 5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