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성소수자·성평등 빠진 교육과정 개정안… “감추면 혐오 커져”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 ‘성소수자’ ‘성평등’ 표현 빠져 “아동, 청소년 무시하는 처사” “성소수자 혐오 커질 수밖에”
성소수자·성평등 빠진 교육과정 개정안… “감추면 혐오 커져”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주호)가 11월 9일 발표한 2022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에 성소수자·성평등 표현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고등학교 통합사회 과목 속 ‘성소수자’는 ‘성별, 연령, 인종, 국적, 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바뀌었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8일 출입기자단 사전 설명회에서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인 청소년기에 교육과정 안에 성소수자가 사회적 소수자의 구체적 예시로 들어갔을 때 발생할 여러 가지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을 깊게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성평등’ 표현은 연구진 의견에 따라 교육과정에서 사라졌다. 이는 도덕 과목에서 ‘성에 대한 편견’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표현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연구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지난 7일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성소수자 용어를 제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조정안에 위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즉 교육부가 의견을 수렴해서 조정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만든 조정안을 놓고 의견을 청취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비판의 지점은 총 3가지로,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 발생할 부작용 △학내 피해자 발생에 대한 우려 △성소수자 청소년이 겪을 혐오와 차별 등이다. 한송이 탁틴내일 교육부장은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게 될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편견이라는 말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써야지만 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학내 피해자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최근 젠더 갈등이 심화된 측면이 있는데, 이번 조치가 학생사회에서 건강한 토론을 위협할까 우려스럽다. 폭력적인 사람들한테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젠더 문제, 성소수자 문제 모두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들이다. 교과과정에서 지우는 것은 아동, 청소년을 무시하고, 2등 시민쯤으로 여기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박한희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학내 성소수자 학생들이 느낄 혐오와 차별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성소수자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내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구나’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은 성소수자를 많이 접할수록 낮아진다. 이렇게 계속 학교에서 감추면, 학생들이 사춘기 시절에 성소수자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성인이 된다. 그러면 낯섦이 고착화되고 이후로도 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새 교육과정은 이번 행정 예고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게 된다. 최종안은 올해 12월 말에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
🟣[여성신문 | 기자 김민주]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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