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정동칼럼] 법대로 하자
정동칼럼
법대로 하자
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32조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③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업무개시 명령) ①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왜 공교육은 정치를 가르치지 않는가? 왜 주권자에게 나라를 다스릴 기본 소양을 가르치지 않고, 헌법을 가르치지 않는 것인가? 결사의 자유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권리다. 그런데 공정하게 각자도생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사라면 학을 뗀다. 지난 4일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국가 경제를 망치는 불법 폭력파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강성 귀족노조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부장판사 시절 전두환씨의 재판 불출석을 허가해 줬던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다. 같은 날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를 빼앗고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법조인한테는 법을 멋대로 해석할 특권이라도 있나?
역시 검사 출신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자동차법 제14조에 의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다고 하지만, 과연 화물연대가 ‘정당한 사유’ 없이 파업한 것인가?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시한다. 십수년간 화물 운송료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을 밑돌고, 화물노동자들이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운전과 과적·과속에 시달리며 목숨 걸고 일하는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 화물연대는 2005년부터 안전운임제(표준요율제)를 주장해왔고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컨테이너·시멘트 단 2개 품목에 한해 부분 도입됐다. 현재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 화물차는 2만6000여대로 전체 화물차의 5.7%에 불과하지만, 도입 이후 장시간 운전·과적 등 화물노동자와 도로 안전을 위협하던 폐단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몰제를 폐지하고, 업종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왜 정당한 사유가 아닌가?
가장 경악스러운 점은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를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조로 보지 않고 ‘파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는 10년 넘긴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노조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앞서 재능지부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2000일 넘는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들은 재능교육 본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의 적용은 받지 않지만,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노조’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2020년 부산고등법원은 전국대리운전노조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즉 법원은 근로계약에 의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인정한다.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최근 판례를 무시하고 불법 파업 운운하는 것은 노골적으로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하겠다는 수작이다. 파업 과정의 불법 행위는 현행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은 명백한 합법이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에 의거한 것이다.
현재 화물노동자의 90% 이상이 위탁이나 지입 등 계약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특고노동자다. 유엔 전문기관인 국제노동기구(ILO)는 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이 국제노동기준 위반이며, ILO 사무총장 직권으로 해당 사안에 긴급 ‘개입’한다고 밝혔다. ILO는 “경제 핵심 산업에서 장기간 총파업이 진행되어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경우를 제외하고 ‘업무복귀명령’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한다. 멀쩡한 파업을 불법이라 하지 말고, 위법한 자신의 입부터 단속하라. 그리고 거울을 보라.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자는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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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06030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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