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네 건의 국내 기후소송…“미래세대 차별 아니”라는 한국 정부

프로젝트
[세계는 기후소송 중]
국내 헌법소원은 어떻게?
헌법소원 4건 중 2건에 정부가 의견서 제출
“온실가스 목표, 미래세대 기본권 침해 안해”
독일 등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 판결 나와
헌법재판소 “아직 공개변론 등 일정 없어”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4월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4월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제기된 기후소송 네 건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와 청구 이유 추가 신청서, 답변서 등 소송 자료를 <한겨레>가 입수해 살펴보니, 정부는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은 네 건으로, 모두 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제기하는 ‘헌법소원’이다. 이는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중학생 2명 등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이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

 

지난해 법령 개정으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네 건의 소송 원고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옛 녹색성장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가 불충분해 미래세대를 포함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이런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한겨레>가 헌법재판소에 확인한 결과, 정부는 청소년기후소송과 기후위기비상행동의 헌법소원에 대한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 두 의견서에서 기후소송은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고,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환경권, 생명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가장 최근 입장이 담긴 것은 환경부 장관 이름으로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의견서다. 환경부 장관은 먼저 해당 법률은 정부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정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청구인들이 ‘법률 조항의 효력을 받지 않는 제3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중장기 감축 목표를 규정한 것일 뿐이라며 청구인들의 자유 제한, 권리 박탈 등을 초래하는 ‘직접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장관은 헌법소원 심판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각종 조치가 완벽하지 않고 청구인 보기에 미흡하더라도, 환경 보전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세대의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을 놓고서도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와 비교할 수 없다”며 미래세대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청구인인 볍씨학교 박서희(15)양이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청구인인 볍씨학교 박서희(15)양이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은 최근 들어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국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어린이와 젊은이 등 미래세대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5% 감축하게 돼 있는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2030년 이후 구체적인 감축 계획이 없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현재세대의 온실가스 감축량이 부족한 것은 미래세대의 감축량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러한 행위는 다음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의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이치선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효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위헌이라는 우리나라 판례도 있다(최소침해 금지의 원칙)”며 “기후문제와 관련해서 보면, 국제협약인 파리협정과 과학계의 합의된 수준(IPCC 보고서)에 접근하지 못하면 기본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유효하고도 적절한 조처로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낸 헌법소원 청구서를 보면, 이들은 ‘미래세계가 앞으로 더 큰 온실가스 감축량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에서는 국내 탄소예산이 2024년초 소진된다고 했다. 탄소예산은 지구 온도를 특정 온도 이상 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뜻한다.

 

 

킥보드를 타고 온 은우(가운데)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40%는 감축하는 목표(NDC)가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킥보드를 타고 온 은우(가운데)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40%는 감축하는 목표(NDC)가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protected]

 

아기기후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탈핵 법률가 모임 ‘해바라기’)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비가역적인 피해를 받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미래의 걱정도 현재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판결했다”며 “느슨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설정함으로써 미래세대에게 극심한 부담을 전가하면 미래세대의 자유를 사전에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은 일반적으로 서면으로 진행되지만, 관심사일 경우 공개변론이 잡히기도 한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26일 “공개변론 등 아직 일정이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 기자 남종영] 기사 전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529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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