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급식노동자 폐암 이상소견 1만명 달해...의심자 341명, 충격적인 검진 결과

급식노동자 폐암 이상소견 1만명 달해...의심자 341명, 충격적인 검진 결과

17개 시도교육청 폐암검사 결과 수검자 32.4% 이상소견 발생
수년째 경고했지만 충격…학교비정규직노조 검진 당사자 입장 발표
해답은 급식실 환경 개선과 인력 충원, 교육부 해결 촉구

시행 12년차에 이른 학교 무상급식에 비상등이 켜졌다.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검진결과, 노동자 30% 이상의 폐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동일 연령 여성 폐암발생률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해결을 촉구했다.

학교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17개 시도교육청이 진행한 폐CT검진 최종결과(강득구 의원실 제공, 23년 3월 7일 기준) 42,077명 수검자 중 13,653명의 폐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됐다. 수검자 중 32.4%의 폐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다. 폐암 확진자를 포함한 폐암 의심 노동자 수는 전체 341명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가 꾸준히 제기했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 21년 4월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사망 산재 최초 인정 전후로 학교비정규직노조는 꾸준히 폐암 발병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조리 시 발암물질을 줄이기 위한 급식실 환경 개선 등 구체적 해결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책임부처인 교육부가 방임하면서 문제는 더욱 악화됐다. 교육부는 이번 폐암검진 결과 역시 급식조리사 암 발생률을 축소하는 등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학교비정규직노조는 14일 오전 10시 학교비정규직노조 대회의실에서 폐암 검진결과 당사자로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폐암 확진을 받은 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했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신학기 입사한 노동자들이 노동강도를 견디다 못해 퇴사하는 일이 전국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학교 담벼락 너머로는 전해지지 않던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 정부가 함께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빠르게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인천지부의 조합원들은 폐암 확진 당사자로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두 조합원들은 각기 10년, 13년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했다. 

서울지부 조합원은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 사명감을 갖고 일한 급식실에서 몇 년 전부터 폐암 투병 동료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검사로 그 무서운 폐암이 내게도 발견됐다”며 확진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제가 폐암을 조기 발견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라며 투병으로 인한 두려움과 수술 후 후유증, 일상회복에의 어려움을 전하며 서울지부 조합원은 이렇게 반문했다. 또한 “현장에 폐암 의심 소견을 받고 두려움에 떨며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며 학교와 교육청의 대책 마련, 폐암 산재승인심사기간 단축, 정기적인 폐암 검진과 보상 지원을 촉구했다.

인천지부 조합원은 “급식실의 독한 세제 냄새, 조리흄 속에서도 오늘 아무 증상 없으니 괜찮을 거야, 나와 내 동료들은 괜찮을 거야 위로하며 버텨왔다”며 급식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또 급식노동자들이 각종 자격증과 건강검진결과, 범죄이력 확인 등을 거치고 학교에 채용됐음을 강조하며 “이렇게 정직하고 건강하다고 검증된 인력을 병들게 했다면 책임을 지라”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현장 인력부족이 심각한데도 교육부는 급식노동자 처우 개선은커녕 임시직 신청 서류조차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지부 조합원은 “급식실에서 교육당국처럼 일하면 급식 못 나갑니다. 대책 마련을 못하겠다면 급식실 현장으로 와 일주일만 근무해 보십시오”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직업병 연구 전문가로서 이번 폐CT 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이 소장은 “이번 발표는 폐암에 국한되었으나 문제는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폐 질환”이라며 급식노동자 건강권이 심각히 침해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10만명당 여성 폐암 조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발생률은 최대 16.4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결과는 폐암 의심 환자와 매우의심 환자를 포함한 수로, 폐 조직 검사와 확진 판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 결과다. 

이 소장은 아울러 급식조리실에서 발생하는 초미립자 발암물질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조리 중 발생하는 초미립자는 보통 미세먼지의 1/100 크기로 폐포를 통해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초미립자가 발암물질 전달자 역할을 하며 급식노동자의 폐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급식노동자 폐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이상 교육부는 방어적인 자세를 버리고 당장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은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이 사태를 슬퍼하는데서 끝내려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며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의 핵심요구는 ▲튀김, 전요리 등 조리흄 다량 발생 메뉴 축소 ▲23년 급식실 배치기준 상 결원 지역에 대한 시급한 인력 충원 대책 마련 ▲23년 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의결한 환기시설 개선 예산 확대 편성과 빠른 집행 ▲교육당국과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협의체 운영 ▲폐암 의심, 확진자에 대한 사후 관리와 지원 대책 마련이다.  

남궁수진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너희들의 풍족한 식사를 위해 선생님 한 분이 200인 분 식사를 만들고 폐가 망가지고 있다고 하면 어느 학생이 그런 식판을 매일 받고 싶겠습니까”라며 급식실 환경 개선을 절절히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김수정 학교비정규직노조 노동안전위원장(수석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김 위원장은 “무상급식 12년, 세계 최고 수준의 무상급식이라는 수혜는 다 구부러진 학교급식노동자의 손가락, 폐속 암세포로 이뤄진 것”이라며 노동자의 희생 감수로 학교급식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알렸다. 교육당국과 정부가 노동조합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지 않으면 폐암 예방이 불가능함을 강조하며 노동조합은 신학기 파업으로 현장을 바꿀 것을 선언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노동자의 건강권, 학생의 건강한 한 끼를 위해 끝까지 학교 현장을 바꿔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일인 15일 민주노총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 총파업 기자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3월 31일 총파업 계획을 알리고 지속적인 투쟁, 폐암 확진자와의 연대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