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엄마들 |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해양투기 맞춤형 IAEA보고서 폐기하라!
2023년 7월 5일(수) 10시 광화문광장에서 IAEA최종보고서 발표에 대응하는 기자회견에 정치하는엄마들 함께 했습니다.
|오송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발언문
안녕하세요.
정치하는엄마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송이입니다.
두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어제 IAEA가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게 괜찮다고 발표했는데요, 예상한 일이었지만 저는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이제 아이들에게 “사실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도 괜찮단다” 라고 이야기를 해야하니까요. 물론 그 사람들 말대로 괜찮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바닷물에 핵오염수를 섞은 다음 지구를 통째로 흔들어서 골고루 섞이게 한다면, 어디서든 괜찮은 수준일 수 있겠지만 당연히 일본 앞바다에서는 우리보다 더욱 진한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섞여 있을 테니까요.
10여년 전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이 유조선에 충돌해서 시커먼 원유가 바다에 콸콸콸 쏟아졌을때도 그랬습니다. 사고가 일어나고 한달정도 지나자 시커멓고 끈적였던 바다가 다시 푸른색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배를 타고 나가거나 커다란 바위에 오르면 바닷물 아래로 타르볼이 여전히 뭉쳐있기도 했고, 기름띠가 진하게 고여있기도 했습니다. 갯벌로는 기름이 스며들어서 갯가재가 지천이었지만 아무도 먹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아팟던 것은 태안 지역 초등학생들의 상태였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하루 수업을 한적이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은 온통 시커맸고 사람들의 표정은 전부다 우울했습니다. 바다가 망가진 게 타르볼이나 방향족탄화수소같은 오염물질만이 문제가 다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오염된 바다로 수입을 잃은 부모님들, 그리고 세상을 등져버린 마을 사람들을 아이들은 삼키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마을이 겪는 아픔이 아이들 그림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아이들에게 환경수업을 하려고 했지만 수업을 모두 취소하고 아이들과 공차기를 하고 빵을 구워먹는걸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핵오염수가 투기되는 일본의 어느 지역에도 아이들이 살고 있고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들이 살고 있겠지요. IAEA는 적은 양의 방사성물질은 건강에 큰 영향이 없다고 햇지만, 사람이 건강만으로 살아가지는 않더라구요. IAEA는 두려움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오염물질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회를 파괴하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것 같습니다. 태안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어린이들과 양육자들의 애틋한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것이라는 데 마음이 아픕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저는 최근에 핵오염수와 같이 방사능물질이 들어있는 액체가 핵발전소에서 주기적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액체방사성폐기물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핵발전소가 스물네개나 있고 각각의 발전소에서 액체방사성폐기물을 배출합니다.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피폭을 당합니다. 바로 경상북도 경주의 이야기입니다. 알프스가 걸러내지 못한다는 그 삼중수소가 월성 주민들에게도 검출되었습니다. 초등학생과 그보다 더 어린아이의 소변에서도 검출되었고, 그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3대에 걸쳐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에서 삼중수소가 나왔어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나왔어요. 손자가 만 네 살때 몸속에서 내부피폭 소변검사를 해서 그 어린아이 몸속에 어른들의 두세배가 몸속에 방사능이 들어있습니다.”라면서 할머니는 우셨습니다. 주민들중에는 갑상선암이 많았는데 자녀들이 연달아 수술을 하고 본인은 세 번째로 수술을 해서 병원에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고 물은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몇 명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갑상선암 공동소송에는 영광에서 126명, 울진에서 147명, 경주에서 94명, 부산에서 251명 총 618명이 함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앞에 네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입니다. IAEA는 핵오염수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처리수에는 삼중수소가 들어있는데요, 경주지역 주민들앞에서 삼중수소가 안전하다고 말할수 있습니까? 양육자로써 어린이들이 방사능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주에 사는 또다른 양육자는 기후위기로 아이들이 살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제는 바다까지 오염이 된다고 하니 이제는 무엇을 더 해야 좋겠냐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온통 바다로 둘러쌓인 제주에서 느끼는 감정은 서울에서 제가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큰 것 같았습니다. 핵발전소 지역과도 또 다른 느낌이겠지요.
제가 이 원고를 쓰고 있는데 작은애가 와서 아니 왜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도 돼? 엄마 이렇게 이야기 할 거야? 라고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가 엄마가 말하는게 뭔뜻인지 모르겠어라고 우거지상이 되었습니다. 네 결심했습니다. 저는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도 괜찮다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에 경주 피해자들이 괜찮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고 핵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누구도 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핵오염수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는 지역의 어린이와 양육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의 안전과 평화가 바다처럼 연결되어있다고 이야기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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