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 | 집중취재M] "플라스틱 마셔요" 은계지구 1만 3천 세대‥5년째 검은 수돗물

프로젝트

 

[앵커]

경기도 시흥 신도시에 들어선 만 3천 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5년째 수돗물에 검은 가루가 섞여 나오고 있습니다.

전체 상수도관 내부를 코팅한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오고 있는 건데, 시행과 감리를 맡은 LH는 이미 3년 전에 문제를 파악했지만, 지금까지 조치를 미뤄오고 있습니다.

먼저 문다영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국주택토지공사 LH가 조성한 시흥 은계지구.

1만 3천 가구 대단지 아파트로 2012년 공사를 시작해 2017년 입주했습니다.

그런데 입주 직후부터 수돗물에서 검은 가루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세면대에 물을 받으면 금세 바닥에 가라앉은 검은 알갱이가 보입니다.

필터기를 설치해도 며칠, 필터가 금방 검게 변합니다.

 

[은계지구 주민(음성변조)]
"이건 그냥 새까맣잖아요. 사람이 이게 지금 먹고 쓰는 물인 건데"

 

이런 증상은 아파트 단지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시흥시의 도움을 받아 단지 전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대형 상수도관의 거름망을 열어봤습니다.

거름망을 통과하지 못한 굵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거름망 청소를 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쌓인 겁니다.

 

[김익겸/시흥시 맑은물사업소 상수도과장]
"이거는 이제 에폭시에 속합니다. <에폭시도 플라스틱 계열인 거죠?> 그렇죠. 플라스틱 계열로 보시면 됩니다."

 

시흥시가 확인한 검은 알갱이 정체는 에폭시 코팅제.

상수도관이 녹슬지 않도록 철 강관의 내부를 플라스틱 재질로 코딩한 것인데, 이게 떨어져 나오는 겁니다.

상수도관 내부를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문제가 확연히 보입니다.

매끈해야 할 관 내부 표면은 조각조각 갈라져 울퉁불퉁하고, 물살에 떨어져 나온 크고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어지럽게 떠다닙니다.

코팅이 벗겨진 강철관은 벌써 녹슬기 시작해 곧 녹물이 나올 지경입니다.

 

[김주환/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
"납품업체에서 이게 보관을 잘못했다든지 하는 그런 물건들이 좀 섞여 들어온 거 같지 않나 생각이 들고..."

 

은계지구 아파트 단지 전체에 설치된 상수도관은 총 20km.

여기에 코팅된 에폭시 양은 20톤가량으로 레미콘 트럭 한 대 반 수준입니다.

이 플라스틱이 조금씩 각 세대의 수도꼭지로 흘러나오는 셈입니다.

이런 사실은 3년 전 LH와 시공사 계룡건설의 조사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박리, 슬라임 및 침전물 부착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라며, 스스로 "관로 교체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건 거의 없었습니다.

LH는 상수도관 교체에 필요한 연구를 하겠다며 차일피일 조치를 미뤘고, 뒤늦게 납품 업체에 소송을 걸었지만, 통상 1년의 하자보수 기간은 이미 지났습니다.

납품 업체를 선정한 조달청 역시 보수 요구를 거부한 상태입니다.

LH는 최근 상수도관 교체를 약속했지만 6천 6백 여명의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서성민/변호사]
"각 상수도관의 자재 납품 시 검사 및 검사 의무를 해태한 사실, 사후적으로도 그 원인을 알면서 적법하게 대처하지 않은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므로..."

 

에폭시 수지는 80도 온도에서 녹을 수 있고, 호흡기나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LH와 시흥시는 급한 대로 대형 여과장치를 단지마다 설치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검은 플라스틱 수돗물을 마신 지 5년, LH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 지 3년 만입니다.

MBC뉴스 문다영입니다.

영상취재: 정연철, 김승우, 임지수 / 영상편집: 김정은 /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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