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학보] 빗발치는 NO 존, 대혐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 차별과 혐오의 시작점, NO 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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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OO 존(이하 NO 존)’은 특정 집단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다. 대표적인 NO 존인 ‘노 키즈존(No Kids Zone)’이 생겨난 후 일부 식당과 카페의 출입을 제한하는 방침이 조건과 형태를 달리하며 다양해지고 있다. 노 키즈존이란 공공 출입장소에서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막는 것이며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노 키즈존 업장은 500여 곳에 달한다. 이런 노 키즈존 업장에서 연령을 제한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 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경우와 일부 공간만 제한하는 경우로 나뉘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17년 노 키즈존에 대해 “어린이 출입 금지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당시 인권위는 노 키즈존을 내건 식당 주인에게 해당 조치의 철회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아동 및 아동을 동반한 양육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인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런 인권위의 결정은 권고에 불과해 NO 존을 운영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노 키즈존의 출현 이후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NO 존의 대상이 다른 집단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노 키즈존에 이어 노인 출입을 금지하는 ‘노 시니어존(No Senior Zone)’이 등장했다. 이는 올해 초 일부 가게에서 중장년 손님들이 카페 주인에게 민폐를 끼친 이유로 ‘60세 이상 출입 금지’ 문구를 내걸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대 갈등이 깊어지면서 노인에 대한 반감이 차별과 혐오로 이어진 것이다.

 NO 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입 금지 대상이 되는 연령대를 조정해 특정 층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들도 눈에 띈다. 학생들이 시험 기간에 자주 찾는 스터디 카페 중에는 중학교 2·3학년 이하 손님을 받지 않는다며 ‘노 중학생존’ 방침을 세우는 곳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직업, 종교 등을 대상으로 한 NO 존이 등장하는 등 그 기준이 점차 세분되고 있다.

 

|NO 존을 말하는 현장의 목소리

학우의 말말말

사회복지20: NO 존은 서로 원하는 공간을 누리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 집단이 공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하죠. 노인과 아동이 NO 존을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그들이 직접 NO 존을 마음껏 비판하고 공론화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우리는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모두가 함께 어울릴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영어영문20: NO 존인지 모르고 방문했던 카페가 노 키즈존을 내걸고 있던 곳이었던 적이 있는데요. 저는 NO 존 현상이 특정 집단의 권리를 묵살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도덕적으로도 어긋난 것이죠. 또한 우리 역시도 NO 존의 배척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이는 공리주의적인 시각을 통해 바라봤을 때 우리에게도 이득이 되는 행동이 아니에요.

최민서 학우(교육심리19): 사실 저는 노 키즈존이 등장했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었죠. 예전의 저처럼 아직도 노 키즈존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요. 이런 의견들이 주류가 된다면 아이들의 권리는 길을 잃게 돼요. 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따가운 시선이 향하게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우리가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NO 걸존, NO 맨존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시민의 이야기에 주목하다

 양육자 A씨: 3살 아이를 둔 엄마지만 노 키즈존을 이해합니다. 저도 젊은 시절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공간을 조용히 즐기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런 곳에서 아이들의 소음이 시끄럽게 들리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죠. 요즘은 키즈 카페를 비롯해 놀이방이 설치된 식당 등 예스 키즈존이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저는 양육자가 이에 맞춰서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양육자 B씨: 4살과 1살 아이 둘을 키우는 30대 엄마입니다. 노 키즈존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반하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NO 존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포용력과 이해심이 부족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 같아 때로는 가슴이 아프고 두렵게 느껴져요. 저는 유아차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와 함께 수원에 위치한 카페에 방문했다가 입장을 거부당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해당 카페가 노 키즈존이어서 카페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몰상식한 양육자가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들이 태도를 바꿔야 하는 건 맞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모조리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문화라고 생각해요. 자꾸만 양산되는 NO 존 현상을 바라보면 매우 안타깝습니다.

양육자 C씨: NO 존은 사업자의 권한이라고 봐요. 자영업자가 손님을 거부하면서까지 노 키즈존을 도입한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노 키즈존으로 운영하기 전까지 힘든 일을 겪어오셨던 분들을 많이 봤거든요. 아무래도 유아차를 끌고 매장에 방문하면 다수의 손님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따라서 국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나 휴식 공간을 마련해주면 좋겠어요. 자영업자는 이를 감내할 여력이 없고 그럴 의무도 없으니까요.

어린이집 원장 류 모(48) 씨: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40대 원장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노 키즈존을 내걸 수밖에 없는 사업자들에게 충분히 공감해요. 요즘 많은 양육자의 방관적인 행동과 안전불감증이 이런 현상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는 아이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몇몇 양육자의 사례가 결국 노 키즈존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봐요.

아르바이트생 박 모(21) 씨: 저는 수제 버거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입니다. 저희 가게는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받고 있는데요. 이를 어려워하는 노인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그런 경우에는 제가 직접 도와드리기도 하는데 이때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요즘 노 시니어존이 생겨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일부 단편적인 사례만을 보고 노인분들을 판단하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아르바이트생 임 모(21) 씨: 저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이에요.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근처에 유치원이 있어 어린이들이 많고 노인분들도 많이 찾아주십니다. 노인분들 중에는 무례한 요구를 하시거나 기분 상하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도 많고, 아이들은 막무가내로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와 근무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곤란한 상황을 마주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NO 존 현상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바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NO 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NO 존이 초래한 새로운 움직임을 조명하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NO 존에 반대하는 새로운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노 키즈존 이후 등장한 ‘예스 키즈존’이 대표적이다. 예스 키즈존은 노 키즈존과 달리 어린이들을 환영하는 공간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아이들을 반기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 키즈 오케이존’ 사업을 추진했다. 이렇듯 예스 키즈존은 공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모두가 예스 키즈존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예스’와 ‘노’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유아 및 아동 교육 전문가인 경희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장경은 교수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장경은입니다. NO 존 현상은 사회 구성원들을 집단으로 구분해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인데요. 이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움직임인 예스 키즈존은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어쩌면 노 키즈존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 키즈존과 같은 현상이 우리 사회에 계속 이어지도록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죠.

 노 키즈존에 대한 문제점을 주장하면 그에 대한 반론으로 항상 예스 키즈존이 잇따라 나옵니다. 이는 예스 키즈존이 존재하기 때문에 노 키즈존이 양산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러나 예스 키즈존이 늘어난다고 해서 노 키즈존이 감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노 키즈존의 존재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죠. 예스 키즈존과 노 키즈존으로 아동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을 구분짓기 보다는 노 키즈존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오케이 키즈존 ▲예스 키즈존 ▲웰컴 키즈존에 사용되는 ‘웰컴’, ‘오케이’ 등의 긍정적인 단어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있어요. 노 키즈존을 예스 키즈존으로 바꾸자는 도입 취지와 아동을 환영하는 분위기의 확산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노 키즈존이 갖는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예스 키즈존이라는 대안으로 인해 오히려 노 키즈존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이는 결국 사회 구성원을 여러 집단으로 구분하는 방식의 사회 분열로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 키즈존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에 집중하기 보다, 노 키즈존 자체가 아동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노 키즈존은 결국 개인의 편의와 권리에 대한 주장이 강해진 사회의 분위기가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성인들의 편의를 위해 아동들의 권리가 제한되는 현상은 아동의 사회적 지위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저는 아이들에게 안전상으로 유해하다거나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모든 공간은 모든 아동을 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노 키즈존을 비롯해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NO 존을 우리는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 이 내용은 장경은 교수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자가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NO 존과 혐오로 뒤덮인 세상을 고찰하다

 수많은 NO 존의 등장으로 혐오와 갈등은 더욱 짙어져만 간다. 여기 새까맣게 타버린 세상을 되돌리고 평등을 찾고자 노력하는 ‘인권운동사랑방’ 몽 상임활동가와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각 단체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몽: 안녕하세요. 저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임활동가 몽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포괄적인 인권 의제를 다루는 단체입니다.

민아: 안녕하세요. 저는 정치하는 엄마들의 공동대표 박민아입니다. 단체 이름에 ‘엄마’라는 단어가 붙지만 사회적 모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함께할 수 있는 단체예요. 모든 영역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여러 NO 존의 등장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몽: 노 키즈존은 기본적으로 나이가 어린 사람은 ‘통제가 불가하다’는 편견에 기반한 차별입니다. 사실 이 차별은 대부분 양육자 중에서도 절대다수인 여성을 향하고 있어요. 아동을 돌보고 있는 양육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있다는 거죠. 여성 양육자들이 자녀를 통제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는 일종의 낙인을 찍는 겁니다. 따라서 연령에 의한 차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도 밀접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민아: 여러 NO 존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시발점이 노 키즈존이었다고 생 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차별이 허용되면 걷잡을 수 없이 다른 혐오 양상으로도 퍼져 나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노 키즈존이 자리 잡는다면 결국 혐오와 차별을 당연하게 습득하는 문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년 후 노 시니어존, 노 20대존 등 수많은 NO 존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이런 현상을 차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와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배척하는 세상이 돼버릴지 몰라요.

Q. 특정 집단을 배척하는 단어가 흔하게 쓰이는 등 세상을 ‘대혐오 시대’라고 표현해도 이질감이 들지 않는데요. 이런 사회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몽: 특정 사람들에게 그들을 모욕하는 이름을 붙이고 배척하는 흐름에는 ‘능력주의’와 ‘꼴찌 혐오’의 정서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대표적인 집단으로 표상된 사람이 노인인 거죠. 우리는 폐지 줍는 노인을 떠올리면 노인에 대한 혐오뿐만 아니라 내가 나이 들어서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낍니다. 그 공포에서 멀어지기 위한 마음이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기 때문에 노 시니어존과 ‘틀딱충’ 같은 표현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혐오가 만연해지면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건 결국 사회 전반의 평등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사실에 대한 감각이 많이 사라졌는데요. 저는 그런 감각을 되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아: 우선 언론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걸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NO 존은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봤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피해들을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갈등만 부추기며 혐오를 재생산하고 있죠. 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O 존은 결국 차별금지법이 있으면 생존할 수 없는 문제들이거든요. 혐오가 점점 짙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이 우리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그랬을 때도 대한민국에서 그저 두 발 딛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몽: 학내에서도 배제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같은 학교 학우 중에 배제당하는 사람은 없는지부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민아: 미디어에서 보이는 갈등 조장에 예민해야 합니다. 시청자 게시판에 불편한 마음을 남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예민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임다영 기자 [email protected]

 

📰전문 보기
https://swupress.sw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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