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 '초등생 온종일 돌봄' 화천의 실험 성공할까···학교냐 지자체냐 갈림길

프로젝트
지자체별 방식 다르게 도입 중
돌봄사, 고용 민간 위탁 전환 반대
정부 추진 늘봄학교, 이용률 낮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교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교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의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온종일 아동을 돌봐주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육아 부담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최초로 강원도 화천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돌봄 시설인 화천커뮤니티센터가 다음 달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방문해 기대감을 내비친 곳이다.

돌봄 정원은 100명으로, 1학년과 2학년 각각 50명씩이다. 운영 시간은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다. 대상 아동에게는 외국어 교실, 문해력 강화 교실, 독서와 토론,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창의 예술 등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초등학생이나 예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가운데 학교 수업 시간 전후로 자녀 돌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의 ‘2023년 범정부 온종일 돌봄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돌봄 이용을 희망하냐는 질문에 응답자(8만9004명)의 49.5%가 희망한다고 답했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 답변 비율은 30.2%였는데 4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부모가 귀가하기 전까지 아동이 학원을 떠돌아야 하고, 사교육 형편이 안 되면 사실상 방치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21대 국회 초기부터 시작됐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발의한 '온종일 돌봄 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가와 지자체에 초등 아동의 온종일 돌봄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교육부 장관이 온종일 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에 반대했다. 이들은 "공적 돌봄에 대한 책임을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맡는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며 "학부모와 학생은 교육부의 책임 아래 학교라는 공간에서 안전권을 보장받으며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돌봄전담사들의 반발도 있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45.2%에 불과한 상황에서 돌봄교실이 지자체로 이관된다면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해당 법안은 3년째 계류돼다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철회됐다. 

강민정 의원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법안 발의 이후에 학교 돌봄사분들께서 교육청 소속으로 일을 하고 계시는데 민간 위탁으로 전환이 되거나 하면 고용 불안이 생길 것을 많이 우려하셨다"며 "그런 고용 전환 관련 규정을 넣어서 조만간 재발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4월 총선 2호 공약으로 '온 동네 초등 돌봄'을 내놨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6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온 동네 초등 돌봄’ 제도를 추진하겠다”며 “돌봄센터와 학교, 어디든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에선 온종일 돌봄을 공·사립 유치원 개원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저녁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온종일 돌봄교실을 12곳에서 운영 중이다. 대전 동·서부교육지원청은 연간 23억1000만원을 들여 온종일 돌봄교실 69개원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예산이 뒷받침돼야 시민에 기여가 가능하다.

정부는 초등생의 정규수업 전후로 학교에서 바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확대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전국 6175곳 초등학교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용률이 낮다는 점이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지난해 11월 교육부와 5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학기 늘봄학교를 시범운영 하는 5개 교육청의 이용률은 0.5%에 그쳤다.

5개 시범 지역에서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는 초등학생 수는 총 119만5306명으로 3월 이용 아동 수는 8634명이었다가 4월 6151명, 5월 6492명, 6월 6451명, 7월 6141명, 8월 5933명 등으로 감소했다. 

유형별로 보면 틈새 돌봄이 가장 많았으며 아침 돌봄, 저녁 돌봄, 일시 돌봄 순으로 나타났다. 틈새 돌봄은 방과 후 수업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잠시 학교에 머물렀을 때 돌봐주는 돌봄을 뜻한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늘봄학교는 학교에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에 돌봄이 대단히 미흡하다”면서 “내년부터 온 동네 초등돌봄 시범사업을 시작해 점진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 기자 이상무]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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