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초등학생 당사자와 양육자가 바라는 ‘늘봄학교’ 발표 기자회견 <함께 가요! 아동중심 늘봄학교 “함께늘봄”>
※ 1월 19일부터 패들렛 익명 게시판 <초등돌봄, 우리가 원하는 늘봄학교>을 개설하여, 대한민국 학부모가 처한 초등돌봄의 현실과 바라는 점을 모으고 있습니다. 기사 작성에 참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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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1) 권영은 활동가 (예비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초등 돌봄교실에 떨어지고 눈길을 살살 걸어오던 날, 난감함과 답답함에 글을 썼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구요. 뭐라도 하며 보낸 지 딱 2주 되었습니다.
돌봄교실에 떨어지고, 일하는 곳에 우선 ‘일하려면 아이의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늘 다른 기자회견 자리를 빼고 이곳에 왔으니 오래 더 일을 미루긴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상의도 했습니다만, 먼 곳에 살거나 연로하신 분들의 걱정만 끼치는 일이었습니다. 50년 가까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다 퇴직했던 아버지는 “제일 설레어야 할 초등학교 1학년이어야 하는데” 안타까워하시며 “아이는 학교 안에서 머물 때 가장 안전하고 행복하다”라고 의견 달아주었습니다.
세 군데의 지역돌봄센터에 문의했지만, 한 군데는 폐업을, 8차선 도로를 건너 15분은 가야 하는 곳은 대기 17번, 25분은 족히 가야 하는 곳은 ‘멀어 올 수 있겠냐’라며 안 왔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다른 시 지역돌봄센터 이용이 가능하다면 이사를 해야 하는지도 고려했습니다.
학교에 문의를 넣기도 했습니다. “입학 통지서를 보낼 때 학생 수가 늘어날 것임을 알았을텐데 돌봄교실을 왜 늘리지 않았는지, 돌봄교실에 떨어진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부담스럽지만 입학도 하기 전에 전 교감선생님과 통화하였습니다. 현재 교실을 늘릴 공간과 재정이 없지만 1학년의 경우 에듀케어와 틈새돌봄이 운영될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유치원처럼 돌봄 선생님의 계속적인 케어와 매일 바뀌는 프로그램, 일정 시간엔 간식도 먹으며, 제가 퇴근할 때까지는 아닐 것입니다.
아이는 유치원 졸업한 지금도 유치원에서 돌봄을 받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유치원을 계속 다니게 하고 싶습니다.
입학도 하기 전에 알아버렸습니다. 1명의 전일 돌봄전담사는 행정업무에 20명의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바쁘고, 교사들은 늘봄학교를 꺼려한다는 것을요. 들어가기도 힘든 돌봄교실이지만 돌봄교실의 질과 양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데다. 급식도 프로그램도, 다르고, 제가 본 돌봄교실은 책상이 대부분인 공간에 1, 2학년이 섞여 같은 지내는 곳이라는 것을요. 아이에겐 지루한 공간, 양육자에겐 미안한 공간이 될 여지가 충분해 보였습니다. 공교육에서 이렇게 나몰라라 한 사이 사교육인 태권도와 피아노학원에서 수업과 돌봄을 살뜰히 챙겨 주었겠지요.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 돌아온 답변엔 “죄송하다”가 두 번 적혀있었습니다. 그간의 돌봄교실의 상황을 잘 살피고, 양육자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들었어야 했습니다. 돌봄교실의 수요에 따라 공급이 될 수 있게 한다거나 저출생으로 가는 예산의 불용항목을 돌봄교실로 지원하고, 돌봄의 질과 양을 늘려나가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돌봄교실에 대한 신뢰와 늘봄학교에 대한 기대가 높았을 것입니다.
그저껜 양당의 저출생 공약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현재의 돌봄 공백의 위기까지 경험해 보니 둘째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의 책 최지은 작가님이 젠더 불평등과 장시간 노동에 더해 양육의 어려움이 가중된 사회적인 이유를 말할 땐 되레 위로받았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이 추운 겨울, 각자의 방식으로 돌봄 공백을 메우러 고군분투하는 양육자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시작될 봄에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 모두에게 안전하고 아늑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생기길 바랍니다. 설렘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 발언(2) 배수민 활동가 (초등학교 학부모)
새 학년 신학기가 되면 양육자들은 마음이 바빠집니다. 하교 시간에 맞춰 엄마 아빠가 귀가할 때까지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릴 스케줄을 짜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비 1학년의 경우는 아직까지 혼자서 등하교할 수 없기 때문에, 하교 후 학원 버스로 픽업이 가능한 태권도학원, 태권도가 끝나면 그 옆에 있는 미술학원, 또 그 옆에 있는 피아노학원에 요일별, 시간별로 시간표를 짜야 해서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하교 후 돌봄이 필요한 모든 저학년을 한 학원에 같은 시간대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원이 차지 않은 시간대로, 아이가 혼자 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매일 동선을 잘 짜야 합니다. 이것도 그나마 아이가 건강할 때 이야기입니다. 휴식이나 간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등하교를 도와주거나 돌봐줄 어른이 없어서 힘든 몸 그대로 학원 뺑뺑이를 다녀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바로 달려와 줄 수 있는 직장인은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방학 중엔 더 돌봄이 절실하지만 양육자는 아이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방학은 두 달이나 되죠. 양육자가 전날 밤이나 아침에 밥을 해 놓으면 아침, 점심, 심지어 저녁까지도 아이 혼자 식사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끼니뿐만 아니라 어른의 지도, 관찰이 없으니 생활 리듬이 흐트러져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고충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학교 돌봄교실인데 이 돌봄교실마저도 안심하고 누구든지 때에 상관 없이 이용가능하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우리는 코로나 시국 속에서 돌봄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아동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교육부가 그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학교 구성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아직도 크고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물리적 공간, 예산, 인적, 물적 자원 등이 너무나 부족한 상태에서 밀어 부치는 모습이 양육자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오늘 정치하는엄마들이 발표하는 늘봄학교 요구안은 한 마디로 '법적 근거가 있는 안정된 돌봄 정책을 통해 모든 아동이 행복한 돌봄을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양육자나 돌봄 종사자의 조건에 따라 돌봄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이 돌봄을 필요로 하면 사전신청, 준비서류 따위 없이 누구든지 언제든지 안전하고 질 높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돌봄 체계에 대한 정확하고 현실적인 법률 근거를 마련하여 예산 집행이 지역 차별 없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잘 커가는 모습만 보아도 자연스럽게 누구든지 아이를 낳고 싶어할 것입니다. 저출생 문제는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육아 현실이 나와 내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는 불안감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저출생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늘봄학교라도 이번에 잘 시행된다면 그 견고한 불안감이 조금은 녹아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발언(3) 오은선 활동가 (예비 학부모)
<어린이에게 열려 있는 늘봄학교를 만들어주세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오은선입니다. 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 둘과 곧 초등학교를 다닐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입니다.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세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case1. 추첨에서 떨어진 양육자는 각자 도생의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을 번갈아 쓰고, 영유아 때부터 어린이집을 보내며 유지했던 직장이었는데, 돌봄에 떨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돌봄 추첨이 대학입시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더군요. 설마 그게 우리 가정에 닥칠 일이라는 건 생각 못했더랬죠. 더이상 쓸 육아휴직은 없고, 1시에 끝나는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양육자 중 한 명이 퇴사를 합니다. 그 대상이 여성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고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맞벌이는 못 한다더니 그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case2. 저학년 때는 돌봄에 들어가서 어떻게 버텼는데 학년이 올라갈 수록 돌봄교실에 자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선택지 없는 선택이 과연 선택이라고 할 수 있나요? 학원을 뺑뺑이 돌던 아이는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먹은 후 먹는 게 없습니다. 편의점가서 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먹고 부모님이 퇴근하실 때까지 다음 학원으로 이동합니다. 학원차가 픽업을 해주면 픽업비를 더 받더군요. 하교 후 사교육에 구겨넣은 돌봄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case3. 운이 좋아 돌봄교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들도 돌봄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돌봄에 떨어져 학원으로 가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알고보니 아빠랑만 사는 한부모 가정이라 순위가 높아서 추첨1순위라 돌봄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돌봄교실에서 만난 돌봄 전담사 선생님의 전직은 화려했습니다. 교사가 아니라고 학교에서의 대우는 형편 없어지만, 경력단절 여성이 선택할 일자리가 마땅히 없는데다가 시간제로 일할 수 있어서 근무하시게 되었대요. 돌봄 선생님은 아동심리 석사를 졸업하셨거든요. 가정문제로 인해 학교생활 적응까지 힘든 걸 아시고 미술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셨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사례는 저와 제 주변의 양육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사례는 제 조카의 사례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차별없이 열려있는 늘봄교실을 원합니다. 교사의 권위보다 마음이 따뜻해서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살펴볼 수 있는 돌봄 선생님들이 있는 늘봄교실을 원합니다. 늘봄교실에서는 건강한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늘 늦게 퇴근하시는 부모님 기다리다 지쳐서 졸릴 때 숙제 안해도 되고, 늘봄교실에서 돌봄 선생님과 숙제를 마칩니다.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도하고 춤도 추고 그림도 그리고요. 운동장에서 뛰어놀고요. 교내 놀이터도 이용하고요.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어요. 배우고 싶는 게 있으면 방과후 교실에서 배울 수 있고요.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 늘봄학교를 원합니다. 돌봄 교실에서는 놀이도 하지만, 편안한 빈백이 있어서 때로는 쉴 수도 있는 늘봄학교를 원합니다. 이 모든 걸 돈 걱정없이 안전하게 학교에서 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늘봄교실이 좋아서 학교가는 게 기대되는, 어린이들에게 열려 있는 늘봄학교를 만들어주세요. 오늘 오후 교육부가 발표할 초등돌봄 대책 안에 어린이에게 열려 있는 늘봄학교, 모두가 원하는 돌봄이 실현되는 대책이었으면 합니다.
■ 발언(4) 박민아 활동가 (초등학교 학부모)
저는 코로나가 한창 이던 시절, 저의 재취업과 함께 아이의 1학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재취업이 계획에 없던 터라 예비소집일날 방과후돌봄교실을 신청하지 못하였고 다행히 학교에서는 정규수업은 닫았지만, 긴급돌봄교실을 만들어주었고, 아이는 EBS로 EBS 선생님을 만났지만, 아침 9시면 학교에 긴급돌봄교실로 향했습니다. 그 당시 긴급돌봄교실은 누구나, 돌봄공백이 있는 아이들을 맡아주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생각합니다. 재취업에 성공했고, 어찌되었든 돌봄을 위탁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는 점점 돌봄교실을 힘들어했고, 가기싫다고 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돌봄교실을 보낸다고 끝이 아니구나.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돌봄교실을 만들어 줄 순 없을까.
학교의 정상화에 따라 긴급돌봄은 사라졌고, 학교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하던 긴급돌봄교실에 보내던 저는 또다시 멘붕이 오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아 주변에 돌봄교실을 보내고 있던 양육자들이 있었고, 양육자들에게 물어물어 학교에 전화로 문의한 후 학교에서는 본인들의 업무가 아니니, 돌봄전담사와 직접 통화해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돌봄전담사님의 돌봄교실 번호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몰랐습니다. 학교와 돌봄교실이 이렇게 이분화 되어있었다는 것을.
돌봄교실은 이미 아이들이 다 차있어서 대기를 해야 한다고 했고 대기를 걸어놓고 마냥 기다리는 날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아, 차례가 되어 돌봄교실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빠지는 날에는 담임선생님께 체험학습신청서를 내었습니다. 저는 그때 ‘아이가 학교에 빠지면, 학교 구성원들에게 모두 전달이 되겠지’라고 너무 학교를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봄전담사 선생님께 전화가 오셨고, 아이가 학교에 빠지게 되면 돌봄교실에도 알려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왜? 라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담임선생님께 말했는데요, 라는 말은 왜 이유가 되지 않았는지. 담임선생님과 돌봄전담사는 소통을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답답했습니다. 아이는 돌봄교실이 싫다하고. 양육자는 보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학교는 깜깜이고. 정규수업과정이후 아이가 어디 머물고 있는지. 돌봄교실에는 잘 갔는지 알 수 없고. 돌봄교실은 왜 아이가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이 되어주지 못하는지.
그래도 많은 양육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는 배부른 소리라 이만 마치려 합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아서, 정말 운이 좋아서.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으니까요. 양육자에게 노동의 생사가 달린 일을 언제까지 운에 맡겨야 합니까.
■ 발언(5) 최서연 활동가 (예비 학부모)
저는 아들 쌍둥이를 양육하고 있는 예비학부모입니다.
지금은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럴 수 없었다면 양육을 도와줄 가족이 없는 저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었을 거라고 자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즉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때쯤이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정부의 정책은 안정성을 가져야 합니다.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양육자인 국민이 돌봄교실에 뽑힐지 안 될지에 마음 졸이며 불안하게 살아가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무게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둘째, 정부의 행정은 연속성을 가지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영유아돌봄까지는 온종일돌봄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해놓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갑자기 돌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정책의 연속성이 결여된 분절적 체계이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셋째, 정부는 탁상행정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인 저출생대응정책에 기대지 말고 돌봄정책에 있어서의 혁신성과 통일성을 제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늘봄학교'라는 이름으로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는가라는 기대감을 주는 듯 했지만, 정책의 구체성과 포괄성, 현실성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탁상행정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또한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통합적인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일부터 선행되어야지 당장 애낳으면 얼마 주겠다는 대증적 처방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동료시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복지국가가 되려면 가족체계 안에서 더이상 해결되기 어려운 돌봄의 사회화를 국가가 완성시켜 주어야 합니다. 부디 모두가 결혼과 임신, 출산, 양육을 타의에 의해 포기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늘봄학교 요구안>
아동과 양육자가 바라는 “함께늘봄”
1. 모든 아동을 위한 늘봄학교
1-1. 맞벌이·외벌이 차별 없는 돌봄 제공
- 보편적 복지로서 늘봄학교 실현을 위해, 초등돌봄교실 이용 자격을 전면 폐지해야 합니다.
△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등 돌봄교실 지원 자격 폐지
△ 다함께돌봄센터와 마찬가지로 돌봄교실 이용 대상 전 학년으로 확대
1-2. 수요에 따른 돌봄서비스 공급
- 초등돌봄교실 경쟁률 등 학교돌봄 수요·공급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전면 공개하고, 탈락자 발생 없이 수요에 따른 돌봄서비스 제공이 이뤄져야 합니다.
△ 늘봄학교 이용을 원하는 모든 학생에게 학교돌봄 제공
△ 교육부: 2023학년도 학교별 초등돌봄교실 경쟁률(지원자 수, 탈락자 수 등) 전수조사 및 홈페이지 공개(24년 3월까지)
△ 교육(지원)청: 2025학년도 학교별 초등돌봄교실 부족문제 해소 계획(공간, 예산, 인력 등) 취합 발표(24년 6월까지)
△ 각급 학교: 학기·방학별 초등돌봄교실 및 방과후학교 경쟁률 정보(1학기·여름방학·2학기·겨울방학) 학교 홈페이지 공개
1-3. 아침돌봄(7~9시)·저녁돌봄(17~20시)의 현실화
- 아침·저녁돌봄 내실화로 돌봄공백 없는 늘봄학교 실현
△ 아침돌봄: 돌봄전담사 미충원 시 학교 도서관 개방 등 조기 등교 학생을 위한 열린 공간 마련
△ 저녁돌봄: 석·간식 제공 및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2. 아동이 행복한 늘봄학교
2-1. 아동 친화적 공간 조성
- 아동의 행복추구권에 기반하여 초등돌봄교실 공간을 조성해야 합니다. 아동 발달과 장애 유무를 고려하여 활동에 적합한 공간의 크기·밝기·안전을 고려한 설치 기준과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역별·학교별 편차를 줄이고, 아동 친화적인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 다함께돌봄센터 면적기준(아동 1인당 3.3㎡ 이상)에 준한 생활공간 보장
△ 바닥 난방, 좌식 탁자, 침구류, 환경친화적 교재·교구 구비 등 아동이 놀 권리와 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공간 조성
2-2. ‘1 돌봄교실 2 돌봄전담사’ 배치
- 방과후학교와 병행하는 ‘틈새돌봄’의 특성상 학생 출입이 빈번하고, 하교시간이 제각각인 초등돌봄교실의 현실 속에 아동의 안전권과 돌봄전담사의 노동권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2 전담사 제도’는 돌봄의 질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입니다.
△ 돌봄교실 인력 배치 기준을 학생 10명 당 돌봄전담사 1명으로 상향 (학생 10명 초과 시 돌봄전담사 1명 추가 배치)
2-3. 학교급식법에 따른 양질의 급식 제공
- 늘봄교실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학교급식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늘봄교실도 안전하고 건강한 식생활 기준을 도입해야 합니다.
△ 학교 또는 교육지원청 소속 영양교사가 늘봄학교 급·간식 관리
△ 방학에도 도시락·매식 대신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한 급식 제공
2-4. 갈등 상황 발생 시 학교의 적극적 개입
- 늘봄학교에서 갈등 발생 시 돌봄전담사·방과후학교 강사에 미루지 않고, 학교가 적극 나서 해결합니다.
△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관계회복 프로그램’ 적극 활용
※ ‘관계회복 프로그램’이란?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갈등 발생 시 이해, 공감, 소통, 치유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각 시도교육청은 ‘관계회복’, ‘갈등조정’, ‘화해조정’과 같은 용어가 들어간 프로그램이나 지원단을 운영하거나, 관련 전문 기관에 위탁하여 해당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2-5. 돌봄전담사, 방과후학교 강사 연수 지원 등
- 늘봄학교 종사자의 자질, 소양,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교육훈련·연수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설 점검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문제점 발생 시 즉각 살펴보고 개선하도록 애써야 합니다. 그럼에도 갈등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시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개인이 아닌 학교가 대처’하는 종합적인 노력을 기울이길 바랍니다.
3. 법률에 근거한 안정적인 늘봄학교
3-1.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늘봄학교의 법적 근거 마련
- 돌봄권은 학생과 양육자의 헌법적 권리이며, 안정적인 학교돌봄 제공을 위하여 늘봄학교(초등돌봄교실+방과후학교) 운영은 학교의 법률적 의무로 규정되어야 합니다.
△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늘봄학교 법제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예시
제23조의3(방과후학교 등) ① 학교는 정규학습시간 전후 또는 휴업일 중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하 “방과후학교”라 한다)을 운영할 수 있다. ② 초등학교의 경우 정규학습시간 전후 또는 휴업일 중에 돌봄을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시설(전용 또는 겸용교실 등)에서 돌봄 위주의 프로그램(이하 “초등돌봄교실”이라 한다)을 운영하여야 한다. ③ 교육부장관은 방과후학교·초등돌봄교실(이하 “방과후학교등”이라한다) 운영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여야 하며,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이 정한 범위에서 지역의 실정을 고려하여 방과후학교등의 운영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 ④ 교육감은 방과후학교등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계획이 포함된 방과후학교등의 운영 지원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
3-2. 교육당국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 늘봄학교가 보여주기식 정책홍보로 그칠지 아닐지는 행정적·재정적 지원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 교육부(청): 초등돌봄교실 경쟁률이 높은 지역부터 우선하여 충분한 예산 투입
△ 교육부(청):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위한 비용추계 및 공개(24년 6월까지)
<기자회견문>
함께 가요! 아동중심 늘봄학교 “함께늘봄”
- 초등학생 당사자와 양육자가 바라는 늘봄학교는 이렇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국가의 돌봄책임이 강화되었으며,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교육복지의 패러다임은 전환했습니다. IMF 이후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학교 내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해 도입·확대해 온 교육복지 정책은 이제 ‘결핍모형’을 벗어나, 모든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성장모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정규 교육과정 전후의 학교돌봄 제공은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입니다. 2025년부터 전국의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양질의 교육·돌봄(에듀케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지지합니다. 아동 권리 중심의 늘봄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교 구성원(학생·양육자·종사자·책임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늘봄”을 외치는 것입니다.
늘봄학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학교공공성 정책입니다. 2023년부터 시범운영 중인 늘봄학교는 제도 중심이 아닌, 아동 중심의 맞춤형 돌봄 체계로 확립되어야 합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엄혹한 사회환경을 상기하며, 아동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늘봄학교의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2023년 겨울방학과 2024학년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초등돌봄교실에 지원해서 떨어졌다는 절망과 탄식, 분노와 원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동의 돌봄권을 ‘뽑기 운’에 맡겨야 하는 대한민국의 척박한 돌봄 현실은 2024년에도 여전히 재현되고 있습니다. 돌봄의 질은 고사하고 아동이 필요로 하는 돌봄의 양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교돌봄의 공백은 아동과 양육자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아동과 양육자가 바라는 늘봄학교는 이렇습니다. △맞벌이·외벌이 등 차별 없이 누구나 이용하는 늘봄학교 △탈락자 없이 희망 학생 누구나 수용하는 늘봄학교 △놀 권리와 쉴 권리를 보장하는 안락하고 쾌적한 늘봄학교 △‘1 돌봄교실 2 전담사’ 제도로 안전한 늘봄학교 △학교급식법에 따른 양질의 급·간식, 방학 중에도 급식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등 “함께늘봄”이 나아갈 방향을 교육부에 제안합니다.
아울러 정부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책임지겠다는 늘봄학교 정책이 장시간 노동국가, 과로사회 대한민국이 쥐어짜 낸 고육지책에 불과함을 자성해야 합니다. 돌봄공백·돌봄지옥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노동시간 단축입니다. 아동이 하루 13시간 이상 학교·학원·기관을 전전하지 않도록,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권 보장을 촉구합니다.
돌봄과 교육은 사람과 사람, 그 관계에 기반합니다. 우리는 아동들이 학교 구성원들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전 생애에 걸쳐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깨우치고, 자기 자신과 다른 존재를 돌보는 공동체의 관계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동과 양육자, 늘봄학교 종사자가 함께 행복하지 않으면 늘봄학교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늘봄학교의 당사자인 아동과 양육자들은 보여주기식 정책홍보가 아닌, 돌봄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2024년 늘봄학교 추진계획’이 발표되길 바랍니다.
2024년 1월 24일
정치하는엄마들
<기자회견 현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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