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4월 역대 최고 더위... '뜨거워진 지구' 재판 시작된다
▲ 서울 구일초등학교 4학년 이예솔양이 기후소송 공개변론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보내는 손편지 내용. | |
ⓒ 이예솔 |
지난 14일 서울 낮 기온은 29.4도까지 오르면서 1907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 가장 더운 4월 중순으로 기록됐다. 또한 지난 9일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S3)에 따르면, 지난 3월 평균 지구표면기온은 14.14도였는데, 이는 기상관측 사상 3월 평균 기온 최고치였다.
기후위기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린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이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미흡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담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그 시행령 일부 조항 등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지 4년 1개월 만이다([관련기사] 4년 전 기후위기 소송 청소년 "올해 나도 투표, 22대 국회 정말 중요")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으로 기록된 이 소송에서 청소년들은 관련 법률과 시행령이 생존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치하는 엄마들, 기후위기비상행동, 녹색당 등에서도 기후소송을 제기했는데, 헌재는 여러 기후소송을 묶어 23일 오후 공개변론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심판대상 주요 조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도록 한 탄소중립법 8조 1항과 그 시행령 3조 1항 등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도 심판 대상이다. 이 계획은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낮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2020년 3월 아시아 최초로 청소년 주도 기후소송이 제기되었다. | |
ⓒ 청소년기후행동 |
기후소송 원고 "대한민국 감축 목표는 기본권 침해"
정부 "수출집약적 산업구조.. 온실가스 감축 어려워"
기후소송 대리인단은 공개변론에서 "현재 예상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포함하는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의 침해를 야기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대리인단은 또한 변론요지서에 "대한민국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기후과학과 국제법이 요구하는 1.5도 온도제한목표에 현저히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반한다", "2010년 대비 2030년 감축률을 비교할 때 대부분 선진국은 40-60% 수준의 감축목표를 설정했으나 대한민국은 27%에 불과하다. 과학모델에 따른 분석은 대한민국의 감축목표가 지구 온도를 3도 상승시키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라는 내용도 담았다.
반면 정부는 "대한민국은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법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왔으므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다"라는 주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전문가 의견도 청취한다. 기후소송 대리인단은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국제경제법 전문가인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전문가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정부는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 유연철 전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를 신청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후소송 판결이 나오고 있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과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각각 네덜란드와 독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23년 미국 몬태나주와 2024년 유럽인권재판소에서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후소송 대리인단 윤세종 변호사(플랜 1.5)는 "지난 4년간 세계 곳곳에서 정부의 느슨한 기후대응이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법원의 판결들이 나왔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판단이 이루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30년까지 얼마나 많은 감축을 하는지가 기후변화 대응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본격적인 기후대응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청소년기후행동, 정치하는 엄마들, 기후위기비상행동, 녹색당 등 기후소송 원고단은 기후변화를 염려하고 헌법재판소의 긍정적인 판결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재판관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받는다.
손편지를 작성한 시민들은 공개변론 전날인 22일까지 기후소송 원고단(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71, 3층 '기후소송 사서함' 담당자 앞)에게 보내면 된다.
▲ 2023년 6월 20일 미국 몬태나주 기후소송을 주도한 청소년 원고들이 몬태나주 법원으로 향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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