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부디 버티어 주소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혐오 표현은 명백한 폭력이다. 나는 2011년부터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해온 ‘지킴이’이고, 강정평화네트워크 활동가다. 나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폭력을 반대하고,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혐오에 맞서 싸운다. 내 생각에 평화란 ‘공존하는 상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이 평화운동의 난해하고도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혐오는 평화의 적이다. 타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소거하기 위해 존재를 혐오하게 만든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광기를 보라. 전쟁의 명분과 당위성을 날조하고 살인과 학살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용돼온 것이 바로 ‘혐오’라는 도구다. 혐오는 우리 생각보다 더 잔인하고 더 강력한 폭력이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는 폭력적인 사회이고,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사회다. 성소수자만 혐오하는 사회는 없다. 우리가 혐오를 경계해야 할 이유, 혐오에 동조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될 이유다. 공동체는 공존을 지향할 때 건강성을 유지한다. 반면 혐오는 공동체를 급격히 병들게 하는 난치의 신종 바이러스다. 지난 4월 충남과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고, 경기도의회(더불어민주당 77석·국민의힘 76석·개혁신당 2석)도 폐지 절차를 밟고 있으니, 이 고전염성의 질병을 어떻게 퇴치할지 당장 머리를 맞대자.

 

 

"나는 어른이자 엄마 그리고 평화활동가로서 모든 어린이·청소년이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사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혐오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약속한다."

 

 

나는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다. 혐오 사회 안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 특히 학교가 혐오에 잠식되면 안 되는 이유다. 미국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stopbullying.gov’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상의 괴롭힘(Bulling, Harassment)은 우울증, 불안, 자해, 알코올 및 약물 사용 및 의존, 공격성, 폭력이나 범죄 연루 등을 유발하고 자살에 대해 생각하거나 시도할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023년 발표한 ‘청소년 위험 행동 설문조사’에서 이성애자 그룹의 12%가 학내 괴롭힘을 당한 반면, 성소수자 그룹은 23%로 두 배 가까이 학교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가 더욱 심한 한국의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가정 안에서의 혐오 경험으로 탈가정하는 사례 또한 많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교가 성소수자 청소년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탈가정·탈학교를 예방하는 공적 기능을 해야 한다. ‘stopbullying.gov’는 학교에서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의 이유로 차별받은 학생이 교육부 민권 사무국 또는 법무부 민권부에 진정하도록 안내한다. 한국도 학생인권법·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정부가 성소수자 청소년을 직접 보호해야만 한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월 17일)을 맞아, 나는 어른이자 엄마 그리고 평화활동가로서 모든 어린이·청소년이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사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혐오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약속한다. 성소수자 청소년이여, 부디 버티어 주시기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주간경향 |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전문 보기
https://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2405171600001&code=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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