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왜냐면] 공익제보 교사의 강제전보…학교 판 ‘입틀막’인가
김진 |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집행위원장·부명중 교사
서울시교육청 앞, 뜨거운 태양 속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 한 교사가 오늘도 외칩니다. “ㄱ학교 성폭력 사안, 제대로 해결하라!” “성폭력 피해 학생과 공익제보자 보호하라!”
처음 지혜복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몇 번이나 다시 물어야 할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교사가 학교를 이동할 때 기준은 본인 의사이거나, 다음 연도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교과 교사의 숫자입니다. 현재 사회과 교사가 2명 있는데, 내년에 교육과정상 2명이 필요하다면, 사회과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결정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생 수가 줄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ㄱ중학교는 그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청은 인사이동 때 사회(일반사회, 지리)와 역사를 합쳐서 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회와 역사는 엄연히 다른 과목입니다. 사회과 교사를 이동시키고 역사과 교사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치게 한다면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아예 다른 교과에 행정 편의로 만든 기준을 고집하면서,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인사이동시킨 것은 ‘행정 폭력’입니다. 교육청이 지혜복 선생님을 이렇게 무리하게 인사이동시킨 것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ㄱ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있었던 성폭력 해결 과정에서의 문제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합리적 의심은 확신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자치 업무를 하면서, 학생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자치활동의 한계를 경험하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의 인권이 신장되어 교사가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주체였던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말뿐인 ‘학생 자치’ 속 학생회 사업은 친구들과 추억을 만드는 이벤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활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개별 구성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문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학교 문화가 가지는 한계이며,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ㄱ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과 이를 둘러싼 학교 안의 모든 일 역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드러내고,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지혜복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바로 교육청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과 중부교육지원청은 지원은커녕 힘을 합쳐 지혜복 선생님을 ㄱ중학교에서 밀어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에는 반대하면서 학생인권을 위한 실질적 조치는 거부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태도는 서울시교육청 판 ‘입틀막’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모든 일의 기본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생에게 ‘이롭게’ ‘의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사회과 교사가 아닌 역사과 교사가 교육하는 것이 학생에게 이로운 일일까요? 피해 학생의 편에 서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교사를 쫒아내는 것이 학생에게 의로운 일일까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자인 지혜복 교사를 ㄱ학교로 돌려보내고, 성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다시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교육청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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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455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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