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잘못된 방향의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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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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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일시 |
2024. 7.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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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
사무국 |
010-3693-3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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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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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일시 |
2024. 7. 3. |
총 20매 (별첨 0건) |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잘못된 방향의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 |
■ 기자회견 개요
- 일시와 장소 : 2024년 7월 2일(화) 오전 10시 / 여성미래센터 소통홀
- 공동 주최 : 여성노동연대회의, 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주4일제 네트워크 외 14개 단체
- 프로그램 (※사회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ㆍ발언 1 : 돌봄 담론적 문제 제기 : 충남대 경제학과 윤자영 교수
ㆍ발언 2 : 성평등이 삭제된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한국여성단체연합 오경진 사무처장
ㆍ발언 3 :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의 대책이라는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 : 가족구성권연구소 나기 공동대표
ㆍ발언 4 : 노동현장의 성평등 실현에 대한 고민 없는 대책으로서의 문제 제기 : 한국여성민우회 보라(박지수) 활동가
ㆍ발언 5 : 노동시간 단축 및 노동자의 생활시간 확보에 대한 대안 없는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김종진 이사장
ㆍ발언 6 : 공적돌봄체계의 부재 및 삭제에 대한 문제 제기 :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ㆍ발언 7 :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착취를 목적으로 한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 가사·돌봄유니온 송미령 사무국장
ㆍ발언 8 : 소득 제한없는 대출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서의 문제 제기 :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활동가
ㆍ발언 9 : 49세까지의 여성의 난임을 지원하는 대책에 대한 건강권의 문제 제기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ㆍ발언 10 : 공무원이 법집행 현장에서 말하는 법제도의 문제 제기 : 공무원노조 박시현 여성위원장
ㆍ기자회견문 낭독 |
■ 발언문
[발언 1]
저출생의 원인 판단에 대한 담론적 문제 제기
윤자영(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며 윤석열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라는 진단이 무색하게 인식과 대책은 피상적이다.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접근은 불평등과 불안을 초래하는 사회 구조와 일터와 일상에서의 성별, 계층, 인종, 지역 간 심화된 갈등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할 위험을 내포한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한국의 현실은 우리가 돌봄과 돌봄 노동, 가족과 시장에서 돌봄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우하는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경제 성장과 물질적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 체제는 돌봄의 위기를 초래했다. 물질적 생산과 소비에 모든 자원의 투입을 우선시하는 경제 패러다임은 돌봄을 위한 자원의 확보와 공평한 분배를 가로막음으로써 돌봄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돌봄에 시간을 쓰면 쓸수록 개인이 떠안게 되는 여가 시간의 희생, 평생 소득의 손실, 노후 빈곤은 젊은 세대가 출산과 양육을 기피하는 주된 원인이다. 한정적인 시간 자원을 가진 개인에게 시장 경제 참여를 통한 자립과 성공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타인을 돌보는 데 시간과 노력을 쓰려는 사람은 없다. 여성을 주된 돌봄 책임자로 지정하는 제도적 관행과 성별 고정관념은 여성이 그 돌봄의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해왔다. 이제 스스로의 생존조차 힘겨운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돌봄을 회피하는 것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당연하고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돌봄을 경제 활성화와 취약 계층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수단화해왔다. 저출산 고령화가 야기할 노동력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여성 인력을 경제 성장의 잠재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돌봄을 여성의 경력 단절을 야기하는 걸림돌로 판단했다. 2000년대 이후 추진한 돌봄의 사회화, 즉 사회서비스 정책은 돌봄에 대한 공적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지만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 시장화로 귀결되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하고 돌봄 노동자는 고용 불안과 최저임금에 가까운 보상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의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한다는 미명 하에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을 경시해왔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은 나가서 일하고 돈 버는 시간 동안만 아이를 돌봐 줄 뿐, 나머지 돌봄은 개별 가정이 알아서 해결하느라 부모는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다. 돌봄의 사회화 정책은 가정, 사회, 지역, 시장을 연결하여 돌봄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재생산 체계를 고민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돌봄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생산성에 대한 편협하고 부당한 인식이 돌봄 일자리와 서비스 정책의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돌봄의 생산성, 즉 근로자 한 명이 생산하는 산출(부가가치)을 측정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대인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돌봄 제공 과정의 특수성은 돌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돌봄 서비스의 품질을 낮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돌봄 서비스라는 산출물의 부가가치는 제대로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곧 서비스의 생산성으로 등치된다. 돌봄의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것은 돌봄 노동에 책정된 임금이 낮기 때문이고, 재정 투입 돌봄 일자리의 수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이므로 돌봄의 낮은 생산성은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돌봄은 그 사회경제적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려운 공공재이다. 공공재의 가치이자 편익은 직접 생산하고 소비한 개인을 넘어, 잠재 성장률이나 고용율의 증가로 환원할 수 없는 사회 전반에 걸친 편익을 창출한다. 돌봄을 제공하고 제공받는 당사자 간의 교환과 거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지역사회, 사회 전체의 안녕과 번영을 가져온다. 돌봄의 편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나타나고 장기에 걸쳐 창출되므로, 그 진정한 가치는 과소평가되기 쉽다. 가치가 과소평가될 때 돌봄 노동에 대한 응당한 보상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돌봄 노동을 하는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데 비해 편익을 누리는 무임승차자만 득실대기에 누구도 돌봄을 하지 않는다. 저출생은 돌봄이라는 공공재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그 책임과 의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그에 따른 불이익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하지 못했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가정과 시장에서 돌보려는 사람이 감소하자 돌봄의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돌봄의 비용 증가를 우리는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인 여성이나 이주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결해왔다. 해외에서 싼값에 수입한 인력을 돌봄 시장에 투입하는 해결책은 단기적으로 임기응변은 될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위기를 지연시킬 뿐이다. 돌봄은 무엇보다 돌봄을 조직하고 공급하는 자생적인 공동체의 생성과 발전을 가로막는다. 돌봄을 무보수나 싼값으로 여성과 취약계층에게 전담시키는 시장 경제 중심의 사고를 지양하고, 가족, 시장, 기업, 국가가 가정과 시장의 돌봄을 조화롭게 연결하고 북돋을 수 있는 ‘돌봄 경제’를 중심에 놓고 돌봄의 책임과 의무를 공유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일부 근로자에만 유효한 일·가정 양립 정책, 저렴한 돌봄 서비스 공급, 돌봄과 양육을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특권으로 만드는 정책은 여성과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이주민,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 간 갈등만 조장한다. 인간에게는 경제적 자립과 자조 말고도 협동과 돌봄의 욕망도 함께 존재한다. 국가는 모든 사람이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시민의 보편적인 권리와 의무로서 돌봄을 핵심적 가치와 역할로 정의해야 한다. 돌봄이 즐겁고 건강하게,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발언 2]
성평등이 삭제된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대한민국은 2024년 기준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 146개국 중 94위, 성별임금격차는 2023년 31.2 퍼센트로 OECD 평균의 2배를 넘는 수준이며, OECD가 통계 계측을 시작한 이래 27년째 1위를 지속하는 국가입니다. 대선 당시 윤석열 정부는 한국사회에 성차별은 없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청년 공약으로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 폐지를 내세우고, 성별갈등 프레임을 설정하고 부추겼습니다. 여성폭력 방지 사업 및 피해자 지원을 예산 대폭 삭감했으며, 각종 정책 언어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지웠고, 24년 동안 일터에서 성차별과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최전선에서 지원해왔던 민간고용평등상담실를 폐지했습니다. 성평등 가치를 추구하는 여성단체들, 그리고 수많은 한국 시민들이 함께 지난 40여 년 동안 힘겹게 진전시켜 왔던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순식간에 퇴보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국가비상사태’라면서 모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엄포하며,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이어, 급기야 어제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에 관한 구체안을 내놓았습니다.
저출생은 한국사회 복합적 사회위기의 결과이자 현상입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한민국이 시민들에게 과연 어떤 사회인가 그 근본구조를 총체적으로 되돌아봐야 합니다. 현재의 청년들, 특히 한국 여성들의 인식 변화에 비해 여전히 지체된 이성애/가부장제 중심 전통적 가족규범, 가족 내 가사/돌봄 노동에서의 성별 불평등,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질서 속 여가와 쉼을 담보로 한 장기노동 관행과 일터 내 성차별, 소수자 집단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불평등의 심화, 여성이 최소 3일에 한번씩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회, 60퍼센트가 넘는 여성노인 빈곤율. 한 마디로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사회,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회,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입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적극적이고 합리적인선택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들 중 많은 수는 결국 대기업/정규직 종사자 중심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갈 육아휴직 확대 정책, 결혼하면 세금 깎아주는 정책, 종합부동산세 낼 때 결혼하면 10년간 다주택자 적용 안 하겠다는 정책, 종교단체나 지자체를 통해 청춘 만남의 장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결혼·출산 시기를 앞당기겠다며 대학교 학사부터 박사 과정을 통합하겠다는 정책을 보고 자신의 선택을 결코 되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저출생을 진정으로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한다면, 저출생을 ‘인구문제’로 단순 치환하고 청년들을 전통적 가족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정책, 출산을 조건으로 한 현금성 지원정책, 기계적인 생식기능 지원 사업에서 벗어나서, 정작 한국사회 현 구성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인권을 보장받으며 지속가능한 사회, 누구든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살 만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출발부터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국가가 설정한 ‘저출생 비상사태’ 프레임 외에, 지금 여성들이 생각하고 있는 한국사회 심각한 위기는 무엇인지 살피십시오.
저출생을 진정으로 ‘반전’시키고 싶다면,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취임 지난 2년 동안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각종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지운 것, 한국의 시민들을 넘어 유엔과 국제사회까지 극심히 우려하고 있는 거듭된 ‘성평등 정책전담부처 폐지’ 시도, 그리고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성별갈등 프레임을 조장하고 굳히며, 연대와 상생, 평화라는 단어 대신, 무한경쟁과 대립, 혐오, 차별의 방향으로 몰아감으로써, 이 사회를 더욱 살 만하지 않은 사회,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로 만들고 있는 점, 그럼으로써 더욱더 여성들이 생존 전략이자 인생의 너무나 합리적인 결정으로써 비출산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는 점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반성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구조 재편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 인권 관점은 필수적입니다. 한국사회 구조적인 젠더불평등을 해소하고, 성평등한 관점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이행해 나갈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발언 3]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의 대책이라는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
가족구성권연구소 이유나 공동대표
정부는 ‘인구국가비상사태’라는 말과 함께 다시 국민들에게 ‘결혼’하고, 그 관계 안에서 ‘출산’하고 ‘양육’을 하는 것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양육은 공동체의 책임을 원칙으로”라는 정부 대책에 적힌 한 줄처럼, 한 사회에서 새로운 구성원이 태어나고, 그가 어떤 양육자에게서 태어났는지 운에 기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까지 공동의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고 있는 결혼-출산-양육-일가정양립이라는 도무지 변화하지 않는 이 인구정책의 세트구성은 오히려 어떤 양육자에게서 태어나는지에 따라 공동의 자원을 배분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오로지 운에 의해서만 살아남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결혼 베네핏을 주겠다며 혼인신고 시 특별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자산양도에 따른 비과세 기간을 연장하는 특례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미 2024년 1월 1일부터 혼인이나 출산을 사유로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최대 1억원까지 증여받는 금액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도록 하는 법을 시행한 바 있다. 출산은 혼인, 즉 이성애법률혼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 결혼과 그 출산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은 이성애법률혼 관계가 아닌 수많은 관계들을 사회적 불평등 속에 남겨둔다. 또한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기반도 법률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알아서 물려주라는 메세지를 더 강하게 던지고 있다.
주거안정에 대한 관점은 어떠한가.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신혼부부, 출산가구, 다자녀가구에게 청약요건을 완화하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그 분양대금을 감당할 수 있는 노동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생산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 애초에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존재들, 질병이 있거나 속도가 느리거나 장애가 있는 존재들은 이 확대된 분양제도가 고려하고 있는 대상이 아닐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이 한시적으로 폐지되는 것이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인가? 개별 가구들이 결국 대출을 통해서만 주거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미래소득을 전제한다. 주거 공공성이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가정양립은 결국 주거공공성으로 위장된 대출 정책을 위해 노동시장으로 노동자를 빠르게 복귀시키기 위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저출생 대책 속에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나이가 어린 사람이, 가난한 자가, 장애가 있는 사람이, 미등록 이주민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환대받을 수 있을까? 이성애법률혼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단지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정주공간을 가지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람의 ‘정상성’을 규정한다. 이성애 정상성에는 이미 나이,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조건의 정상성이 결부되어 있다.
우리는 이혼을 할 수도 있고, 결혼하지 않은 채로 아이를 키울 수도 있고, 친부모가 아이를 돌볼 상황이 되지 않아 위탁부모로서 아이를 돌볼 수도 있고, 조카를 돌볼 수도 있고, 친구의 아이를 함께 양육할 수도 있다. 아이가 아플 때 연락이 안되거나 올 수 없는 친권자를 찾아 발을 동동거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고 있는 그 사람이 시급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행정적인 절차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가족돌봄휴가’가 아니라 ‘돌봄휴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 결혼-출산-양육이라는 단선적인 생애주기를 상정하고 법적 가족만이 돌봄에 개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하는 돌봄 정책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생애변동성이 강해지고 돌봄에 관여하는 관계가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노동의 유연성보다 돌봄 정책의 유연성이다.
국가는 ‘어떤 아이’를 국가의 미래와 연결짓고 있는가? 그 안에 장애를 가진 아이, 성소수자의 아이, 결혼하지 않은 가정의 아이는 포함되어 있는지.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내포하고 있는 아이를 낳고 돌보는 자의 정상성뿐 아니라 돌봄을 받는 존재의 정상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또한 출산과 양육에 공공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출산과 양육에 돌봄의 자원을 모두 집중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 속에서 결혼하지 않은 자, 아이를 낳지 않는 자는 돌봄과 전혀 관계없는 존재로 상상되며 국가의 미래에 생산적이지 않은 존재로 낙인찍힌다. 돌봄의 논의가 출산과 양육을 포함하여 상호의존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우리는 정상성 규범에 붙들리지 않는, 시민 모두에게 도래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발언 4]
노동현장의 성평등 실현에 대한 고민 없는 대책으로서의 문제 제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보라(박지수)
지난 6월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 대책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예상대로 성평등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다. ‘일·가정 양립’이라고 허울 좋게 말하기는 했으나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 가사와 돌봄을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성역할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없었습니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낮은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어 육아휴직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합니까.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2023년 기준 45.5%로 남성보다 15% 이상 높습니다. 또한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종사자가 아닌 중소기업 종사자, 1인 자영업자, 프리랜서는 여전히 육아휴직을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정부는 줄곧 ‘육아휴직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육아휴직 ‘빈부격차’ 혹은 ‘사각지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육아휴직은 커녕 비정규직이라 재계약이 될지 안 될지 걱정하는 여성노동자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 되는 서비스직 여성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기보다 ‘사용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시도하고 돌봄 영역에 ‘싼값에’ 외국인노동자를 도입하는 방향을 저출생의 해결 방법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대 스파르타의 역사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스파르타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인구감소로 멸망의 길에 접어들었다며 대한민국도 존망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파르타 같은 소리 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땅에 살아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존망을 걱정해야할 때입니다.
스파르타의 멸망 원인은 극단적인 경쟁 체제와 사회적 불균형이었다면서 한국 사회의 경쟁 체제와 불평등을 해소할 노력은 왜 하지 않는 것입니까. 왜 오히려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만들고 더 불평등하게 만드는 것입니까. 저출생의 원인을 긴 노동시간, 돌봄의 어려움, 불안정한 일자리로 진단했으면서 노동시간 단축, 돌봄 공공성 강화, 양질의 일자리는 쏙 뺀채로 엉뚱한 대책만 내놓는 것입니까. 정부의 저출생 대책의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모순 덩어리’입니다.
정부는 보지 못하는, 아니 보지 않으려 하는 현재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의 일터는 어떨까요?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고소건은 1875건으로 지난 5년 새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일터에서 성희롱을 겪었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서 접수하지 못했거나 성희롱을 경험했지만 접수하지 않은 건까지 합한다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노동자들은 더욱 많을 것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페미’로 낙인찍혀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9일, 르노코리아 신차 홍보 영상에 출연한 여성직원이 ‘집게손가락’ 모양을 했다는 ‘억지논란’에 르노코리아가 해당 직원에 대해 직무수행금지 조치를 했습니다. 또, 남초커뮤니티의 ‘억지논란’을 회사가 적극 수용함으로써 여성노동자를 보호하지 않은 것입니다.
성별임금격차는 어떻습니까. 한국 평균임금이 2022년 OECD 평균의 91%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성별임금격차는 31%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별임금격차 발생 원인을 묻는 질문에 여성들은 ‘기업 내 채용/승진/배치 등에서 성차별이 누적돼 왔다’고 답했습니다. ‘출산’과 ‘양육’을 비롯한 돌봄이 여성의 일이라는 차별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노동자로서 여성이 일터에 남아 안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생활하기 위해 출산을 하지 않는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노동현장을 외면한채 인구로, 숫자만으로 출생률을 감각하는 ‘인구정책’을 규탄합니다.
‘주 69시간 노동’이라고 불렸던 근로시간 개편안, 실업급여 삭감, 최저임금 차별적용 시도,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삭감, 민간 고용평등 상담실 예산 전액 삭감, 돌봄예산 삭감,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된 정책입니다. 더 긴시간, 더 위태롭게, 더 값싸게 여성노동자의 미래를 삭감하고 후퇴시킨 이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저출생 대책의 핵심인 노동시간 관련 제도를 논의할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위원회 구성은 13명 전원 남성입니다. 여성 노동자는 단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 위원회에서 과연 저출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논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합니다.
정부는 모순적인 ‘저출생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노동과 돌봄을 되돌아보고 성차별 해소를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합니다. 정부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고용안정 등 노동현장의 성평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발언 5]
노동시간 단축 및 노동자의 생활시간 확보에 대한 대안 없는 대책
김종진 (주4일제 네트워크 간사)
○ 저출생 문제는 인구구조 및 경제생활 그리고 노동시장 및 사회인식 변화 등과 맞물린 종합적 사고의 틀에 판단해야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 대책을 보면 구조적 문제 해결은 도외시 한 채 기존 정책을 답습하거나 일부 보완에 그치고 있다. 그간 정부 부처에서 시행하는 가족친화인증기업,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 선정 등 정부가 사회적 면죄부를 주는 정책을 또 다시 답습하는 것이 엿보인다. 오히려 실효성 있는 육아휴직 공시제도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저출생 문제는 기존 제도의 보완이나 현금성 지원 및 우수사례 인증제 등으로는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정부 발표에서 실효성 강화에 초점을 두었지만 그간 문제로 지적된 사각지대의 적용 확대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사이 ‘일과 삶의 균형’ 논의와 맞물려 장시간 노동 개선이나 노동시장 고용의 질 개선은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 정부는 지난 6월 21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의제별 위원회로 ‘일생활균형개선위원회’를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위원 13명을 전원 남성으로 위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주요 내용은 ‘주 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유연화, 노동자 건강권 보호, 근무형태·휴가, 일·육아 양립 지원방안 등을 다룬다고 합니다. 미래를 위한 위원회에 청년은 없고, 일생활균을 위한 논의에 여성이 없이 논의하는 것이 현 정부의 모습입니다.
○ 한국은 연간근로시간이 1,901시간입니다. OECD 회원국 중 ❶한국은 연간 평균 노동시간 1,901시간으로, ❷OECD 평균보다 약 149시간(1,752시간), ❸EU 27개 회원국 평균보다 약 330시간(1,571시간)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48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은 17%나 차지하고, 연차휴가(평균 8.6일 사용) 소진율 66.1%도 낮아 일과 삶의 조화 어려운 구조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는 자본과 기업의 요구인 주당 5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더 확대하는 것이며, 이는 퇴행적 정책일 뿐 아니라 일과 삶을 파괴하고 저출생 정책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 프랑스 총리는 저출생 문제를 위해 내년(24년)부터 공공부문 주4일제를 시행을 발표했고, 이미 아이슬란스/스페인/벨기에 등 주4일제 시범 사업 국가들의 목표 또한 일과 삶 균형입니다. 심지어 일본에서조차 육아 돌봄을 위해 주4일제를 검토하는 지자체들이 많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육아돌봄에 남성과 여성 모두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고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 자유시장경제하의 일터에서 비자발적 장시간노동 선택은 여성이 더 많은 조건이기도 합니다. 돌봄과 육아에 있어 성평등한 노동을 위해서라도 저출산 초점에 노동시간 단축은 꼭 필요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보장이 없는 저출생 정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과로와 건강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고, 주36시간이나 주4일제와 같은 노동시간 개편을 반영한 저출생 대책으로 전면 재검토해야합니다.
[발언6]
공적돌봄체계의 부재 및 삭제에 대한 문제 제기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저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아이들,어르신,장애인 취약계층들의 곁에서 공공돌봄을 제공했던 돌봄노동자입니다. 필수노동자로 불리우웠지만 지금은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은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돌봄을 공공이 책임지기 위해 서울시가 5년 전 설립한 유일한 공공돌봄기관입니다. 그동안 민간 돌봄시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개인책임과 착취에 시달려온 돌봄노동의 수많은 폐해를 바로잡고자 공공이 고용안정과 처우 및 노동환경을 개선해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서사원은 코로나19 시기를 비롯해 높은 만족도를 받으며 공공돌봄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5년만에 1프로도 안되는 공공돌봄기관을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조례폐지와 졸속적인 해산 결의로 수백명의 공공돌봄 중단과 돌봄노동자들에게는 집단 해고를 통보받았습니다.
높은 만족도로 서울시민의 공공돌봄을 제공하고 있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정치가 바뀌자, 예산의 효율성을 따지며 돌봄노동자들을 고비용 저효율로 낙인찍었고, 강요된 혁신안으로 아이들의 공공돌봄 연 운영비 8억과 요양보호사의 인건비 연 2억, 총 10억의 서울시 예산을 절감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폐지했지만,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사원을 없앤다고 국가책임의 돌봄 문제들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돈벌이수단의 시장화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공공 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없애더니,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민간업자와 시설원장들에게 떠넘겨지고, 돌봄노동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인건비로 이주돌봄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착취해야 된다고 정부와 서울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공돌봄의 마지막 보루였던 서사원 해산은 돌봄 공공성과 노동권을 훼손시킨 결정으로, 돌봄 노동자의 안정된 일자리가 없으면 양질의 돌봄 서비스 제공은 근본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돌봄 시장화 및 외주화 정책과 일치하며, 서울시는 싼값으로만 돌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기본급의 열악한 조건에서 돌봄 노동을 강요하는 서사원의 혁신안은 현대판 노예제도로 초고령화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장과 모순됩니다.
공공돌봄 서사원의 해산사태는 국가가 돌봄노동자들의 처우와 인식을 개선을 하기는커녕 앞장서서, 돌봄노동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평가절하 하는 사태로 우리 사회의 돌봄 문제를 국가가 포기하겠다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공공 돌봄 체계의 붕괴와 돌봄 복지의 후퇴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울시와 정부의 혹세무민의 정치로 잘못된 방향의 저출생 대책을 규탄하고 더 이상 애만 낳으라고 하지 말고, 시설에 가두려고만 하지 말고, 서사원과 같은 공적돌봄체계를 우선 확립하여 모두가 함께 살수 있도록 성평등하고 보편적인 돌봄체계사회를 먼저 만들 것을 촉구합니다.
[발언 7]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착취를 목적으로 한 대책에 대한 문제
가사`돌봄유니온 송미령 사무국장
지난 6월 19일 발표된 정부의 ‘저출산대책’은, 지난해 온갖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가사서비스분야 외국인력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출산대책으로 ‘가정내 돌봄수요를 원활히 충족하고 양육비용 절감을 위해 외국인력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양육비용 절감’이 아니라 ‘가정내 돌봄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읽습니다. 날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무시이자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이라고 읽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에게 가사`돌봄활동을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우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가족에게까지 확대하는 본격사업’이라고 읽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돌봄경제와 돌봄노동자 그리고 여성의 무급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의 중요성이 논의되는 이 때, 용산이 그리도 좋아하는 한국의 국격을 일거에 떨어뜨리는 폭거라고 읽습니다.
누구나 아다시피 가정내돌봄은 가정을 방문해 사람을 보살피고 집안을 돌보는 일입니다. 사람과 가족을 돌보고 가정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직업윤리가 필요하고 다양한 돌봄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가사`돌봄을 하대하면서 어떻게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습니까?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저임금을 강요하면서 어떻게 책임 있는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습니까? 외국인력을 차별하면 그것이 부메랑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합니까? 차별하는 사람은 차별을 당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명 시범사업을 평가하고나서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명 시범사업은 어떻게 누가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들의 업무는 가사돌봄입니까 아이돌봄입니까 가족 전체의 수발과 시중입니까?
1200명이란 근거는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5000명이란 근거는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이들의 교육과 주거,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기적 상담과 고충처리는 누가 어디에서 합니까?
이 모든 것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에서 특히 우리는 민간기관의 중개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발표에 주목합니다. 이는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라는 근기법 11조를 악용하여, 민간 직업소개소가 외국인력을 개인 가정에 직접 공급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최저임금, 산업안전, 공정계약 등은 전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저 개인 간 거래에 내맡기겠다는 것이지요.
개인 간 거래의 부작용을 줄이고 가사서비스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지 2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정책은 노동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무로 돌리고 비공식 노동을 더욱 확산하겠다는 퇴행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필수재로 확대되고 있는 가정 내 돌봄의 책임을 국민과 이주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마라!
정부의 재정 투여와 관리를 통해 믿을 수 있고 노동이 보호되는 돌봄일자리 확대하라!
우리는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을 폐지하자!!
모든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선언한 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을 요구하자!!
우리의 돌봄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 위에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로 직행합니다. 차별은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질 높은 돌봄을 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를 즉각 훼손합니다.
우리는 돌봄 국가책임이 강화될 때까지, 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멈출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
[발언 8]
소득제한없는 대출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서의 문제제기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활동가
집값이 비싸 결혼과 출산을 못하니, 신생아 특례대출을 통해 이성애 부부의 집값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현 정부가 저출생 위기를 해결하겠답시고 내놓은 주거지원 대책입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연 1~3%대 저리로 가격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 원까지 주택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인데, 여기서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2025년 이후 3년간 출산한 가구에 한해 연 2억 5000만 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특례대출을 받는 기간동안 자녀를 추가 출산한 가구에게는 우대금리가 적용되는데 이 역시 0.2%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높여주겠다고도 하였습니다.
정부큰 인구소멸, 저출생위기를 끊임없이 언급하며 이 모든 문제가 마치 집값 때문에 저해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주거불평등을 보다 공고히 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점철되어 있을 분입니다. 9억짜리 주택을 매수하는 이에게 최대 5억을 대출해주는 게 집값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된답니까. 자녀를 하나 낳고 또 하나 낳을 때마다 금리를 깎아주겠다는 발상은, 아이를 그저 집 구입할인쿠폰 취급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정말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논하고자 한다면, 한국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아동들이 겪고 있는 주거빈곤을 먼저 살펴야 했을 겁니다. 아동의 10명 중 1명이 주거빈곤을 겪고 있다는 수치는 2010년에도 현재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의 성장발달단계 시기동안 아동이 겪는 주거빈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더더욱 아동주거빈곤 가구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대책이 절실하지만, 정부의 시선은 9억 주택을 매수하는 이들에게만 꽂혀 있는 것이 참으로 규탄스럽습니다.
아동이 겪는 주거빈곤 문제를 방치하는 정부가 던지는 메세지는 뻔합니다. 멀쩡한 집에서 곰팡이와 누수 걱정 없이 임대인의 횡포 없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으려면 가족이 그걸 마련해야 한다는 것, 공공임대는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분양주택 입주민들로부터 집값 떨어뜨리고 동네 품격을 떨군다며 멸시와 차별 받는 장소이니 너도나도 기피해야 한다는 것, 주거급여와 같은 수급제도는 너무나 엄격하고 각박해서 빈곤의 굴레 안에 아동과 가족들을 묶어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 말입니다.
이미 빚 내서 집 사라, 빚 내서 세 살라 라는 정책은 결국 세입자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이미 가진 이들의 자산을 부풀리는 정책이었다는 것이 전세사기라는 사회적재난을 통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제가 마주하고 있는 청년들은 정부가 만들고 활성화 시킨 중소기업 취업 청년 대출,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했다가 전세사기를 당한 뒤 정부도 은행도 임대인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보증금이라는 억대의 빚을 홀로 떠안아야 하는 생존의 위기에 떠밀려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겪게 된 세입자 청년들은 제게 말합니다. 결혼을 포기합니다. 임신 계획을 포기합니다. 미래가 없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 했지만 글렀습니다. 이민 갈 겁니다. 이 나라에서 도저히 못살겠습니다. 이게 그냥 단순히 9억짜리 주택구입에 할인쿠폰 얹어주면 해결될 문제입니까. 결혼 이전에 청약 당첨되었던 걸 결혼하고 나면 한번더 청약 당첨 가능하게 해주면 해결될 문제입니까. 정부의 전세대출을 이용했던 청년들은 연소득 3500만원이라는 소득 기준 안에서 최대 1억원을 대출받아 그 이자를 내는 것이 월세보다는 저렴하리라 기대했던 청년들입니다. 공공임대는 경쟁률이 100:1에 달하기도 하는데 당장 구할 집의 주거비 지출을 걱정하던 청년들입니다.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임대료 규제가 너무나 미약해서 월세 100만원짜리 오피스텔에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데, 정부의 전세 대출을 이용하면 그만한 환경을 갖춘 집은 아니어도 지옥고는 탈출할 수 있겠지 싶어 정부가 알선한 대출을 이용한 청년들입니다.
아동주거빈곤과 전세사기 문제를 방치하면서 또다시 주택구입자금대출과 청약 범벅의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는 저출생 위기를 말하지만 정녕 무엇이 위기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주택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시장 질서를 방치한 채, 더 싼 대출 상품을 만들어주는 대출상담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보증금으로 집값상승을 견인하고, 더 많은 돈을 가진 이에게 더 많은 돈을 싸게 빌려주는 대출로 주거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주거 위기는 생존의 위기입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집에서 존엄하게 머물며 함께 사는 이들과 평등한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삶이 모두에게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누군가는 아동 시기부터 주거빈곤을 겪고 누군가는 청년 시기에 이르러 전세사기를 당하며 생존을 위협받습니다. 정녕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집 구입 할인쿠폰이 아니라 주거권 이라는 이 땅 위에 존재하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사회적 권리, 존재할 자리에 대한 권리 였을 겁니다. 집을 상품으로 취급하며 주택금융화를 심화시키는 시장에 대출정책으로 보조자 역할을 자처하는 정부가 아니라, 집을 탈상품화 시키고 공공임대를 확대하고 민간임대에 대한 공공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조치해나가는 정부가 지금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가난한 이들, 집과 땅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의 자리를 삭제하고 배제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사회, 나와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 혹시나 정부를 믿었다가 전세사기까지 당하는 사회, 여기에서 누가 미래를 말하고 현재의 안정을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 사회의 진짜 위기는 저출생을 위기라 말하며 주거권을 배제하고 돌봄 체계를 등한시하는 정부의 태도와 정책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집문서 땅문서 가지지 않아도 존엄하게 머물고 평등하게 돌볼 수 있는 집과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더 많은 공공임대와, 아동을 포함한 주거빈곤가구에 대한 직접적인 주거와 돌봄 지원 체계의 마련, 전세사기 구제, 나아가 민간임대주택시장의 탈상품화를 위한 조치들을 요구합니다.
[발언9]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문제제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건희 상임활동가
안녕하세요, 노동자 건강권 운동하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조건희입니다. 앞서 많은 분이 말씀해주셨듯, 이번 저출생 대책은 저출산 담론을 빌미로 여성의 사적 (돌봄) 책임을 강화하려는 시도입니다. 한노보연은 올해 노동안전보건운동에 있어 젠더 관점을 좀 더 잘 벼리고자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를 발족했는데요, 이번 저출생 대책과 관련한 성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직적 토론을 거친 내용 중 일부를, 이번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는 유연화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난임 휴가 등을 시간 단위로 쪼개 사용하는 것이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강화하며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홍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엔 총 노동시간을 어떻게 감축하고 사회적 휴식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재합니다. 연차나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불안정 일자리에 내몰리는 여성노동자들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유연화는 뉴노멀이 아닙니다. 자본이 아닌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시간 통제를 실현해내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뉴노멀입니다.
한편, 지금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이 사회에서 더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증거기도 합니다. 한국 20대 여성의 높은 자살률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으로 지목되고 있고, 이는 여성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제한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또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뿌리 깊은 성별 노동 분업과 착취는 여성 노동을 저임금·장시간·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가사 돌봄의 역할을 홀로 강요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과 50여 년 전 국가 주도로 ‘낙태버스’를 운영하며 여성의 몸을 이용해 국가의 인구수를 조절하고자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난임 시술비를 ‘49세까지 25회에 걸쳐’ 지원한다는 현 정부의 대책 역시 여성을 오직 인구정책의 도구로만 여기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난임 시술은 고용량의 호르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건강상의 위험과 매회 수술에 비견되는 시술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무릅쓸 수밖에 없는 임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러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과 계획이 필요한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몫이 여성 개인에게 떠넘겨져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임신·출산은 그 잠재적 가능성만으로도 노동시장에서 넘기 힘든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어렵게 진입한 노동시장에서 축출되어 경력단절에 이를 것이라는 두려움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너무 자명합니다. 난임 시술을 반복 지원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왜 고령 임신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불안정 일자리와 돌봄 공백의 상황 속 임신과 출산이 ‘디 메리트’로 느껴지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만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또한 고령 임신은 필연적으로 모체와 태아에 대한 부담이 급격히 증가되는 고위험 상황임에도, 여성과 신생아에 대한 건강을 뒷받침할 산부인과·소아과의 의료인프라는 이미 붕괴된 지 오래입니다. 이처럼 난임 시술과 고령 임신에 대한 위험성은 오직 여성의 몸에 오롯이 전가된 채, 현재 국가의 난임시술 지원은 또 하나의 의료산업을 배불리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출생의 심화가 사회적 위기로 대두될 만큼 살아갈 희망이 없는 사회에 대해서, 정부는 깊은 책임과 반성부터 보여야 합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공급을 하겠다고 광고하기 전, 이 사회가 다음 세대까지 재생산되어 유지되어야 마땅하다는 이유를 설득해야 합니다. 여성들 스스로 안전하고 평화롭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 저출생에 대한 모든 대책은 바로 그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발언10]
공무원이 법집행 현장에서 말하는 법제도의 문제 제기
공무원노조 박시현 부위원장·성평등위원장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의 국정 정책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철학이 없는 자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대책 없이 내지른 정책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로 인한 일선 현장의 혼선과 혼란은 막대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결국, 철학 없이 내지른 정책은 폐기됐고 이런 졸속 행정의 연속이었다.
주 69시간제 노동시간 연장이 그러했고, 만 5세 이하 영유아 입학,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졸속 늘봄학교 추진이 그러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6월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3대 분야 15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쓸 수 있는 사람, 즉, 제도에 접근 가능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중산층·대(공)기업·정규직 노동자이다.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은 없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임금일자리(상용직·임시직·일용직)는 2,160만개로 81.7%, 비임금일자리(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는 485만개로 18.3%였다. 남성은 회사법인(66.4%), 개인기업체(53.2%), 여성은 회사이외 법인(58%), 정부·비법인단체(61.2%)에 주로 분포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남성(각각 63.8%, 60.4%), 비영리기업은 여성(59.9%)였다.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은 남성이 70.2%, 여성이 54.5%였고, 비정규직은 남성 29.8%, 여성 45.5%였다. 2009년 이후 줄곧,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질러 왔지만, 여성은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임신, 출산을 할 가능성이 있는 몸이기 때문에 채용에서부터 고용 성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2023년 통계청 자료 중 비경제활동 인구 및 규모는 1,616만 3천명이고, 여자가 63.1%, 남자(36.9%)보다 높았다. 비경제활동의 이유로는 가사36.5%, 재학·수강 등 (취업준비)20.4%였고, 남자는 쉬었음30.6%, 여자는 가사55.9%가 가장 높았다. 여전히 여성에게 가사노동이 몰린다는 얘기다.
2024년 3월 6일 민주노총에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워킹 페이퍼를 발표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고용형태는 부모가 모두 정규직이었을 때 57.2%, 부모중 한명이 정규직인 경우 29.4%, 부모 모두 정규직이 아닌 경우 13.4%로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쓰기에는 부적합 하였다. 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규직이 43.8%,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 12.9%를 사용하였고, 299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무기계약직 모두 사용률이 낮았다. 현 육아휴직제도는 고용이(해고 위험이 덜한)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이 쓰기에 적합한 제도라는 뜻이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는 눈치가 보여서, 인사고과, 승진 등의 불이익 등으로 나왔다. 사회 전반적으로 육아 휴직을 쓰기 어려운 직장 문화와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활용도가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해결점 제시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그전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 남성에게는 경제적 조건 개선을, 여성에게는 일·가정 양립 가능을 위한 정책을 지원하면 출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회 구조적 문제는 제껴둔 채 정규직 노동자에게나 적합한 현금성 지원과 육아 제도 수정에만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2030 여성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8년부터 더 가속화된 노동시장 내 청년 여성의 위기와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배경이라는 연구 결과(한국여성학 2023, ‘노동시장에서의 위기심화와 청년여성 자살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청년 여성이 자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도 대책도 없는 듯하다. 연구결과 청년여성의 비정규직 비율과 시간제 비율이 높아질수록 자살률 추세 또한 올라갔다. 왜 청년여성들의 자살률이 올라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정책 입안자는 없었다.
아이는 여자가 낳는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2030여성이 주로 꼽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1위가 가정 안의 불평등(독박육아 등), 2위가 출산 후 경력 단절 및 직장 내 성차별이었다. OECD 국가 중 일본과 우리나라 여성 만이 가지고 있는 M자형 고용률은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이다. 때문에 2030여성들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노동시장 안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노동자이자 시민으로 규정하고 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에게 묻는 게 아닌, 탁상 행정·지르기식 졸속 행정 추진은 일선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한 예로 ‘늘봄 학교’는 예산과 인력 대책 없이 총선용 표 얻기용으로 내질러 늘어난 돌봄 시간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해 자원봉사자, 기간제 교원, 비정규직 행정 인력을 투입해야 했고, 예산 없이 시행되어 학교 현장에서 혼선만 가중시켰다.
공무원의 정책은 예산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저출생 대책으로 내세운 정책들은 상당수가 예산을 수반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지속적인 법인세 인하, 상속세, 양도세 감세 등으로 세수가 40조 이상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정책은 어떻게 추진한다는 것인지 ‘국가 돌봄’이라고 생색 내기만 하고 예산을 전부 지자체나 교육청으로 떠넘기는 것은 아닐지 또한 의심스럽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여야 한다. 국민 누구나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정책을 만들면서도,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도 생계가 위협받지 않는 적절한 소득수준, 노동 대신 여가 시간 선택을 지원하는 사회 정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 질좋은 일자리를 만들되, 적정 임금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성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 차별에 눈 감아서도 안된다.
국민 대다수가 정책의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닌, 대기업·정규직 맞춤지원형, 단차성 현금지원 정책으로 출생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시장 안의 구조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 논의의 절차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실패한 정책에 쏟아 붇는 예산 또한 국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것이고, 실패한 정책을 반복해서 집행하는 것 또한 행정력 낭비이기 때문이다.
■ 기자회견문
정부의 저출생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소위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였다. 3대분야 15대 핵심과제로 구성된 본 대책은 전제부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저출생의 원인과 대책은 그 방향이 잘못 되었다. 출생률은 결과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정부가 3대분야로 선정한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은 이미 아이가 있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이들에 한정된 대책이다. 대책을 보면 정부는 저출생의 원인을 육아휴직 사용과 아이돌봄 어려움, 주거문제로만 판단하고 있다. 본 대책은 노동시간 단축 없이 아이를 키우는 일의 외주화만을 궁리하고 있다. 심지어 이주 가사노동자를 싼값에 들여와 떠맡길 계획이다. 육아휴직은 일정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며 이 안에서도 사용자의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이다. 육아휴직을 늘리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는 정책의 수혜를 누리는 이들은 일부에 국한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종 모부성권 제도를 사용할 수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사각지대에 대한 대안은 없다. 대출 위주의 주거 정책 역시도 집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이들에게로 한정된다. 결국 이번 저출생 대책은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출생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은 청년층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임을 지목한다. 당장 내 삶이 버겁고 아이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기회와 평등 인식이 부정적일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청년세대는 성별에 관계없이 ‘노동중심 생애’를 우선한다. 내 밥벌이는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예정되어 있다면 출산을 꺼리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젠더 불평등은 가장 심각한 저출생의 원인이다. 장시간 노동이 당연한 한국사회에서 돌봄 전담자로 여성을 상정하고 성평등한 결혼생활과 부부 관계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결혼 자체를 꺼리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은 없고 하루종일 아이들과 부모를 떼어놓는 늘봄학교를 구상하게 한다. 한편으로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성애 정상가족이 아닌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고용, 사회 양극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출산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려사항은 경제적 여건(54%)이다. 저임금과 비정규직 고용을 강요받아 기대할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특히 성차별적 노동시장에서 하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출산 기피는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난다. 2019년 출산 가구 가운데 상위층 비중은 54.5%, 중위층은 37%인데 반해 하위층은 8.5%에 불과했다.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계급화 되어버렸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계급사회를 완화할 고용, 주거, 세금, 젠더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말하고 있다. 인구는 인구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이다. 시민들이 사람으로서 온전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구축해야만 비로소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인구의 증감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될 경우, 인구 통제라는 구시대적 정책 운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의 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의 젠더 불평등 해소, 주거•돌봄의 공공성 강화, 이주민에 대한 차별 철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 등 모든 시민들의 평등하고 안전한 삶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2024. 7. 2
정부의 저출생 대책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
여성노동연대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경주여성노동자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광주여성노동자회, 녹색당,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변혁적 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울여성노동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인권연구소 '창', 인천여성노동자회, 정치하는엄마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중구 돌봄 비상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주4일제 네트워크(유니온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건국대병원노동조합,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사노조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어촌공사노동조합, SK하이닉스 노동조합, 일하는시민연구소)
가족구성권연구소, 경남여성회, 진보당, 한국성폭력상담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여성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노동당 여성위(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언니들의병원놀이, 민달팽이유니온, 경기여성단체연합, 인천여성회, 일하는여성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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