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공동논평]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평등한 사회로의 한 걸음을 환영한다
2024년 7월 18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성 배우자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건강보험공단의 행정처분이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한 처분이라고 본 원심판결을(서울고등법원 2022누32797 판결) 유지하였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 커플에게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부부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동성 커플에게는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에서 피고 건강보험공단은 공권력 행사 주체로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평등원칙을 지킬 의무를 엄격하게 부담한다고 하며,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제도에서조차 동성 동반자에게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이며, 그 기본권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밝혔다.
법이 규정한 ‘정상가족’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생활공동체는 늘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법률상 혼인을 원하지 않거나 혼인을 하였지만 법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 사건 부부와 같은 사람들, 혼인 관계도 혈연 관계도 아니지만 생활공동체로서 가족이 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여성들의 삶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길고 격렬한 투쟁 끝에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냈고, 한국 사회에서 가족을 조금 더 평등한 공동체로 바꾸었다.
여전히 전통적인 가부장제가 우리 사회 곳곳에 성차별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에 대한 환상은 친족성폭력을 포함한 가정 내 폭력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피해자를 ‘이상한 존재’로 지목하기도 한다. 원가정에서 탈출한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가족’이 없는 사람처럼 느끼기도 하고, 자원이 불평등한 사회로 내몰린다. 또한 이성애 법률혼 중심의 ‘정상가족’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협소하고 차별적인 기존 법제도는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실제 관계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구성원들을 사회의 각종 공적 권리와 사회안전망에서 배제시키며 이 결과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차별이 더욱 공고해진다. 이런 현실에 눈 돌린 채,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논의하며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보다 전통적 결혼과 출산만을 강요하는 인구확장 정책을 시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주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사회적 관계와 삶은 변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혼과 출산”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을 상상하고 실천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오늘 판결은 한국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동성 관계에 있는 커플의 법적 지위에 대하여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간 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판결을 환영하며, 우리도 보다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여정에 함께할 것이다.
2024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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