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초등 늘봄’ 늘린다는데…교실이 없거나 교사가 없거나

프로젝트

 

늘봄학교, 2학기 전국 확대
학부모 80% ‘만족’ 평가에도
수도권 과밀 학교는 공간부족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인력난
“양적 확대 목매지 말아야”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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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원도 양양의 한 초등학교 교장 ㄱ씨는 지난 1학기 늘봄학교 운영 때문에 애를 먹었다. 지방의 소규모 학교인 이곳에선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할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가 어려워 초등이 아닌 중등교사 자격을 가진 이를 채용했다. 2학기에도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다. “교사를 학교급별로 따로 양성하는 건 학생 발달 특성을 고려해서인데, 그냥 중등교사를 초등학생들의 수업에 투입시킨 거예요. 시골에서는 기간제 교사도, 외부 강사도 구하기 쉽지 않은데 걱정입니다.”

#2. 인천의 한 새도시 초등학교 교사 ㄴ씨도 마찬가지다. 45학급 규모로 설립된 이 학교는 현재 72학급을 운영하는 ‘과밀학교’다. 공간 부족 때문에 전용교실 대신 일반교실을 빌려 선착순 40명만 늘봄학교를 이용한다. ‘누구나 돌봄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늘봄학교의 취지가 이곳에선 실현되기 어렵다. “정규 수업 교실도 모자라는데 늘봄학교 전용교실은 꿈도 못 꾸죠.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을 나가라고 하고 늘봄교실로 내주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의 대표 돌봄정책인 늘봄학교가 7월로 1학기 첫 운영을 마치고 2학기가 시작되는 8월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완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가운데 현장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전국 확대를 앞두고 늘봄학교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부모 돌봄’에서 ‘공공 돌봄’으로 첫걸음 뗐지만

교육부는 지난 2월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고, 올해 1학기에는 초등학교 2963곳(6월 기준)에서 늘봄학교가 운영됐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제공하는 돌봄과 방과후 수업을 확대·다양화해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을 공공의 영역에서 나눠 부담하고자 도입됐다. 매일 2시간씩 음악·한글·댄스·체육·미술·수학·과학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정규 수업 전 아침 돌봄과 정규수업 이후 최장 오후 8시까지 저녁 돌봄도 제공한다. 교육부는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2023년 기준 6175곳)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초1 학생은 부모의 맞벌이·저소득층 여부와 관계없이 원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내년에는 초등 2학년까지, 2026년에는 초등 전 학년으로 넓힐 예정이다.

늘봄학교 시행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최근 학부모 10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참여하고 있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2.1%(매우 만족 47.1%, 만족 3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늘봄학교 정책으로 인해 가정에서의 자녀양육과 돌봄에 대한 부담이 경감되었는지’ 묻자 86.5%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52.1%, 그렇다 34.4%)고 답했다. 30일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한겨레에 “학교 여건에 따라 운영 상황엔 차이가 클 것”이라고 전제하며 “학교에서 제공되는 돌봄 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프로그램도 풍부해졌다. 맞벌이 가정인데 양육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공간·인력 해결 안 됐는데 속도전”

학부모의 만족과 달리 학교 현장의 혼란은 진행 중이다.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은 도시의 과밀학교나 학생 수가 적은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늘봄학교 전국 확대는 ‘무리한 속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 교사들은 인력난과 다양성 부족을 토로한다. 비수도권 지역의 소규모 초등학교 교사 ㄷ씨는 “2학기부터 늘봄학교 운영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골에서는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새로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역량이나 자격을 따질 것 없이 온다고 하면 일단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용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획일적인 정책 집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경북 경산의 초등교사 ㄹ씨는 “우리 학교는 1학년 5명, 2학년은 9명뿐이라 기존의 돌봄교실에서도 원하는 학생을 다 수용하고 있다. 방과후 수업도 이미 무상이라 굳이 늘봄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런데도 2학기부터 늘봄을 하기로 했다. 체육이랑 영어 강좌를 추가하고 수요조사를 하고 돌봄교실 시간을 뒤로 미뤘다”고 전했다. 수요가 없는데도 늘봄학교를 운영해 프로그램을 진행할 강사와 행정 인력을 구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6175곳 중 1424곳(23.1%)이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학교였다. 

 

 

 

공간 부족은 대부분 학교의 고민거리다. 특히 과밀학교는 늘봄학교 전용교실을 확보하지 못해 일반교실을 겸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천 교사 ㄴ씨는 “늘봄학교 전용교실이 있으면 저학년 아이들의 키높이에 맞는 의자와 놀이에 활용되는 소품을 구비해놓고 난방시설도 설치 가능한데, 일반교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교실을 빌려 쓰다 보니 그 반이 사정이 생기면 다른 교실을 부랴부랴 구하고 학생들이 반을 옮겨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 부족으로 돌봄과 방과후 활동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실을 내주는 동안 수업 준비와 보충 지도, 학생 상담 등의 활동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초등교사들은 교실에서 수업 준비, 연구 등 모든 업무를 보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노동조합연맹에 접수된 민원을 보면, “늘봄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교사가 학생 상담이나 수업 준비를 하기도 한다” “교실을 늘봄 공간으로 활용하고 교사는 복도에서 수업 준비를 한다”는 사례가 나온다.

 

 

“늘봄학교 양적 확대에만 목매지 말아야”

기존의 방과후 수업과 돌봄교실로 이원화된 체계를 늘봄학교로 통합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방과후 수업과 돌봄교실, 늘봄학교가 따로 노는 점도 문제다. 경북 교사 ㄹ씨는 “늘봄학교라는 하나의 체계하에 기존의 방과후와 돌봄까지 통합한다는 게 정부 정책인데 실상은 방과후 수업과 돌봄에 늘봄학교가 추가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도 ‘늘봄이 정확하게 무엇이냐’며 헷갈려 한다. 학부모 수요조사를 해도 늘봄학교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프로그램 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늘봄학교를 양적으로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인력·공간 등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가 먼저라고 강조한다. 백순근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유보통합 및 늘봄학교 정책의 안착 및 지속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돌봄교실의 수요가 높은 지역은 과밀학급, 거대학교인 경우가 많고, 이들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증축이 아니라면 특별실을 돌봄교실로 변경하거나 돌봄 겸용 교실을 늘려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 공간을 일부 활용하더라도 (늘봄학교를) 교육지원청 등 관련 센터에서 전담하여 운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늘봄학교를 전국화하기 위해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까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낭비”라며 “물리적으로 모든 학교가 프로그램을 다 운영하는 것이 아닌, 수요가 존재하는 곳의 수요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 기자 김민제] 기사 전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515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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