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이런 사람이 장관? 윤 정부가 또 국민 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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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기획재정부 2차관이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다. 그래서인지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 당시 김완섭 후보자는 환경에 대한 각별한 소신이나 견해보다는 개발사업의 정당함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24일 오전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고,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은 김완섭 환경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김완섭 장관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강원도 원주시 을에 출마했던 경력이 있다.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치악산 케이블카 건설' 공약을 발표하며, "원주의 산악관광을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세운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생태훼손 우려에 대해선 '친환경공법'이라는 그럴싸한 용어와 '산림의 지속가능한 보전'이란 말을 갖다 붙였다.   



환경 훼손하는 일 없다면 케이블카 찬성... 그게 가능한가?



지난 22일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총선 출마 당시 공약과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윤석열 정부의 '강원 케이블카 확대 정책 추진'에 동의하는지 묻자 김 장관은 "환경을 훼손하는 일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순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석 달 동안 빚을 갚지 못하면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도 좋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소송을 당한 그에게 내려진 판결. '피를 흘리지 말고 살만 베어가라.'



그가 환경부 장관을 하고 싶었다면, 피를 흘리지 않고 살만 베어갈 수 없는 것처럼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는 케이블카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22일 인사청문회에서 '넓게 보면 케이블카도 생태관광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를 차분하게 소신인 양 밝혔다. 본인이 해야 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회복이라는 막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자리의 인사청문회라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4대강 사업 긍정적으로 평가

 

▲ 정혜경 의원,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게 낙동강 주남저수지 '녹조라떼' 전달 ⓒ 정혜경의원실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진행된 하도 준설, 제방보강 등을 통해 홍수 방어 효과가 나타났고, 농업용 저수지 둑 높임 사업, 보 저수량 확보 등을 통해 수자원이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4대강 재자연화 폐기정책'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관련하여 위법 부당 사항이 확인되어 보 처리방안이 취소된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란 말을 삭제하고, '불필요한 구조물 철거와 인간과 생태계 공존을 위한 하천관리'라는 정책 방향을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린 것, 나아가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을 취소한 것에 대한 일말의 객관적 검토는 없어 보였다. 그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계승하고자 하는 듯한 윤석열 정부의 보 처리 방안을 그대로 읊은 답변이나 다름없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후퇴가 '수준과 여건' 탓?



▲ 일회용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2022년 10월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네이버 카페 제로웨이스트홈, 도모도모(전국 제로웨이스트가게 연대모임), 서울환경연합,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 알맹상점,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정치하는엄마들, 컵가디언즈, Reloop 등 80여 개 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2022년 전국 시행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제주와 세종에서만 실시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이후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도 유예되고, 매장 내 종이컵 사용도 허용되고, 택배 과대포장 규제도 계도로 전환되는 등 일회용품과 포장재 사용 저감을 위한 정책이 거꾸로 가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일회용 사용규제 정책 후퇴에 대한 김 장관의 입장 역시 국민들의 인식이나 국제적 추세와 괴리된 것이었다.



그는 22일 청문회에서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수준과 여건, 국민 수용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시민들이 컵 보증금제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직 아니다. 이것을 무조건 전국으로 확대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올지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답변을 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국민들은 일회용품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2021년 8월)에서도 응답자의 83%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고, 두잇서베이 설문조사(2023년 3월) 에서도 응답자의 70%가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가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들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수용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는 환경부 장관에게 국민이란 누구인지 묻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일회용품 규제정책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국토부 장관이 아니다



김 장관은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용산 등 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는 환경 오염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 "반환 예정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한미군 측과 오염 치유 필요성 등을 논의"한다며, "반환 과정에서 확인 된 미측 책임의 오염은 미측에 정화를 요구하겠다"라고 밝혔다.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오염자부담원칙이 짓밟힐 수는 없다. 



그러나 용산미군기지의 토양오염이 심각함에도 현재 반환된 일부 부지가 오염 정화도 없이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개방된 것에 대해서는 "정원 개방 이전 국토부에서 토양안전성 분석을 통해 안전함을 확인하였고, 정원 전 지역에 대해 녹지 피복 등 추가적인 노출 저감 조치를 실시했으므로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답변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실시했던 위해성 평가 조사에서 토양오염정화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한 점은 고려치 않은 채, 개발부처인 국토부 용역 보고서를 근거로 안전함이 확인되었다는 답변은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인지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관련 기사: 어린이들을 오염된 공간에... 허위 사실은 누가 유포했나https://omn.kr/25ewu)



이외에도 김 장관은 현행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제도개선방안으로 "거짓 부실 주요 원인은 저가 대행, 재대행 등 비용 문제와 평가서 작성자의 전문성 책임성 부족으로 판단된다"라며 "대행비용 산정기준 고시를 준수토록 의무화하고 평가비용 산정 체계를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며, 평가서 작성의 책임성, 전문성 강화를 위해 평가 기술자로 인정된 사람만 평가서 작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자와 평가 대행자간의 직접발주로 평가서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침해되면서 환경영향평가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규제는 비용이다. 시간도 비용이다. 그래서 개발사업자들은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사업비를 감소시켜 주고, 시간의 편의를 봐준다면 그것은 결국 누군가의 비용으로 전가되지 않을까. 



규제 완화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개발로 얻는 이익은 사유화되는데, 그로 인한 영향과 피해가 사회화되는 것을 외면하는 셈법이 반복된다. '규제 완화'에 화력을 쏟을 인사를 환경부 장관이라는, 기후와 생물종다양성을 끌고갈 막중한 자리에 배치한 것이라면, 이 정부는 국민과 환경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마이뉴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기사 전문
https://omn.kr/29j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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