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이준석 발언은 ‘언어 성폭력 재현’…언론 자극적 인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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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영방송·지상파·종편, 유력 신문사까지 성폭력 재현 앞세워 발언 규정…피해 당사자 사진 활용까지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정치’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가족이 했다는 발언을 두 차례, 모두 여성 성기를 언급하면서 인용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 아들이 썼다고 의혹이 제기된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을 언급하면서는, 피해자에게 가해진 성희롱 주요 표현을 그대로 입에 올렸다. 여성 신체부위를 언급하며 이를 특정 도구로 훼손하고 싶다는 발언을 얼굴을 찌푸리며 읊은 것이다. 미성년자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국민이 보는 토론회에 이런 발언이 중계되면서 당혹스럽고 불쾌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여성단체 등은 이 후보 사퇴를 촉구했고, ‘정치하는엄마들’은 28일 그를 공직선거법, 정보통신망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주요 언론은 이 발언을 즉각 제목에 올려 기사를 내고 있다. 댓글 작성자가 신체부위를 훼손하는 데 쓰고 싶다고 한 도구를 앞세워 ‘○ 발언’이라며 부정확한 규정을 하고 있다. 당일 TV토론 중계를 주관한 MBC와 더불어 공영방송인 KBS, 두 방송사와 ‘지상파 3사’로 묶이는 SBS도 마찬가지였다. 종합편성채널 4사 중에선 JTBC를 제외한 TV조선, 채널A, MBN 등이, 뉴스통신사 중에선 뉴시스와 뉴스1이 성폭력 맥락에서 사용된 단어를 제목에 올렸다.

이런 식이 아니면 이준석 후보의 발언을 보도할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 언론사들도 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성폭력 발언 제목을 쓰지 않았고, 경향·한겨레는 본문에도 이를 쓰지 않았다. 이들 언론사는 실제 성폭력을 재현하는 대신 이준석 후보가 ‘여성 혐오 성폭력’ ‘언어 성폭력’ ‘성폭력 표현 인용’ 발언을 했다고 표현했다. 경향신문 <대선 토론 중 생중계된 이준석의 ‘언어 성폭력’···사퇴 요구 ‘빗발’[플랫][컨트롤+F]> 기사는 하단에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참고수첩’과 경향신문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은 성폭력 가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선정적 표현 등을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향신문은 이준석 후보 발언의 맥락만 전하고 해당 발언의 구체적 내용을 기사에 직접 인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스통신사 중에선 연합뉴스도 제목과 본문에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재현 발언을 직접 인용하는 대신 그가 ‘여성신체 폭력 표현’을 썼다고 전하고 있다.

후보들 발언 시간 제재에 치우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토론의 형식, 사회자가 문제 발언을 저지하지 않은 책임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선거방송토론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후보자가 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발표할 때는 사회자로 하여금 이를 제지하거나 중지를 명하도록 하고, 자막 안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토론위 측은 공직선거법 등에 명백히 위반되는 발언이 아니면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후속 대응 논의는 본 선거가 임박하고 사전투표가 시작된 만큼 선거가 끝난 뒤에 가능할 거란 전망이다. 당일 토론회 중계를 주관한 MBC는 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의 토론 영상에서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재현 발언을 묵음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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