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가 말하는 ‘성공적’ 정상회담은 무엇인가. 죽음으로 이어진 미등록체류자 합동 단속을 규탄한다 – 폭력 단속으로 희생된 베트남 이주노동자를 추모하며 –

정부가 말하는 ‘성공적’ 정상회담은 무엇인가.
죽음으로 이어진 미등록체류자 합동 단속을 규탄한다
– 폭력 단속으로 희생된 베트남 이주노동자를 추모하며 –
지난 2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이 미등록체류자 합동단속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무고하게 사망하였다. 출입국 당국의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인해 무리하게 몸을 숨기다 발생한 참사였다.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정부가 한 사람의 생명권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한 ‘불법 이주민 단속’을 우선한 결과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고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정부와 출입국관리소 당국의 행태를 규탄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이주노동자의 사망을 야기한 이번 합동단속은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이, 체류비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주노동자로 보이면 무조건 2명씩 짝을 지어 수갑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이러한 단속은 이주노동자를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으로 몰아넣고, 인도적 지원 없이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여, 결국 비좁은 실외기에라도 몸을 숨기는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 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임신 중이던 태국 국적의 미등록 체류자가 단속 과정에서 발목을 다친 뒤 강제 출국 되었다가 유산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베트남 미등록 체류자가 단속을 피하려다 낭떠러지에 추락해 사망했다. 이처럼 폭력적 단속 방식으로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은 어떠한 개선책도 마련하지 않은채 이번과 같은 인재를 또다시 초래하였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APEC 개최는 무엇인가. 규범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쫓아내고, 정상성에서 벗어나있는 존재를 죽음으로 내몰아야만 성사될 수 있는 정상회담이란 무엇인가. 정부는 인간의 존엄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외면한 채, 존엄을 임의로 선별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지난해 8월 기준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은 41만 명을 넘었다.이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법 체류자·단속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반인권적 이주 정책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합법과 불법’이라는 기준에서 사람을 검열하고 분류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차별을 해소하고,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평등’이라는 기준을 중심에 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 나아가 미등록 체류자 등 사회적 소수자와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신속히 구축하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폭력적 단속으로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를 깊이 추모하며,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별금지와 평등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2025년 10월 3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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