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로켓’ 옵션 꺼도 검색 상위… 공급이 만들어낸 ‘새벽배송’ 수요
비신선식품도 ‘새벽 도착 보장’ 위주 추천… 소비자는 원치 않아도 쿠팡이 만든 알고리즘 벗어나기 어려워
열쇠고리, 수족관 온도계, 습기제거제, 배수구 덮개, 옷, 배수관 클리너, 드럼(악기) 패드 세트, 헤어스프레이, 사무용 의자, 장갑, 휴대전화 케이스, 전기 매트 및 장판, 의자, 담요, 반려묘 스크래처, 반려견 울타리….
한겨레21 기자가 2025년 11월10일부터 11월15일까지 쿠팡 택배기사와 함께 심야노동을 하면서 새벽배송으로 아침 7시까지 반드시 배송해야 했던 제품들이다.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받아야 상하지 않는 신선식품 외에 다양한 품목이 새벽배송 서비스로 주문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이 물건 반드시 내일 아침 필요한가
개인의 사정에 따라 신선식품과 생필품이 아닌 물품도 ‘당장 내일 새벽에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다. 다만 반드시 빠른 배송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물품이 적지 않았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대표는 한겨레21이 파악한 물품 내역에 대해 “긴급한 물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랍장 등은 없으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 선임활동가도 “어르신이나 아기를 돌보는 경우에는 식재료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 당장 그날 아침에 필요한 물건이 얼마나 될까”라며 “(한겨레21이 파악한 가구 등은) 새벽에 (그 물건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소비자가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이유에는 빨리 물건을 받고 싶은 소비심리 영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소비자 단체는 쿠팡의 시스템도 한몫했다고 말한다. 공급자인 쿠팡 쪽이 만들어내는 새벽배송 수요라는 것이다.
- ‘도착일시 변경’ 기능 찾기도 어려워
이는 ‘쿠팡 와우’ 멤버십 이용자에게 새벽배송을 추천하는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월 7890원을 내고 쿠팡 와우에 가입하면 각종 드라마나 영화, 스포츠 콘텐츠가 유통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를 볼 수 있다. 또한 ‘로켓’으로 시작되는 당일, 익일 새벽, 익일 등 빠른배송 서비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쿠팡 와우 이용자가 무료로 새벽배송을 이용하게 되면서, 새벽배송 상품이 보편 서비스가 됐다. 그러면서 자연히 새벽배송 상품이 알고리즘상 상위권을 차지하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노출 순서상 새벽배송이 아닌 다른 상품을 이용하기도, 찾기도 쉽지 않아졌다. 김정덕 선임활동가는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된다’는 점에 소비자가 습관적으로 길든 것도 있다”며 “쿠팡플레이를 보기 위해 월 정기 요금을 내면, 새벽배송 물품을 주문하게 되는 식으로 (소비 행태를) 확장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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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4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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