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성희롱교사' 어떻게 됐냐는데... 교육청, 왜 숨기나?

프로젝트

'성희롱 교사' 어떻게 됐냐는데…교육청, 왜 숨기나?

머니투데이

'스쿨미투' 후 성희롱 교사 처분 결과, 16개 시도교육청 비공개 일관…행정법원 "일부 빼고 다 공개하라"

서울시교육청./사진=뉴스1
서울시교육청./사진=뉴스1
 

 

지난 2018년, 학생들이 직접 용기를 내서 평소 성희롱을 일삼은 교사들을 지목했었다. 이른바 '스쿨미투'였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이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성폭력 고발 학교는 전국 100개에 달했다.

낯부끄러운 일부 자질 미달 교사의 민낯이었다.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만큼 많았다. "여성은 XX X을 밀어야 한다"고 했고, "애 낳는 기계"라 했으며, "XX처럼 살 찌워봐. 그럼 가슴도 커지고 얼마나 좋니?"라고 했단 주장이 나왔다.

해당 교사들은 추후 어떻게 됐을까. '정치하는엄마들'은 그 결과를, 지난해 4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물었다(제주 제외).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됐는지, 가해 교사는 직위해제됐는지, 징계했는지, 피해자에게 사과했는지, 학교 측 재발방지 대책은 뭔지 등이다.

하지만 대부분 '비공개' 답변을 받았다. 학생들이 힘겹게 폭로한 일들이다. 응당 제대로 처분이 됐는지 밝히라는데, 교육청은 대체 왜 안 알려준 걸까.

 
 

행정소송까지…서울시교육청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뉴스1

이에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스쿨미투'가 제기된 서울시내 23개교의 성희롱 교사 처분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었다. 이에 제대로 밝히기 위해, 행정소송까지 불사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비공개 사유로 △인사관리 결정사항이 포함돼 학교장 등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큰 점 △개인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가 침해될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즉, 성희롱 교사 처분과 관련된 정보가 공개될 경우, 그가 누군지 식별할 수 있으므로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알려줄 수 없단 얘기였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지난달 19일 공개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의 녹취록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보를 공개했을 때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또 징계를 받지 않고 남아 있는 선생님의 경우, 교사로서 교단에 설 수 있을까 고민스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후속대처 어떻게 했는지, 감시감독 하겠다는 것"

 
 

'성희롱 교사' 어떻게 됐냐는데…교육청, 왜 숨기나?

반면, 정보 공개를 요구한 '정치하는엄마들'은 국민 알권리와, 감시활동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교육기관이 '스쿨미투' 사건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적이란 의미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류하경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변호사)는 "엄벌을 했는지 안 했는지, 적절하게 징계했는지, 후속 대처를 어떻게 했는지 우리가 감시감독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이 하는 일들은 원칙적으로 다 정보공개가 되도록 돼 있다"며 "가해자 신상이 조금 알려진다거나, 가해자의 불편함을 이유로, 그런 것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거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덕 활동가는 "학생들 입장에선 너무 힘든 상황에서, 경찰서까지 가서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교사는 어떻게 되겠지하고 진술을 다 한 것"이라며 "그런데 개학해서 그 교사가 돌아왔다. 그럼 그 심리적 충격은 대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울행정법원 "일부 빼고 다 공개하라" 판결에…서울교육청 '항소'

 
 
스쿨미투가 발생한, 전국 100개교 지도./사진=정치하는엄마들 홈페이지
스쿨미투가 발생한, 전국 100개교 지도./사진=정치하는엄마들 홈페이지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5일 "가해자 개인정보와 감사결과보고서를 제외한 나머지를 공개하라"고 했다. 감사결과보고서에 대해선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고, 감사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공개가 결정된 '나머지' 부분은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여부 △가해교사의 직위해제 여부 및 징계처리 결과 등이다.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판결문에선 "언론보도나 SNS를 통해 알려진 부분이 상당하고, 후속처리 결과에 불과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업무에 추가로 지장을 줄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했다.

또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향후 교내 성폭력 사건 고발 및 그 처리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판결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7일 '개인정보 보호 이유와 2차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다시 들며, 항소했다. 이에 정치하는엄마들 측은 서울교육청의 항소를 규탄하며 '스쿨미투 전국지도'를 제작해 100개교가 어디인지, 어떤 성희롱 피해가 있었는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42815500458139

 

날짜
종료 날짜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