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장애유아 의무교육 권리 박탈...'대안'은 없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9.01 11:07
- 댓글 0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현행법상 만 3세 이상 장애유아는 의무교육 대상자이다. 그러나 장애유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선택 여부에 따라 보육과 교육의 질적 차이를 크게 경험한다. 어린이집에는 특수교사가 오지 않아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구조다.”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21일 서울 소공동에서 ‘장애영유아 어린이집 교사 자격 및 양성체계 개편방안’ 간담회를 열고, 어린이집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경희 중부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김근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민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 ▲문경자 장애아동지원교사협의회 회장 ▲박현주 꿈고래어린이집 원장 ▲윤일순 개구리어린이집 원장 ▲조혜란 개구리어린이집 교사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이 참석했다.
◇ “온라인 수업으로 장애영유아 보육교사 자격확인서 취득”
현재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과 양성체계는 어떻게 돼 있을까.
2012년 신설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시행령(2011.8.4.제정, 2015.8.5.시행)에 따라 장애영유아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배치 기준이 강화됐으며, 2015년 7월 1일부터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확인서’ 제도가 도입됐다. 보육교사 2급 자격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학점 인정 방식 등을 통해 특수교육 또는 재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해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확인서를 취득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확인서 발급현황을 살펴보면, 자격증 발급 첫해는 2015년 958건에서 2018년 11월 기준 7258건이 발급됐으며, 2020년 현재 1만 6000여 건 발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보육통계 기준, 장애아전문어린이집(장애전문)은 전국 176개소, 아동 6301명, 특수교사 1185명. 장애아통합어린이집(장애통합)은 전국 1100개소, 아동 4568명, 장애아반 보육교사 720명이다. 장애아전담 보육교사는 특수교사나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의 자격을 갖춘 교사여야 한다.
2020년 보육사업 안내에 따르면, 장애전담·장애통합 어린이집에는 장애아 3인당 교사 1인이 배치돼야 한다. 교사 3인 중 1명은 반드시 특수교사 자격소지자로 배치하되 장애전담 보육교사 대신 특수교사로도 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특수교사 수가 부족하기도 하고 특수교사가 어린이집으로는 취업하지 않으려는 게 현실이다.
◇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 취득, 수당이 목적?
현행 장애아전담 보육교사는 ‘자격증’이 아닌 ‘확인증’을 받는 시스템으로 양성 교사 수는 확대됐으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격확인증을 받은 교사가 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지, 실제 장애영유아를 돌보지 않아 일종의 ‘장롱 면허’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 자격확인증을 받은 보육교사는 장애영유아를 돌보지 않더라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격 수당 월 10만 원씩 지급한다. 이들 가운데 장애아반을 담당하면 정부로부터 30만 원 수당을 추가로 받는다. 전국적으로 지자체마다 수당체계에는 차이가 있다.
자격확인증 소지만으로 수당을 받는 것은 정당할까. 박현주 원장은 “장애영유아 입장에서는 기관이 늘어나서 부모가 보내고 싶은 기관에 마음대로 보낼 수 있도록 선택권이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장애통합반이 없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보내는 현실을 고려하면, 수당 지급이 장애통합반과 기관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취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는 적정 수준의 교사 인력이 배치되고 있을까. 윤일순 원장은 특수교사와 장애아 전담교사 채용의 어려움에 대해 호소하며, “장애아전담 보육교사 수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현재 운영하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두 개 반, 여섯 명의 장애아동이 있고, 대기아동은 다섯 명이다. 2019년 등원 문의한 아동은 스무 명쯤 된다”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장애영유아 전담교사를 구하지 못하면, 장애아반에 일반보육교사를 배치하고 6개월 내 해당 교사가 직무교육 과정을 이수해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 “장애영유아 전담교사 질 높이려면… '실습' 필수”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특수교사가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과 양성은 장애전담 및 장애통합 어린이집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이라면서 “현장에서 장애영유아의 특수한 보육 수요에 적합한 교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격·양성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영유아 보육교사 양성체계를 어떻게 개선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윤일순 원장은 “장애영유아 전담교사에게 여덟 과목만 듣고 자격확인서가 나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격확인서를 받기 위해선 장애통합 어린이집에서 6개월이든, 1년이든 근무했을 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장애통합 어린이집 교사 채용 경험을 예를 들었다. “(교사를 채용해 보니) 자격증은 있는데 장애아동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니 하루 출근하고 오지 않았다”면서 자격확인서에 따른 교사 양성 과정에 ‘실습’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문경자 회장은 보육교사 상담 밴드에 게재된 글을 보면, “자격은 취득했지만 장애아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있다”면서 “다른 아동보다 장애아동은 적어도 실습이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원장도 “실습 기관이 형성돼 있지 않아 문제”라며 “사회복지법인이나 교육부와 연계해 초등학교나 유치원 특수학급에 실습을 갈 수 있게 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어린이집, 특수교사 기본 급여 기준 마련 후 자격 강화해야”
어린이집으로 특수교사를 유인할 방법이 있을까. 특수교사가 어린이집에 근무하게 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과 자격확인증을 가지고 있는 보육교사에게 더 교육을 이수하게 해서 특수교사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나왔다.
박 원장은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전에 학교 특수교사로 일했다. 박 원장은 학교에서 근무할 때 오후 1시면 수업이 끝나 수업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경우, 긴 근무시간으로 시간 보장이 안 되는 점을 비롯해 특수교사가 일할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말했다. 또 특수교사가 어린이집에서 일한 경력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어린이집은 기본적으로 승진제도 자체가 없다. 보육교사 자격만 3급, 2급, 1급으로 나누어져 있을 뿐 자격에 따른 급여, 호봉 차이도 없다. 문경자 회장은 “특수교사가 어린이집에 왔을 때, 7호봉부터 시작한다든지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어린이집 자체에 호봉 차이가 없는 게 문제”라면서 “특수교사, 장애영유아 전담교사 모두 급여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회장은 “기본 급여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놓고 자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양성체계를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단기적으로 특수교사를 유인하기 위해선 호봉체계를 달리하는 게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동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안이 나왔다. “기존의 자격 확인증이 면허라면, 자격증으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급여에 대한 지원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기존 자격을 2급으로 보고 실습 후 1급을 자격을 주는 방안도 논의 됐다.
자격 급수를 두고 이후 통합을 하게 됐을 땐 재교육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두자는 것과 특수교사 자격취득 과정에 준하는 과정으로 장애영유아전담 보육교사 전문성을 확보를 위해 국가공인자격으로 양성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 장애영유아의 교육의 질 개선 위해 "양질의 보수교육 필요"
장애영유아의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장애영유아전담 보육교사 보수교육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장애영유아 교사를 위한 교육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 문 회장과 박 원장, 윤 원장 모두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면서 "질 낮고 형식적인 직무교육 등"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문 회장은 “2008년 장애전담어린이집에 입사해 장애아동 관련 오프라인 교육을 단 한 차례도 받은 적 없다”고 털어놨다. 박 원장도 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할 당시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 교육청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을 들면서 부족한 교육 콘텐츠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윤 원장의 경우, 사설 교육기관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교육을 직접 받고 있으며, 교사들에게도 제공하고 있었다.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장애영유아 의무교육 실현을 위해서, 유치원, 어린이집 기관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최종적으로 유보격차를 완화해 가면서 통합해 나가야 하지만 당장 안 되면, (장애아 전담 보육교사)수당을 높여 자격 급수를 맞춘 다음 특수교사에 준하게 해야 한다”면서 “자격 급수를 제대로 마련하고 현재의 두 배 정도 수당을 마련함과 동시에 제대로 된 보수교육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email protected]】
- 4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