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뜨거운 감자' 온종일돌봄특별법...쟁점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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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온종일돌봄특별법… 쟁점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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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학교비정규직 '적극 반대'… 교사노조도 "부족한 법안"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4일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온종일 돌봄 특별법 철회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4일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온종일 돌봄 특별법 철회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는 직장맘들의 고용단절 '마의 구간'으로 통한다. 어린이집은 연장반을 운영하고, 유치원도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이 있으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정규수업이 낮 12시에 끝난다. 두세 군데 학원을 보내더라도 부모의 퇴근 시간을 맞추는 건 어렵다.

초등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17년째 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 지난 6월 10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화성병)과 지난 8월 4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온종일 돌봄 특별법)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4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종일 돌봄 특별법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돌봄전담사가 가입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에서도 ‘권칠승·강민정 의원 온종일 돌봄 특별법 법안소위 심사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비노조의 경우, 법안 수정을 요구하면서 7월 27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해오고 있고, 9월 8일부터 농성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에서도 두 법안에 대해 "부족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 돌봄 운영 주체 ‘지자체’로 규정한 권칠승·강민정 법안

법안의 내용은 무엇일까. 권칠승 의원과 강민정 의원은 공통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초등 아동의 온종일 돌봄에 대한 책임을 명시했다. 지자체장은 교육감과 협의해 연도별 지역 온종일 돌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하고 필요사항에 대해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돌봄 서비스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본 것이다.

차이점은 권 의원 법안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온종일 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는 점. 반면 강 의원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사회부총리인 교육부장관을 부위원장으로,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장관 및 지자체 협의회장을 위원으로 하는 ‘온종일 돌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두 법안과 관련해, “교육의 주인, 학교의 주인인 학생은 안중에 없고 오직 교사를 위한 법안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학부모와 학생은 교육부의 책임 아래 학교라는 공간에서 안전권을 보장받으며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돌봄교실이 학교에서 공간만 차지할 뿐 운영 책임이 지자체에 있을 때, 학생 간 폭력이 발생하거나 사고로 다치거나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하면 보건실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냐”면서 “학교와 지자체 사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겪게 될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이날 7세 자녀를 둔 예비 초등학생 엄마는 “돌봄교실을 학교에 설치하되 그 책임과 권한을 교육부와 지자체가 나누어 갖겠다는 것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듣기에 '핑퐁게임'을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 '보육-교육 구분'… 정치하는엄마들 "NO" 교사노동조합연맹 "YES"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자체로 이관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적 돌봄이 위탁운영, 민영화가 되더라도 교사업무가 아니니 상관없다는 것 아니고 무엇이냐”고 물었고, 김지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법안을 만들면서 부모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들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자체’가 돌봄 운영의 주체인 점을 가장 문제 삼고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난 2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문제가 나오면 '교육과 보육은 다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보육기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 “교육청이 돌봄 자체를 책임져야 한다. 학교에서 돌봄을 하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교사단체 입장은 반대다. 이장원 교사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은 2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권 의원 법안은 교육부장관에게 온종일 돌봄 기본계획을 세우는 책무를 부과해 교육과 돌봄을 혼동하게 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면서 “돌봄업무가 교사업무로 와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학교 공간을 사용하더라도 운영은 지자체가 하는 게 맞고, 초등돌봄 관리 주체를 명확하게 법안에 적시하고, 예산 확립 방안도 담아야 한다”며 “두 법안 모두 부족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 국회의원실 입장은? "교사를 위한 법안? 동의하기 어렵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 국회 정문 앞에서 '학교 돌봄교실 몰아내는 지자체 이관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 국회 정문 앞에서 '학교 돌봄교실 몰아내는 지자체 이관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의 입장을 들어봤다. 두 의원실은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었던 돌봄교실 운영에 필요한 법안을 마련했는데 단체마다 반대 뜻을 밝혀 난처한 상황이다.

권칠승 의원실 관계자는 22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각 단체의 비판 의견을 이메일과 팩스로 받아 국회 교육위원회 당 간사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온종일 돌봄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총선 추진 공약이었다”라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권 의원 측은 “교사 단체는 '교육부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면 학교 내에 돌봄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 학교 영역 안에서 교육과 돌봄이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학비노조에서는 '지자체가 주체가 되면 민간에 위탁을 주려는 목적 아니냐'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려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법안의 큰 내용을 생각했을 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체마다 반대하면 결국 아이들만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정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학부모들이 오해하는 것이고 돌봄의 질적 수준에 대한 합의가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 측은 “학교라는 제한된 시설과 인력으로 돌봄을 하는 것은 돌봄의 질은 보장할 수 없다. 학교 시설은 다양하지 않음으로 지역의 문화센터, 수영장, 공연장 등 지역 내 설비, 시설,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것인데 돌봄에 대한 상을 서로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교육은 학교가 책임지지만 돌봄에 있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자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사를 위한 법안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강 의원 측은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수업과 학생 상담이 제일 중요하다. 교사가 본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면서 “교사의 (돌봄으로 인한) 과도한 행정업무 때문에 학생과 시간을 못 보낸다면 국가적 낭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한 아이의 성장과 돌봄에 대해 얼마나 배려하고 고민하는지, 돌봄의 질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5월 '학교가 돌봄 책임' 법안, 교원단체 압력에 철회"

사실 온종일돌봄에 대한 논란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바로 “지난 5월 19일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의 운영 책임을 교육감과 학교에 두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교원단체 압력에 굴복해 3일 만에 철회한 사건”(지난 14일 학비노조 기자회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비노조와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번 논란이 지난 5월에 있었던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정치하는엄마들도 법안 철회 당시 성명서를 내고 “교육자 본분을 망각한 교원단체의 초·중등교육법 저지 규탄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흔들림 없이 초등볼돔 법제화 추진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학비노조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정부안이 철회된 일을 언급하며 “(새로 발의된 권칠승·강민정 의원의) 두 법안 모두 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기보다 학교장과 교원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하고 그들의 입장을 반영한 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22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법안이 21대 국회 시작하자 즉시 재추진된 것”이라면서 “교원단체, 방과후 강사, 학부모 등 다양한 요구가 있어 폭넓은 의견 수렴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입법 추진을 중단한 것이지 교사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 학비노조, 지자체 이관 시 민간 위탁에 따른 고용불안 우려

한편 학비노조가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돌봄전담사가 속한 학비노조는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 법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현장 근무하는 초등돌봄전담사들의 고용불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교육청 소속의 돌봄전담사들은 권 의원과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대로 운영 주체가 ‘지자체’로 이관되면 민간 위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고용안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최은희 학비노조 정책부장은 지난 22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법적 근거 없이 17년째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두 의원의 법안에 노동자 고용보장은 없다”며 반발했다.

현재 돌봄시설은 지역아동센터(보건복지부),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여성가족부) 등 부처마다 흩어져 운영되고 있다.

최 정책부장은 “학교 안에서 학교의 관리를 받고자 하는 학부모의 요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학교 돌봄교실은 지자체 관리를 받으라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돌봄교실은 학교 직영으로 운영돼야 한다. 교육청이 운영 주체가 되고, 교육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비노조는 이같은 의견을 담은 대안 법안을 준비해 여러 의원실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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