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사례관리 중 아동학대 사망사건, 국가도 공범이다!

우리는 또 한 아이를 잃었다.

지난 13일 목동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16개월 아이가 심장이 멎은 채 들려 왔다. 구급차도 아닌 보호자에 들려온 아이의 온몸에는 여러 군데 피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와 쇄골 등은 크게 다쳐 있었다.

이 아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최근 다섯 달 사이 세 차례나 반복 됐지만, 그 때마다 경찰은 피의자인 부모의 말만 믿고 혐의점이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결국 입양이 된 지 열 달 만에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월, 서울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의 몸 곳곳에 멍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서울 양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이의 상처부위 사진을 확보하고도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 아이를 안마해주는 과정에서 상처가 났다'는 부모의 진술 등을 근거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 7월에도 경찰은 '아이가 차량 안에 수십 분간 방치됐으며 뼈에 금이 갔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했고, 9월에는 아이를 진찰한 소아과 원장이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학대가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아이를 피의자와 분리하지 않았다.

이렇듯 경찰에 의해 재학대 위험에 방치된 아이는 13일 낮 11시경 응급실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에 이렀다.

경찰에게 묻는다.

숨진 아이의 몸에서는 피멍과 함께 수차례 골절된 흔적이 발견됐다. 반복되는 학대 의심신고가 혐의점이 아니면 무언가? 수사 시에 피의자들 말만 경청하지 말고 피해 아동의 건강검진만 했어도. 멍자국과 골절흔적을 주검에서 발견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이는 부모만 잘 못 만난 게 아니라, 나라를 잘 못 만난 것이다. 무책임하고 파렴치 한 경찰과 아이 하나 구해 내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가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아이의 이름이 국가 학대피해아동시스템에 등록된 이전과 이후는 분명 달라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례관리 중이던 아이가 사망했다. 국가 시스템의 사망선고부터 해야 한다. 학대피해 아동의 이름을 시스템에 올리고 방치하는 게 얼어 죽을 '사례관리'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9월 9일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직무유기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피해 아동 역시 국가의 학대피해아동보호시스템 안에 있었으나 천안시, 천안서북경찰서,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책임기관의 직무유기와 방임으로 재학대에 이러 사망한 사건이다. 김상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청안 사건의 조사, 수사 경과를 보면 수차례의 구조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국가는 피해 아동을 범죄 소굴에 떠밀었다.

즉 목동 재학대 사망사건은 천안 재학대 사망사건과 판박이다.

아동학대 최초 신고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학대피해아동보호시스템이 왜 이 죽음을 막을 수 없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애도이자, 더 이상의 죽음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목동 재학대 사망사건의 경위를 입수하는 대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다. 포기하지도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그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2020. 10. 16.

정치하는엄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