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돌봄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학교만 빼고? (장하나활동가)
[오늘을 생각한다]돌봄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학교만 빼고?
11월 6일 초등돌봄 파업이 예고돼 있다. 누구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의 책임이 크다. 지난 5월 교육부가 초등돌봄을 학교 사무로 법제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교원단체들의 극렬한 저항으로 3일 만에 철회했다. 이후 정부 여당은 초등돌봄을 사실상 민간에 위탁하는 온종일돌봄특별법 제정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코로나19로 공적돌봄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교사들이 발 벗고 나서 초등돌봄을 보이콧하고 정부가 맞장구치는 행태는 대한민국 아이들에 대한 배신이다.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안위는 교사들의 관심 밖이었다. 코로나19가 부른 돌봄 공백은 아랑곳없이 ‘교사는 교육(수업) 외 업무를 할 수 없다. 학교는 교육만 하는 곳’이라고 목소리 높인다. 철저히 교사편에 선 정부 여당은 더 형편없다. 복지 전달체계로서 민간위탁은 어느 분야에서도 실패하고 있다는 걸 잘 알지 않나? 그런데 초등돌봄을 민간에 위탁하겠다고? 돌봄의 질이 떨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텐데 정부가 명백한 퇴보를 선택한 이유는 교사들의 집단적인 반발밖에 없다. 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는가?
양육자들도 초등돌봄에 목매고 싶진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실시된 43일간 아이를 휑한 학교에 두고 오는 마음이 하루도 편치 않았다. 공무원이 아닌 양육자들도 교사·공무원처럼 3년의 육아휴직을 보장받고 육아휴직자에 대한 결원이 보충되고, 육아휴직과 별도로 2년 이내 1일 2시간의 유급 육아시간을 보장받는다면, 초등돌봄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비공무원 양육자들은 1년의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은 취업모의 무덤이라고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초등돌봄 민간위탁이 아니라 돌봄 양극화 해소다.
교육부가 9월 말 입법예고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보면, 돌봄 양극화를 심화시키기로 작정을 했다. 현행법상 1년씩 세 번 쓸 수 있는 교육공무원 가사휴직의 사용 요건을 ‘가족의 사고나 질병 시’에서 ‘부양하거나 돌보기 위해’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위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공립 교원은 육아휴직 3년에 돌봄 휴직 3년을 더하면 자녀돌봄을 위해 최대 6년간 휴직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10일짜리 가족돌봄 휴가가 20일로 찔끔 늘어난 걸 생각하니 말문이 턱 막힌다.
코로나19로 학교도 문을 닫고, 지역아동센터도 문을 닫아서 밥을 굶은 아이들이 있다. 코로나19는 방아쇠가 되어 위기 아동들의 생명을 여지없이 앗아갔다. 코로나19는 공교육 체계 안에 돌봄을 강화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삶에서 교육과 복지를 억지로 분리하는 것은 행정편의, 교사편의일 뿐 결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안전한 삶을 살고 있는지 일상적인 주의를 기울이고 지자체·전문가와 협력해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모든 학교에 사회복지사와 상담사가 배치되어야 하고, 학교는 교육과 복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교사가 거부하든 말든 공교육은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시대의 요구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