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쓰레기를 '구출'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노미정활동가)

쓰레기를 '구출'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  칼럼니스트 노미정

[작은도서관과 함께하는 마을육아] 기후야 그만 변해, 우리가 변할게

맨발로 걸으며 바닷가 쓰레기 줍기. 끝없는 플라스틱 쓰레기. ⓒ노미정
맨발로 걸으며 바닷가 쓰레기 줍기. 끝없는 플라스틱 쓰레기. ⓒ노미정

“언니, 이거 집게로는 도저히 안 되겠는데. 작은 게 너무 많아.”

“아이고, 눈도 아프고 다리도 허리도 아파서 더 이상 못하겠다.”

앉고 일어서길 반복 하다보니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와 한숨이 터져나온다.

10월 16일 오전, 시원한 가을 바다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바다 경치는 뒷전이고 모래바닥만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바닷가에서 모래를 파고 있는 도서관 엄마들. 걷다가 여기저기 쭈그리고 앉기도 하고, 털썩 주저앉으면서 열심히 줍고 있다.

주워도 주워도 끝없이 나오는 플라스틱과 쓰레기들. 오전 한 시간 정도 바다 쓰레기를 주웠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다음번 '쓰줍(쓰레기 줍기)' 시간에는 도서관 근처 마을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지구도 지키지만 내 몸도 지켜야 하기에.

우리는 작은도서관 환경모임 '더불어숲 지구지킴이' 엄마들이다. 공동체와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올해 4월 (재)숲과나눔 ‘풀씨’ 환경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면마스크 키트’도 나눠줬다. 6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면생리대 만들기, 친환경제품 사용하기, 환경책과 영화를 보고 실천하는 미션도 진행했다.

여름에는 바닷가 맨발걷기를 하며 모은 유리 조각들로 예쁜 목걸이도 아이들과 같이 만들고, 울산박물관에서 ‘크리스조던 전시회’와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 ‘알바트로스’ 다큐 영화도 함께 봤다. 그리고 바닷가 쓰레기 줍기도 시작했다.

'더불어숲 지구지킴이 모임 활동' 환경책 함께 읽기. 바닷가에서 주은 유리조각으로 만든 목걸이(유리와이어공예). ⓒ노미정
'더불어숲 지구지킴이 모임 활동' 환경책 함께 읽기. 바닷가에서 주은 유리조각으로 만든 목걸이(유리와이어공예). ⓒ노미정

◇ 가끔씩 고민하던 환경문제가 이제 일상으로 들어왔다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환경을 주제로 우리가 함께 얘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다.

생리대, 쓰레기 문제로 시작했지만, 동물복지, 채식, 에너지(핵발전소), 물, 지진, 기후위기, 플라스틱, 바이러스, 물질과 소비, 패션과 환경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혼자였다면 정보를 아는 데서 그쳤겠지만, 함께 모임을 하다보니 환경에 대한 기사나 이슈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모임하는 분들과 공유하며 배움이 일어났다. 가끔씩 고민하던 환경문제가 이제 일상으로 깊이 들어왔다.

환경지원사업으로 첫 시작을 열었지만 지금은 자발적인 환경동아리 '더불어숲 지구지킴이' 모임으로 매주 만나고 있다. 우리가 8개월 동안 함께해온 활동을 꾸준히 기록하고 도서관 까페와 밴드에 알렸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몇 주 전 KBS1 ‘다큐온’ 프로그램에 포항의 쓰레기 구출맘 ‘쓰맘쓰맘’ 엄마들이 나왔다. 포항의 맘카페에서 만난 엄마들이 함께 바닷가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며 일상에서 환경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지속하고 있었다.

다큐에서, 포항 칠포해수욕장 쓰레기를 줍는데 태풍에 떠밀려온 냉장고를 보면서 허탈했다는 '쓰맘' 엄마의 인터뷰를 보며 함께 울컥했다.

“이건 내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다. 우리 몇 명이 해양정화 활동을 하고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질까? 우리가 하는 활동은 먼지나 티끌 같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속상하고 무력감이 들었다.”

“환경이란 주제는 항상 저 밑에 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때에는 환경 문제가 가장 우선순위에서 고려되어야 지속가능한 삶이 되지 않을까?”

쓰레기 문제에 눈을 뜨며 성실하게 해변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지만, 돌아서면 또 쌓이는 쓰레기들을 보며 힘이 빠진다. 하지만 엄마들이 쓰레기 줍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다음 세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 때문이다. '쓰맘쓰맘' 엄마들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렇게 가슴 뭉클한 다큐라니.

작은도서관 '더불어숲 지구지킴이' 모임을 하면서 공부하고 고민했던 환경과 쓰레기 문제들이 방송을 보는 내내 공감됐고, 선한 파동을 주는 '쓰맘쓰맘' 엄마들이 정말 고마웠다.

◇ 곳곳에서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도서관 입구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만들었다. 방문자들 누구나 아이스팩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다. ⓒ노미정
도서관 입구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만들었다. 방문자들 누구나 아이스팩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다. ⓒ노미정

‘쓰맘쓰맘’ 엄마들의 다큐가 방송된다는 소식을 듣고, 울산맘카페와 가입된 밴드, 커뮤니티에 '본방사수' 글을 열심히 올렸다. 엄마들이 보기 힘든 밤 10시 50분 방송이어서 다음 날에 '다시보기' 안내와 함께 짧은 소감을 적어 또 글을 올렸다.

방송을 본 엄마들이 맘카페에 남겨준 응원과 실천을 다짐하는 댓글들이 큰 힘이 됐다.

"정말 멋진 엄마들이네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동참할게요."

"당장 물티슈 없애기, 면생리대 쓰기 하는 중인데 불편함을 감수하니 마음만은 뿌듯하네요."

‘'아이스팩도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드는데 재활용하면 좋겠어요."

"애기 재운다고 못 봤는데 다시보기 너무 감사해요. 울컥하고 감동했어요."

"이런 글이 넘쳐나는 맘카페가 되면 좋겠어요."

"울산에도 이런 거 있음 함께하고 싶어요. 저도 노력하는데 아직 부족해요."

기후위기!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올해 엄청난 태풍이 울산을 강타했다. 예년과 다르게 태풍 수도 많아졌고, 강도도 엄청났다. 지난달에는 일본을 지나가는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 울산에 강풍이 불었고, 그날 저녁 도심 중심가 주상복합 아파트에 큰 화재가 났다. 강풍으로 인해 밤새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코로나도 잦은 태풍도 기후위기, 환경과 관련이 있다. 그 피해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쓰레기를 고민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환경에 유익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환경문제에 개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야 한다.

지난주 '더불어숲 지구지킴이' 모임에서는 재활용품을 활용해 '내 맘대로' 기후위기 피켓을 만들었다. 처음엔 뭘 만들지 다들 고민했는데, 하나둘 아이디어들이 더해져 서로 도와가며 손피켓을 완성했다.

이 피켓을 들고 다음 주엔 거리로 나갈 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쓰레기로 가득 찬 세상을 물려줄 순 없으니까.

*칼럼니스트 노미정은 중학생 둘에 늦둥이 다섯 살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울산 동구의 더불어숲작은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공동육아·마을공동체를 고민하며, 함께 읽고, 쓰고, 밥도 먹는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 우리가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해 지금 나부터 ‘꿈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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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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