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신문] 아동학대 강력 근절 대책 필요하다 (최미아활동가)

프로젝트

아동학대 강력 근절 대책 필요하다

  •  최미아

[현장담론]최미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부끄럽고 마음 아프게도 울산은 올해 각 구군별로 모두 어린이집 아동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학대 사건은 1월 남구, 6월 중구, 9월 북구, 10월 동구, 11월 동구, 울주군까지 6건이다. 사실은 이보다 더 많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지만 원장의 회유, 부모의 포기 등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묻혔다. 훨씬 이전부터 묻어두었던 아동학대가 이제야 터져 나와 겨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9월 북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상황인 와중에 어린이집의 등원이 중단된 기간이 꽤 되었을 텐데 아동학대 사건이 꾸준히 보도되는 걸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적절한 처벌이 내려지길 기다렸다. 그러던 중 언론사 기자분을 통해 북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부모님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얽혀있는 복잡한 사건이었다.

이후 동구 피해 부모님들까지 만나서면서 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지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민에 고민을 이어갔지만 딱 이것이 문제다 할 수 없을 만큼 여러 문제가 얽혀있었다. 법령은 보건복지부, 어린이집 인허가는 구청, 종합적인 관리는 시청이 하고, 학대 발생 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되면서 여러 조치가 취해진다.

올해 10월부터 각 구별 배치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인원도 부족했다.
영유아가 어린이집에 맡겨지기까지 여러 부처에 연결되어 있다 보니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동안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할 움직임은 미비했다. 죄를 나눠가지니 죄를 가볍게 여긴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아동학대를. 울산시가 아동친화도시라 내세우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연이어 발생했고 대책마련 간담회엔 소위 전문가의 이름을 단 어린이집 관계자와 영육아 보육에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아이들이 고통받는 동안 어린이집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각종 모임, 연합회 등 사회관계망으로 이익집단을 형성해 그들끼리 돕고 봐주면서 문제를 키워왔다.

아동학대 사건이 은폐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인 아이들과 양육자에게 돌아갔다. 아이들은 부모의 품을 떠나 첫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믿었던 보육교사에 의해 학대를 당했다. 이해관계자들의 봐주기, 이익 챙기기에 아이들이 희생 당하고 있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피해자를 돕는 시스템은 즉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60일치의 CCTV를 찾아보고 증거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건 학대 피해 부모님들의 몫이였다. 이제는 더이상 놔둘 수 없을만큼 문제가 심각해지자 스스로 나서서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막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19일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 롯데백화점 광장 앞에서 촛불을 들고 '아이들은 우리미래 꽃으로도 때리지마라'고 외쳤다.

지금 울산시가 이대로 넘어가고 적당한 대책으로 위기를 모면한다면 '아동친화도시 울산'은 커녕 '어린이집 아동학대 도시 울산'의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피해 부모님들의 주된 요구사항은 어린이집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가해교사와 원장의 영구 자격정지, 어린이집 폐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외 덧붙여 울산시와 각 구군청에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시구군청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전담공무원 충원 및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피해아동, 양육자의 즉각적 심리상담 연결이 필요하다. 학대에 따른 심리치료 과정을 이해한다면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님을 알 것이다.

셋째, 시구군청이 책임 있는 대체보육기관을 마련해야 한다. 학대 피해 아이는 학대 장소에서 나와 다른 어린이집을 가야하는데 학기 중에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기란 어렵고 가정양육으로 이어져 주양육자가 직장을 그만둬야하는 상황에 이른다. 혹시 직장을 그만둘 수 없고, 대체보육기관을 찾지 못하면 학대장소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발생한다.

넷째, 어린이집과 무관한 외부 인력으로 '어린이집 CCTV모니터링단'을 구성해 불시에 CCTV를 확인해 아동학대를 점검 해야 하다.

다섯째, 부모참여형 열린(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해야 한다. 사립 어린이집은 자발적으로 부모참여를 시키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집이 폐쇄적이면 부모참여 통로가 막히고 어린이집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울산시의 제도적 방침으로 부모참여형 어린이집을 확산시켜야 한다. 서울의 '산마루어린이집'처럼 부모가 운영주체가 되는 '공동육아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의 어린이집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보살핌만으로 잘 자랄 수 없다.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른들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아이들을 살리려는 의지, 어른들의 즉각적인 행동만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 울산'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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