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 "약자가 살기 좋은 도시 울산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미아활동가)

“약자가 살기 좋은 도시 울산이 됐으면 좋겠어요”

 
▲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아이를 키우고 양육자들의 목소리를 내는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최미아 이사장은 울산이 약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한다. 약자가 살기 좋은 도시 하나만 잘 돼도 울산이 당면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넓어진다면 이것이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울산이 아동친화도시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타 시도가 봤을 때 부끄럽지 않게 잘 지켜진다면 울산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하는 엄마들’ 아동학대 대응

이기암 울산저널 기자(이하 이)=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의 교육 사업을 비롯한 울산 내 교육의 미래를 위해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고 또한 최근 불거진 아동학대 방지, 그리고 탈핵활동 등 여러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일정들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원천(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이하 최)=현재 크게 하는 일은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의 교육 사업이다. 시의회에서 조례 지정을 위한 간담회를 굉장히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교육과 관련된 단체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거기에 같이 참석해 많은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간담회와 같은 활발한 논의 자리가 없어서 아쉬웠던 사람이기 때문에 단체장의 이름을 갖고 참석하면서 의견을 들어보는 게 필요하다 느꼈다. 그런 활동들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활동하는 동안 딱히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또 최근에는 울산의 어린이집 기관 아동학대 뉴스가 난무하는 상황인데, 속을 조금 들여다보니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다. 이대로 두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이 더 악화되고 반복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아동학대)은 사실 이제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외면해왔기 때문에 반복되는 문제였다고 본다. 그래서 내 힘을 좀 더 보태면 그나마 나아지지 않을까도 생각했고 이런 알 수 없는 정의감이 마음속 깊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것들이 아마 내가 활동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좋지 않은 상황을 봤을 때 참을 수 없는 정의감이 생긴다는 뜻인 것 같다. 아동학대 논란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정치하는 엄마들 울산모임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어떤 얘기들이 있었는지?
 

최=가장 이슈가 된 동구 어린이집 아동 사건의 경우 피해아동의 부모님이 울산저널의 아동학대에 대한 칼럼을 보고 내게 연락을 주게 됐다. 이전에는 북구 어린이집 피해자들의 문의도 있었고 해서 서울에 있는 활동하는 분들(정치하는 엄마들)이 내려오게 돼 다 같이 만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처음 있는 자리라 바로 대책 마련은 할 수는 없었고 피해아동의 얘기들과 간략한 사건개요, 진행과정 등 각자가 생각하는 대책 마련과 필요한 부분들 위주로 얘기를 나눴다.
 

아동학대 문제는 법적인 부분도 연결돼 있어서 법률 자문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많은 분들이 아동학대와 관련해 법을 잘 알지 못했는데 사실 그 법을 살펴본다는 것이 아이를 키우며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참 힘든 일인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 분들이 정신적인 피해 뿐 아니라 금전적 피해도 계속 입고 있으니까 안타깝기도 했고. 그래서 말씀을 드렸더니 정치하는 엄마들에도 법률팀이 있었고 업무차 울산으로 오게 돼 함께 고민을 담아봤다. 그 자리에서는 앞으로의 대책을 같이 세워보자는 결의를 다졌다.
 

단톡방에서 서로 모르는 부분들을 공유하고 연대하고 있다. 앞전에 인천 라면형제 화제가 일어났을 때 그 지역에서는 정치하는 엄마들을 보고 자극을 받아 학부모교육네트워크가 결성되기도 했다. 이번에 아동학대의 부조리를 절감하신 부모님들이 이런 연대를 이어나가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지속적인 운동을 해줬으면 좋겠다.

차별 느끼지 않게 교육복지 제공해야

이=이번에 연대모임 네트워크가 잘 결성돼서 앞으로 울산에서는 더 이상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시대가 지속되면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실제 주변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말들이 들리는지? 또 이런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최=교육 불평등이 큰 문제 중 하나인데 어느 한 가지로는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라서 쉽게 답을 내긴 어려운 것이다. 교육 불평등이 코로나19 사태에 접어들면서 하나의 이슈처럼 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교육 불평등은 있었고 OECD 국가 중 특별히 한국이 심하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수면 위로 더욱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심각해져서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나타난 상황이기에 불평등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예전에도 아이들이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런 일이 있었지만 외면했다. 지금은 그런 불평등 여파가 사회 전반적으로 크게 미치니까 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코로나19로 인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 예를 들어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여건이 각각 다를 텐데?
 

최=핸드폰 하나 있다고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온라인 수업을 들을 처지가 안 되는 환경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물론 학생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이 지원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게끔 기본소득과 같이 교육복지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발맞춰 지자체, 시의회가 우리 시가 당면한 문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교육 불평등은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은 얼마만큼 예산을 투입하고 관심을 갖느냐의 문제라고 보는데 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교육청이 해야지 라는 마인드가 아직까지 있는 거 같다. 이는 오래 되고 낡은 생각이라고 본다.

 

▲ 정치하는 엄마들은 최근 울산의 어린이집 아동학대문제,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문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돌봄 공백 해법 ‘어린이식당’

이=울산의 돌봄 공백은 어느 정도인지, 또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좋은 방법들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최=돌봄 해결 방식은 다양한 것 같다. 큰 학교의 돌봄의 경우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다고 지역 센터로 가지 않는다. (지역센터의 이미지가 저소득층의 이미지로 돼 있기 때문에) 학원 또는 개인적으로 사람을 채용해서 돌봄을 채운다든지 하고 있다. 운이 좋아서 학교 돌봄이 된다고 하면 학교 돌봄 쪽으로 보낸다. 하지만 부모가 출근한 후 아이가 등교하는 사이의 시간, 학교 돌봄을 마치고 나서 부모가 퇴근하기 전 그 사이의 시간 등에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 교육열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학원으로 해결하려 하는데 우리나라 초등 저학년의 돌봄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맞물려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본다. 정상적이고 좋은 방법(예를 들어, 억지로 학원을 보내는 방법)은 아닌데 대안이 없으니까 각 가정마다 여러 방법들을 만들어 그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은 ‘어린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돌봄 어린이식당은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한데 돌봄을 하면서 아이들이 식사 해결이 안 되는데 이는 아이들의 영향 불균형, 성인이 됐을 때는 건강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얘기들을 개인 SNS를 통해 계속 전달하고 있는데 문제는 급식지원비 카드를 주면 아이들이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걸 느끼지 않게 하는 곳이 편의점이기에 아이들이 편의점을 많이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편의점 음식들을 자꾸 먹게 되면 건강에도 좋진 않기에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마침 돌봄 어린이식당과 관련 부산의 사례가 있었고 아이들 밥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제공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부산의 사회복지관 돌봄 식당의 예를 여기저기 많이 알리는 중이다. 작은 도서관 차원에서도 고민을 했고 지원만 된다면 향후 어린이식당을 해볼 생각도 있다. 전주시의 경우 시 차원에서도 하고 또 복지관에서도 하는데 이 문제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울산에도 공익활동 지원센터를

이=지난 10월 30일 울산시의회에서는 손종학 부의장 주관으로 울산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익활동 증진 및 지원 조례 제정 간담회가 열렸다. 울산에는 그동안 공익활동 지원센터가 없었는데 이로 인한 애로점이 있었는지, 또 센터가 설치되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최=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이 조례의 특징은 위원회를 만들고 센터를 설치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공익활동 증진 조례는 이전에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조례의 혜택을 받는 단체들이 한정적이었다. 울산만 해도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는데 조례의 확장성도 좀 떨어졌다. 센터를 설립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았는데 이번엔 담겨 있어서 이 조례가 정말 반가웠다. 서울의 경우 ‘여성프라자’를 보면서 그 안에서 시민단체들이 활동할 때 강연 장소, 개인 사무 공간 등이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 센터가 없는 열악한 지역의 경우는 활동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최소한 활동가들을 양성할 수 있고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센터인 것 같다. 대구, 부산도 있듯이 타 지역에서는 잘 활용하고 있는데 울산에는 없어서 센터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치 있는 일이어서 마음은 있는데 선뜻 뛰어들 수는 없는 일이 활동가 일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공익활동지원센터다.
 

이=비영리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또 최근엔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최=상반기에는 고래생테체험관에서 고래가 폐사하면서 핫핑크돌핀스라는 환경단체가 울산에 내려왔고 그에 관련해 여러 단체가 연대해서 기자회견을 했다. 또 최근 직접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건 앞에 언급했듯 울산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으로 비정규직이 많다.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 비정규 나눠서 차별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나는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 운동에 대해서 지지하는 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상응하는 똑같은 권리를 찾는 것은 기본의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방향도 비정규직의 정규화가 방향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본다.

활자중독자, 활동가, BTS ARMY

이=개인 SNS에 소개란에 보면 활자중독자, 문장수집가, 활동가, flexitarian, BTS ARMY 등 글귀를 봤다. 여러 글귀들이 배열돼 있어 눈길이 갔는데 각 글귀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부탁한다면?
 

최=활자중독자라고 얘기한 건 내가 어떤 책을 접하지 못했을 때 불안감과 갈구하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서다. 바쁘거나 여러 가지 문제로 책을 못 읽게 되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드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문장수집가는 이전 독서 모임에서도 책을 한 권 읽고 기록하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지나고 나서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그 책의 중요한 글귀를 조금이라도 남겨놓으면 그 책을 비로소 읽었다는 느낌이 들더라. 활동가는 지금 현재의 내 직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flexitarian. 완전 비건은 아니지만 늘 채식을 하려고 마음속에 새겨 놓으려고 한다. 내 개인적 건강, 그리고 사회적 가치, 기후위기까지 연결되는 일이라서 중요한 단어 같다. BTS ARMY는 딸이 방탄소년단 팬클럽인데 그 팬클럽 이름이다. 이 팬클럽이 연대감이 정말 깊더라. 딸이 사춘기가 되면서 공통관심사가 줄었는데 BTS ARMY는 딸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됐다. 공연을 보려 예약도 했는데 1분 만에 표가 매진됐더라.
 

이=이렇게 사회 각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최초의 계기가 있다면? 또 현재 울산의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울산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간략히 얘기한다면?
 

최=부모교육협동조합 사무국장으로 일했을 때 그때 이사장님이 노옥희 교육감님이었다. 당시 교육감님이 이 일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지 못했던 상황에 내가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했다. 또 교육 관련 일이기도 해서 활동가로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 전에 비리문제로 인해 교육수장이 낙마했던 상황이었고 이에 울산교육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선거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지했던 교육수장이 당선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은 큰 희열을 느끼는 일이었다. 그 에너지를 모아서 당선까지 이뤄냈던 폭발감이 굉장히 컸다. 이런 에너지를 이어가면 다른 것도 변화시킬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교육 관련해 부모로서 단순히 교육을 소개하고 기존의 체계에 아이를 넣는 게 아니라 이게 잘못됐다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일원이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바꿔야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하다 보니 그 희열이 굉장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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