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강간문화 허용"...'법원 리얼돌 수입 허가'에 여성단체 반발

  • “강간문화 허용”…‘법원 리얼돌 수입 허가’에 여성단체 반발
법원 “사람 존엄성 해친다고 보기 힘들어” 허용
여성계 “여성을 유희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아”
성인용품 전문 유통회사 A사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성인용품 수입 판매사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A사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법원이 성인용 여성 전신 인형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것을 두고 여성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계는 리얼돌 수입이 남성의 권위주의를 공고히 하고, 나아가 ‘강간 문화’를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여성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강미정 공동대표는 2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강간 문화를 허용하는 판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입장을 전했다. 강 대표는 “리얼돌을 허용함으로써 아이들이 여성을 유희의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 사상에 기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여성의 입장에서 얼마나 위해가 되는 행위인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여성 실물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갖고 성적 욕구 해소의 도구로 삼는 것에 여성은 성적 혐오감을 느낀다”며 “성적 혐오감을 주는 풍속을 해치고 젠더 윤리를 해치는 것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원고 승소 판결은 성평등 관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여성의 존엄성보다 상업적 욕망의 도구라는 인식이 앞서 있다. 이에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의 윤지영 연구전임교수도 2019년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과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판 논문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을 통해 리얼돌을 생산 판매, 이용하는 일련의 행위를 비판했다.

당시 윤 교수는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동적이며 언제든 침해 가능한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 의지”라며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 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 논의의 대상이 될만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한쪽 방향으로 문제를 접근하는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거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성인용품 수입 판매사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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