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움직이는 과녁' 가족 정책...“‘다양한 가족’ 사회가 모두 끌어안겠다”
'움직이는 과녁’ 가족 정책…“‘다양한 가족’ 사회가 모두 끌어안겠다”
- 전아름 기자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마련을 위한 공청회 열려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늘어나는 1인 가구, 가족 중심 문화가 아닌 가족 구성원 개인의 권리가 높아지는 등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정부가 '모든 가족'과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를 정책 기조로 설정하고, 이 관점을 중심으로 제도와 문화를 개선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는 26일 오후 2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유튜브 채널에서 공청회를 열어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사회 각 분야의 의견을 들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 발표는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발표 이후 토론은 김혜영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김수정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정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 1부장, 황정미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차해영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참여분과 정책지원팀장, 김민아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 가족의 형태가 차별의 이유 되지 않도록…가족 안에선 ‘평등’ 강조
앞서 여성가족부는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이후, 5년마다 가족 내에서의 평등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향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 행복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해 왔다.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은 '가족 다양성 인정,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목표로 4개 영역을 나누어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응하는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1인 가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되던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가 감소했으며, 집단으로의 가족보다, 가족 구성원 개인의 권리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또, 가족의 돌봄과 부양기능은 약화했는데, 가족 내 성 역할과 가족의례 및 문화 등을 둘러싼 젠더·세대 갈등은 지속하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수립안을 통해 우선 ▲가족의 다양성을 반영해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한부모 등 핵심 지원대상에 대한 지원은 지속 강화하되, 정책 패러다임을 '욕구가 있는 모든 가족지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돌봄 등 가족 내 역할에 세대와 성별 간 위계 구조 없이 평등한 가족관계 구현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며, 남녀 모두의 '일하고 돌볼 권리 균형'을 중시하는 성 평등 관점의 정책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법률혼·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가족 관련법의 가족 정의 규정을 개정하고,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의 '출생통보제' 도입, 자녀의 성(姓) 결정방식을 부성(父姓) 우선에서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가족 구성의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어떤 가족 유형이든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계·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특히 아동 양육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촉발된 돌봄 문제를 해소하고자 감염병이나 재난 및 재해 시 돌봄 공백에 대응할 수 있는 긴급돌봄 지원체계 구축 및 아이 돌봄서비스 등 안전한 가정 돌봄을 위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으며, 마을 단위 자녀 돌봄 인프라와 서비스를 확대하고, 1인 가구 등 다양한 돌봄 수요에 대응하는 지역공동체 중심의 일상돌봄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노인요양시설 등 공적 돌봄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돌봄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가족 돌봄 지원 등을 통해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남녀 모두의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한 일·생활 균형 지원 제도를 강화하고, 성 평등한 돌봄 문화 정착 및 가족과 돌봄에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조성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
◇ “그런데 왜 아직도 ‘여성가족부’인가?…가족의 모든 일이 여성의 일 아닌데”
발표 이후 토론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변화하는 가족의 역할과 그 개념을 정책적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총평하면서도 ▲여전히 가족의 기능을 '돌봄'에 집중하고, 3차까지 언급되던 '관계'에 대한 측면이 드러나지 않은 점 ▲육아휴직 제도 개선 방안이 지적된 문제와 부합하지 않는 점 ▲가족친화기업 인증 제도에 대한 제고가 깊게 이뤄지지 않은 점 ▲다소 거시적인 담론이 어떻게 국민의 생활로 들어올 수 있을지 모호하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특히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여성가족부' 라는 부처 이름을 언급하며 "여성과 가족을 분리하지 못하는 기존의 관점이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에서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을 무조건 가족 안에 둘 수 없고, 가족의 모든 일이 여성의 일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어 김정덕 공동대표는 "성 평등 이슈는 국가 대통령 직속으로 성평등위원회를 둬서 전 부처를 상대로 가져가야 할 기조로 보고, 여성가족부란 명칭은 가족 중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제대로 정책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아동을 중심에 놓고 ‘아동청소년가족부’나 ‘아동청소년부’로 이름을 바꾸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오영나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우선 "지난 3차 기본계획에서 미혼모가 정책적 혜택을 많이 받았다. 국민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그 점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최근 출생 후 8년 동안 아이의 출생신고를 미루다 결국 엄마가 딸을 살해한 사건을 언급하며 "태어났는데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이 전국에 1만 명은 될 것이다. 가장 많은 사례가 최근 뉴스에 보도된 8살 딸 살해 사건처럼, 법적으론 정리되지 않았어도, 사실상 이혼상태에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를 출생신고할 경우 아이의 아빠가 헤어진 전 남편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언급했다.
오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우고 싶고, 출생 신고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는 미혼부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발표와 토론이 끝난 후 김민아 여성가족부 과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며 정확한 가족 실태조사가 요원했다"며 "공청회를 발표 시점보다 일찍 잡은 이유는, 공청회를 형식적 통과의례로 삼는 것 아니라, 공청회의 의견을 최대한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함께 논의하고자 하는 충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아 과장은 아울러 "국민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며 적극적인 대안이 모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가족 다양성 증가를 반영하여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라며,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적 가족 서비스를 확대하고, 남녀 모두의 일하고 돌볼 권리 보장을 위한 성평등 관점의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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