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주노동자 고(故) 눈 속헹님의 명복을 빕니다 피눈물로 자란 농산물 먹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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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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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일시 |
2021. 2. 3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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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
사무국 |
010-2540-0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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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 활동가 |
010-9995-5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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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일시 |
2021. 2. 3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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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고(故) 눈 속헹님의 명복을 빕니다 피눈물로 자란 농산물 먹지 않겠습니다! |
농촌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은 상상 밖이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월 1일 포천 일대 채소재배농장을 방문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현장의 실상을 보기 위해서다. 포천 이주노동자 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 이주노동자 인권운동가인 그는 지난 12월 20일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 눈 속헹 님이 영하 20도의 한파 가운데, 난방이 들어오지 않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속절없이 생을 마감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정치하는엄마들 역시 눈 속헹 님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 1월 25일부터 포천 일대 주요 도로에 현수막 10개를 내걸었다.
‘이주노동자 고(故) 눈 속헹 님의 명복을 빕니다. 피눈물로 자란 농산물을 먹지 않겠습니다.’
사시사철 무더운 나라에서 온 그가 일손이 부족한 한국 농장에 고용되어 삶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다가 추위 속에 생을 마감한 사실은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장을 보며 골랐던 싱싱하고 값싼 채소 뒤에 이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피눈물이 있다는 사실이 엄중하게 다가왔다. 동물착취 및 기후변화 문제 대응으로 채식을 대안으로 여기기도 하고, 양육자이자 가사노동자로서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식생활에 필수인 농산물은 노동자의 수고로 재배되고 수확되어 우리 식탁에 오른다. 당연히 농산물을 가꾸고 키우는 노동자의 삶이 농산물에 녹아 있다. 더 이상 피눈물로 자란 농산물을 먹지 않겠다는 것은 내 밥상 위에서 인권을 실현하겠다는 구체적 다짐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길을 찾게 위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은 포천 농장지대를 방문한 것이다.
포천 시내에서 차로 5~10분 거리에서 마주한 비닐하우스 단지들의 외관은,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차 안에서 보았던 흔한 농촌의 풍경이었다.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 안의 노동은 본 적이 없다. 비닐하우스는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일터이자 숙소였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농·어업 외국인노동자 주거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9∼11월 국내 이주노동자의 약 70%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나 조립식 건축물 등에서 지내고 있다고 응답했다. 줄지어선 비닐하우스 끝에 어김없이 있는 검은색 비닐하우스가 노동자의 숙소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첫 번째 방문한 농장은 50여개의 비닐하우스를 이주노동자 3명이 관리하고 있었다. 문만 열면 일터이고 과중한 작업량에 휴식시간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였다. 그곳에서 만난 베트남 노동자는 하루 11~12시간 일하고, 2021년 1월에는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한다.
포천 일대에서 가장 열악한 숙소로 안내 받은 비닐하우스 내부 환경은 열악함을 넘어 참혹했다. 내부는 환기, 냉난방, 채광 등 기본적인 모든 것이 부족해 마치 움막 같았다. 그 안에 살고 계신 노동자분에겐 너무도 죄송한 표현이지만,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곳이었다. 수도관은 얼어 물이 나오지 않았고 휴지통에 모아둔 음식물 쓰레기도 얼어 있었다. 그 옆으로 가스통이 불안하게 세워져 있었다. 컨테이너도 아닌 마감도 안 된 콘크리트 벽돌집이었다. 비닐하우스 외벽의 시커먼 차광막은 찢긴 채 바람에 휘날렸다.
고용주들은 이런 곳을 제공하면서 월 15만원의 기숙사비까지 받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숙소 옆에 놓인 간이화장실은 문도 제대로 잠기지 않는 듯했다. 그나마 간이화장실 제공은 나은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농장은 커다란 고무 대야 위에 널빤지를 몇 장 깔고 차광막을 둘러 화장실이랍시고 제공했다. 여성 노동자 두 명이 사용하는 대야 화장실은 농로 바로 옆에 불안하게 서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재배하는 싱싱하고 푸른 얼갈이, 열무, 시금치, 깻잎과는 상반되게 그들의 노동 및 주거환경은 상식 밖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외면했다. 마지막 방문 농장에서 20대의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다. 한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면서 고국 캄보디아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는 여성 청년이다. 이주노동자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함을 일깨워야 한다. ‘아줌마, OO엄마’라는 이름으로 여성양육자의 권리와 인권이 침해 당하듯, 그들의 이름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직접 확인한 불법 기숙사의 고용주들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노동청 및 지자체에 신고할 예정이다. 이들 기숙사는 건축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로서 화재에 취약하고, 전기설비 등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적절한 냉난방을 제공하지 않았고, 실내 화장실 역시 제공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5조(기숙사의 구조와 설비)의 기준을 다중 위반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5조 개정으로 비닐하우스 숙소 자체를 불법화하고,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이주노동자 주거권을 특별히 보장하는 법제도를 만들도록 촉구할 것이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입국한 뒤 사업장을 옮기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고용주의 승인 없이 이주노동자의 이직은 불가능하다. 고용주가 마음먹기에 따라 즉각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거나 본국으로 돌려보내진다. 이주노동자의 운명이 고용주 손에 달린 셈이다. 고용주의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부당 노동이나 임금 체불, 성추행, 열악한 숙소 제공 등의 횡포를 당해도 이주노동자는 항의하지 못하고 고용주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에 동참할 것이다.
열악한 건 돌아가신 눈 속헹님의 숙소만이 아니었다. 불법 기숙사는 포천 농장 지대에 만연해 있었다. 즉 언제든지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많은 희생자가 있었지만, 단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피눈물로 자란 농산물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제껏 내가 먹는 농산물이 누군가의 노동권, 주거권, 인권을 짓밟고 자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눈 속헹님의 죽음으로 뼈 아픈 현실에 눈을 떴고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이주노동자의 처참한 주거 실태를 묵과해 온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에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소박한 밥상이 인간다움을 회복할 때까지 끊임없이 행동할 것이다.
2021년 2월 3일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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