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CCTV를 보는 엄마의 슬픔
[시선2035] CCTV를 보는 엄마의 슬픔
아직도 엄마의 마음을 모른다고 느낄 때가 있다. 지난 15일 장애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인천 국공립어린이집 교사 두 명이 구속영장심사를 받았다. 피해 아동 어머니 5명은 법원 입구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 법원에선 시위를 할 수 없지만, 교사를 볼 어머니들이 비난을 쏟아낼 것이라 생각했다. 휴대폰을 들어 현장을 담으려 했다. 그런데, 호송차에서 내린 교사를 본 어머니들이 흐느껴 우는 것 아닌가. 삿대질도, 거친 욕설 한마디도 없었다.
이제 막 서른이 된 어머니부터 사십 대 중반에 들어선 어머니까지 똑같았다. 한 장애아동 어머니는 “맞은 내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미안해서 울음이 터졌다”고 했다. 교사들이 법원 안으로 들어가자 이들은 서로의 어깨를 오랜 시간 두드렸다. 사실, 내 아이를 학대한 가해자를 다시 보고 싶은 부모는 없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법원에 나와야만 언론과 경찰, 검찰과 법원이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곳곳의 거리에서 피켓을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학대 피해 아동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아동학대 사건을 취재할 때마다 공식 같은 것을 마주하게 된다. 한 아이의 엄마가 피해를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CCTV를 본다. 다른 아이들에 대한 학대도 발견된다. 엄마들이 연대하기 시작하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정부 기관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언론에 제보하고, 내 아이들의 학대 장면이 담긴 CCTV가 전국에 보도된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다. 곳곳에서 “도와드릴 것이 없느냐”는 연락이 온다.
아동학대 피해 부모들과 연대하는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피해 부모들이 학대 장면이 담긴 CCTV를 언론에서 보는 건 스스로에 대한 엄청난 2차 가해”라고 했다. 장 활동가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아동 학대 사건은 언론에 알리지 않으면 잘 해결이 안된다”고 답답해했다. 아동학대 피해자를 대리하는 오선희 변호사는 “언론 보도가 괴로울 것이라 경고해도 피해자들은 제보부터 생각한다”고 했다. 내 아이의 학대가 담긴 CCTV를 보는 슬픔을 감수하더라도, 사건이 묻히는 것보단 낫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 수사관과 검사들은 “언론에 보도된 사건에 더 집중하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고 했다.
피해자가 나서기 전에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일까. 왜 부모가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CCTV를 방송에서 봐야하는 걸까. 엄마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들어주는 이들은 어디에 있나. 스스로에 대한 2차 가해 없이도 학대 교사들은 응당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동학대 피해 부모들은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기자님, 이 CCTV는 보도되지 않았는데 어떠세요?”
박태인 JTBC 기동이슈팀 기자
[출처: 중앙일보] [시선2035] CCTV를 보는 엄마의 슬픔
- 2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