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성 소수자인 것이 차별과 혐오의 이유여서는 안 돼 (지병수활동가)
성 소수자인 것이 차별과 혐오의 이유여서는 안 돼
- 기자명 지병수 조합원 조합원(정의당 부천시갑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 성 소수자가 살아내기 힘든 대한민국
-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 이분법, 성별 고정관념과 이성애 중심주의’의 비극
- 인권의 원칙, 일상생활 전반에 보장되려면 ‘차별금지법’ 조속히 제정해야!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故 김기홍 님이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故 변희수 육군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 이번 사건은 ‘성 소수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는 과연 성 소수자를 동등하게 대하고 있는 것일까?
차별과 혐오에 쓰러져 가는 성 소수자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 소수자 10명 중 9명이 혐오 표현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9일 인권위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같은 기간 SNS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언론(87.3%), 드라마·영화 등 영상매체(76.1%)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과 표현 등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한민국은 성 소수자에게 살아가기 힘든 나라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86%는 법적 성별 정정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성별 정정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는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드는 비용(58.9%), 복잡한 법적 성별 정정 절차(40.0%),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따른 건강상 부담(29.5%)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직장 분야에서의 실태는 성별 정정의 장벽을 더 높이고 있다. 의료적 조치, 성별 정정 등의 절차에는 비용이 필요하다. 그 비용은 일하면서 마련해야 한다. 특히 노동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에게 비 성 소수자보다 더 절실한 문제다.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언어 및 신체적 폭력과 경제적 지원 중단 등으로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전에 당장 지금의 삶을 살아내기도 버거운 현실이다.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故 김기홍 님은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사직을 요구받았고, 커밍아웃 후에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라는 혐오와 늘 마주해야 했다. 故 변희수 하사는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 직업군인의 삶을 살았다. 성별 정정 후에도 군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군인의 신분과 생존권,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했다.
가족구성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과 남성의 결합만을 결혼으로 인정하는 관습과 법원의 판례로 동성 커플은 혼인신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혼이 인정되지 않으니 주택청약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신청조차 할 수 없다. 결국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가 성 소수자를 전통적인 ‘음양의 조화’에 어긋나는 존재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의 원칙, 우리에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누구나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현실에서 성 소수자의 삶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평등하다”라는 인권의 원칙은 일상생활 전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이 인권의 원칙이 일상 전반에 보장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역할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야말로 성 소수자를 향한 혐오 대잔치로 전락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예비후보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편견을 고착시키고, ‘동성애축제’라는 표현으로 동성애 이외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부천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2019년 6월 25일, 부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20명이 의원총회를 통해 문화 다양성 조례를 자진 상정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그 해, 부천시 인권조례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으나, 1년여 시간이 흐른 작년 9월에야 겨우 제정됐다. 그마저도 제정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폐지 청구 요청이 접수됐다.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성 소수자의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겪으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차별에 대한 인식이다. ‘이것은 차별이다.’라고 호명하기 시작하면서 국민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제 시대의 요구는 명확해졌다. 국제사회가 우리 정부에 오랫동안 권고해왔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88.5%의 국민이 찬성했다. 코로나 시대에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마스크와 같이 차별과 혐오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안전한 공동체로 살아가게 해주는 법안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나중에 하자는 얘기는 그만할 때이다.
출처: http://www.kon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1119&fbclid=IwAR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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