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직업병 피해자의 아이들을 모델로 한 그림책
직업병 피해자의 아이들을 모델로 한 그림책
[함께 읽었어요] 대만 산재노동자 가족의 아픔을 담은 '엄마, 달려요'
"나는 아빠를 보았어요. 병원 침대에 누운 아빠는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어요. 엄마는 아빠가 다시 깨어나지 못한다고 했어요."
읽는 이도 듣는 이도 첫문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울먹인다. 이 책은 대만 산재피해자협회에서 만들고, 반올림에서 소개해서 시금치출판사에서 작년 11월에 출간했다. 대만 산재피해자협회는 반올림처럼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산재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피해자들의 지원하는 단체이다. 반올림과 오랫동안 교류해오고 있다.
▲ <엄마,달려요> 산재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 | |
ⓒ 반올림 |
책은 대만 RCA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의 아이들을 모델로 그렸다. 산재로 인해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커서 슬픔과 외로움 무서움을 표현했다. 그림작가와 글작가들이 함께하고, 시민들이 돈을 모아 책을 냈다. 대만의 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추천했고, 함께 읽었다. 책 출판 자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이었다.
삼성 LCD 뇌종양 피해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간다.
"밥을 먹을 때면 엄마는 한 입도 먹지 않았어요."
"엄마방은 엄청나게 어두워요. 크고 시커먼 먹구름이 엄마를 집어삼켰나봐요."
늘 산재 피해자 곁에 선 노무사가 이들의 어둠에 백분 공감하며 읽어나간다. 만 2살 반 아이를 둔 엄마가 "엄마가 해주던 밥 냄새예요" 부분을 읽으며 '엄마'라는 단어에 힘을 준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혜경씨를 늘 걱정하는 어머니는 낭독 부분에서도 자식을 걱정한다. 대만 산재 소송을 번역해온 대만 활동가가 중국어로 낭독한다.
"엄마, 우리 다시 달려요! 밝은 곳을 향해서요"
아이의 슬픔과 외로움이 생생히 담겨
정치하는 엄마들 권은숙 활동가 :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빠를 잃는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내용이네요. 첫 페이지부터 슬퍼서 눈물이 났어요."
희정 기록노동자 : "사건을 삶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에겐 집 분위기가 이렇구나 싶어요. 그림체는 분명 예쁜데 적막함을 느꼈어요."
산재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 회원 김도현 : "저는 공사 현장에서 동생을 잃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안전모가 눈에 보이더라구요. '엄마 달려요'라는 희망찬 부분에서도 저는 고층빌딩이 뒷배경이 눈에 들어와요. 오늘 몇 명이나 죽을까. 이런 걱정이 들어요."
삼성 LCD 뇌종양 산재노동자 한혜경 : "저는요. 이 책을 보면서 기업이 아버지만 죽게 한 게 아니라 한 가정을 망가뜨린 것 같아요. 집 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 "아빠를 백혈병으로 잃은 아이가 실어증에 걸린 경우가 있었어요. 엄마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이는 엄마가 감추려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먹구름을 본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책을 건네드렸는데 이런 책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반올림 활동가 권영은 : "그림책에서 아이 곁에 늘 함께하는 고양이의 마음으로 이 책을 선물하고싶었는데, 피해자 분들에게 이 책을 선뜻 전하기 힘들더라구요. 가족을 잃은 아이 곁에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어주는 마음으로 주변에서 많이 읽고 공감해주길 바라요."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 오은선 : "소시민으로 대단한 일을 할 순 없지만, 공유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중국어 통번역 활동가 왕야팡 :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님을 인터뷰할 때 산재로 자식을 잃어 커다란 상실감에 대해 물어봤어요. 아들이 세상을 떠나 아득해졌는데 지금까지 오면서 어둠속에서도 밝음을 찾는 과정이었대요. 김용균의 빛은 지금의 김미숙 어머니를 달리게 하고 있겠죠."
삼성 LCD 뇌종양 산재피해자 한혜경 어머니 김시녀 : "예전에 용균이 엄마가 혜경이를 안고 우는 거예요 "(김미숙) 미안하다. (한혜경) 제가 미안해요" 무슨 사회가 살아서 미안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야 하는 사회인가요. 아이들의 아픔을 덜 수 있게끔 뭔가를 해야겠다 다짐하게 하는 책 같아요."
중국어 통번역 활동가 왕야팡 : "한국에 그간 산재피해자는 꽤 있었을 텐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알려진 건 있는지, 배경이 궁금해요."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 "산재피해자 노동자와 가족의 아픔을 사회적으로 공감하기 위한 노력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문송면, 원진 레이온 투쟁으로 산재가 세상에 알려지긴 했지만요. 반올림 운동과 김용균 투쟁으로 가족의 아픔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산재피해자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 활동이 생긴 걸 보면 예전보다는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해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된 것 같긴해요."
정치하는 엄마들 권은선 : "정치하는 엄마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 과정에서 아이들의 신발을 전시하였어요."
산재사망노동자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 회원 김도현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의 신발 앞에서 108배를 올리곤 했어요. 앞으로 크는 아이들 위하는 마음에서요."
장혜진 노무사 : "아이가 중간에 '배고프단 말이야, 아빠 있을 때처럼 다 같이 밥 먹고 싶어!'라고 소리를 지르잖아요. 우리 사회가 이 아이의 아픔에 주목한다면 슬프지만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록활동가 희정 :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노동자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삼성이 버린 또하나의 가족> 르포 책을 썼을 때 '너희가 쓰다 버린 노동자가 누군가의 가족이다'는 메시지를 넣었어요. 한편 생각해보면, 가족이 곁에 없는 노동자 중에서도 산재를 당한 이들도 있거든요. 자본주의가 가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들어요."
반올림 활동가 권영은 : "이렇게 마음을 쓰시고 이야기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온라인 책모임을 이렇게 마무리할게요."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27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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