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 저는 엄마들을 배신한 엄마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장하나)

[토요판] 장하나의 엄마정치

④ 임신이 ‘민폐’인 나라

장하나. 두리 엄마, 환경운동연합 권력감시팀장, 전직 국회의원.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사는 건 참으로 이상하고 슬픈 경험입니다. 엄마는 가장 멋진 일인데도 가장 괄시받는 직업이 됐고,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시간과 장소를 빼앗겼습니다. 20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 41억원, 평균 연령 55.5살, 83%가 남성입니다. 우리 정치는 너무 노쇠하고 너무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보고 엄마의 마음으로 길을 내는, 엄마를 위한, 엄마에 의한, 엄마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딸 두리를 출산(2015년 2월11일)하기 6일 전의 장하나 전 의원. 두리 아빠 사진가 점좀빼딸 두리를 출산(2015년 2월11일)하기 6일 전의 장하나 전 의원. 두리 아빠 사진가 점좀빼

2014년 6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저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친정엄마와 시부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잘 알기에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도, 의원실 동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그저 막막한 심정이었죠. 다들 바빠 죽을 지경인데 갑작스런 임신과 출산으로 ‘태업’하게 된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미안했던 겁니다. 아이를 가진 게 미안해야 할 일이라니…. 저는 제 안에서 솟아나는 감정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리가 없었다면 당선됐을까

저는 임기 4년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일하면서 ‘노동인권’ 문제를 꾸준히 다뤄왔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 모두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이었죠. 그런 저마저도 ‘임신은 민폐’라고 느끼다니! 한국 사회 안에서 엄마의 역할과 존재가 얼마나 하찮게 취급받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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