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장애인·아이들 위협하는 ‘젤리 용기’ 손 소독제

프로젝트

장애인·아이들 위협하는 ‘젤리 용기’ 손 소독제

 

비닐 파우치 형태 음료·젤리 용기와 유사
“섭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
파우치 형태 손 소독제. 판매 누리집 갈무리
파우치 형태 손 소독제. 판매 누리집 갈무리

 

7살 딸을 둔 배수민(40)씨는 최근 비닐 파우치 형태의 손 소독제 제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자주 마시는 젤리나 음료 제품과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배씨는 “아이가 용기 모양 때문에 음료인 줄 알고 먹을까 봐 걱정”이라며 “글을 모르는 아이들도 먹으면 안 된다고 알아볼 수 있게 그림 표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손 소독제 사용이 늘면서 비닐 파우치 형태에 담긴 젤리나 음료 제품과 유사한 모양의 손소독제 제품이 시중에서 흔히 판매되고 있다. 대다수 제품이 디자인에만 중점을 둬 손 소독제라는 설명은 한글이나 영어로 작게 적혀있고,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이에 아이들이나 시각·발달장애인 등이 젤리나 음료로 착각해 섭취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소독제를 섭취하면 구토, 복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심하면 발작을 일으키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2일 한국소비자원 위해감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2018년과 2019년 각각 4건이었던 손 소독제 관련 위해 사례 접수 건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69건, 올해 1~3월 11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손 소독제를 시럽·음료·젤리로 오인해 섭취하거나 단순히 삼킨 사고는 지난해 11건, 올해 3건이었다.

 

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둔 배아무개(55)씨는 “평소에도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먹으면 안 되는 걸 모르고 먹어서 병원에 가는 사고가 잦다”며 “특히 평소 먹던 것과 형태가 비슷하면 더 먹으려고 하는데, 항상 옆에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점자 표기가 없는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시각장애인은 용기를 만져보고 어떤 제품인지 짐작할 때가 많은데, 용기 형태가 비슷하면 구분이 어렵다”며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파우치 형태 손 소독제는 약시인 경우에도 알아보기 힘들어 손 소독제라는 표시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손 소독제 용기가 아이스크림 용기와 비슷해 아이들이 착각할 것 같다”, “아이들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규제는 없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경우 지난해 10월 바비·미니언즈·트롤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파우치 형태 손 소독제 6종이 어린이 음료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어 자발적 리콜을 했다고 공지하고, 음식 및 음료와 유사한 용기의 손 소독제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윤혜성 한국소비자원 위해관리팀장은 “오인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이나 용기 등을 판매하는 기업도 책임을 가지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당국과 협업해 지속해서 모니터링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자발적 리콜된 손소독제. FDA누리집 갈무리
미국에서 자발적 리콜된 손소독제. FDA누리집 갈무리
미국에서 자발적 리콜된 손소독제. FDA누리집 갈무리
미국에서 자발적 리콜된 손소독제. FDA누리집 갈무리

 

‘이색 상품’도 안전 사고 우려…명확한 지침 없어

 

 

최근 유통업계가 소비자 재미를 위해 출시한 바둑알 모양의 초콜릿, 구두약 용기에 담긴 초콜릿, 매직펜과 비슷한 모양의 용기에 담긴 음료, 딱풀 모양 사탕 등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유아나 어린이들이 이러한 제품을 즐기다, 비슷하게 생긴 제품을 먹거리로 착각해 섭취하는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규제도 현재 없다. 음식 모양 장난감을 정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인증받으려면 ‘먹지 말라’는 문구를 넣어야 하는 등 현재 식품이 아닌 것을 식품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 때는 품목별로 관련 지침이 일부 있지만, 식품을 식품이 아닌 것과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지침은 없다. 지난 3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식품 관련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식품 등을 생명·신체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 등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윤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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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3532.html#csidxb889551098b4816b40e092ddda2f0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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