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서초구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은 아동학대 사각지대"
"서초구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은 아동학대 사각지대"
[현장]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 미신고 영유아 아동복지시설 학대 사건 고발 사건해결’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2019년에 5월에 생긴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의 아동복지시설. 지난 2년동안 만 2세 미만 영유아 10여 명을 보육해 온 곳이다. 하지만 해당 건물은 주거용 건물이 아닌 사업용 건물로, 미신고시설에서 영유아를 보육한 셈이다.
서○○ 목사와 종사자들은 시설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일도 발생했다. 울음을 터트리는 아동들은 일상적으로 수시간 방안에 감금하거나, ‘악한 영’을 내쫓는다며 아동의 신체 곳곳을 때리며 기도를 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일삼았다. 2020년 6월 해당 시설 내 거주 아동이 질식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조사 등이 진행됐으나, 조사가 심도 있게 진행되지 않아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단법인 두루,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정치하는엄마들이 모여 서울시 종로구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 미신고 영유아 아동복지시설 학대 사건 고발 및 사건 해결을 위한 서초구청-서울시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12일 오전 11시에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 아동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더불어 미신고 영유아 아동복지시설을 고발하고 탈시설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이윤경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센터장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족이 궁금하겠지만, 그들을 찾는 과정을 주의해 달라. 이미 이 피해로 힘들어 하고 있고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국제아동인권센터 등은 지난 10일 서초구청 측에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 미신고 영유아 아동복지시설의 만행에 대해 신고를 했으며, 서초구청은 신고 당일 폐쇄 조치를 했다.
◇ 종교라는 이유로,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묵인”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아동학대 사건이 아니다. 아동학대의 문제를 넘어서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최초로 지적하는 사건이다. 마한얼 사단법인두루 변호사는 “아동보호의 1차적 목적은 가정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역할을 못한다면 국가가 해야 하는 것이다. 미혼한부모가 경제적 자립을 목적으로 양육위탁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동복지시설”이라고 말하며 미신고시설이 왜 위험한지 설명했다.
해당 시설에 관해서 “해당 시설 대표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를 위탁하는 비영리시설이라고 했다. 아동은 베이비박스를 통해 소개받기도 했으며 후원과 봉사자도 모집했다. 그러나 이곳은 미신고시설이기에 시설 종사자나 봉사자들을 교육하거나 경력조회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은 아동인권의 사각지대다. 마한얼 변호사는 “미신고 아동복지시설과 베이비박스를 함께 검토해야 된다”며 “베이비박스 역시 아동을 유기하는 결과가 되며,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이들은 미신고 시설로 인계되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황혜신 연구활동가는 제보자들의 발언을 낭독했다. 제보자들은 “이곳에서 아동은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된채 강제 수유, 엎드려서 재우기, 우는 아동 협박, 언어폭력, 신체폭력, 성희롱 등이 있었지만 문제없이 시설을 운영했다”며 “아동의 특성 공부를 권유했지만 묵인당했고 학대 행위는 심화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해당 시설 거주 아이가 두명이나 죽었고 외면당했다. 수많은 아동들이 죽을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관심부족과 예산부족으로 이번 사건이 무마되지 않길 바란다. 미신고 시설은 모두 폐쇄되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경찰들은 아동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서 학대당한 아동을 구해야 한다”고 외쳤다.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에 관해서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어쩔수 없이 가게 되는 곳이 미신고시설이다. 2005년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수경사라는 소규모 사찰에서도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했고 아동학대 정황이 있었지만,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무마됐다. 16년이 지났는데 왜 세상은 바뀐 것이 없나”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또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장애인이나 아동을 보호한다는 미명으로 후원금을 모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아동학대 사건엔 경찰과 의사 함께 동행해야
그렇다면 피해 아동들은 어떤 조치가 처해졌을까? 그리고 해당 아동들에겐 어떤 치료가 필요한 것일까.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피해아동들에게 즉각적 의료지원이 필요하다”며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없다고 건강이 좋은게 아니다.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경우 의료지원이나 적절한 상담치료를 받지 못해서 36개월 아이가 소아 우울증을 앓거나 성장한 뒤 폭력 성향이나 발달 지연을 겪기도 한다”고 정밀한 진단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서 “교통사고 시 사상자가 거리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사건 조사하지 않는다. 아동학대 사건 발생시 현장에서 즉각진단이 필요하다. 미국은 아동학대 조사에 의사가 함께 출동한다”며 “반면 한국의 모든 아동학대사건은 아동이 치료하고 회복하는데 전문적인 인력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유리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활동가는 “한부모의 경우 영유아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고서는 키울 수 없고, 입양기관은 2살이 넘으면 아이를 거절한다”며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찌만 가정위탁을 못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기 위한 지원을 받기 위해 구걸해야 했고, 최후에는 미신고 아동보호시설로 향할 수 밖에 없다.
박유리 활동가는 “생명의샘 교회 미신고 영유아 아동복지시설에서는 아기가 사망해서 경찰이 시설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임을 알았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다른 미신고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이뤄지지 않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초구청 “해당 시설 즉각폐쇄, 아동 보호 최선을 다하겠다”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 학대와 불법 정황은 ▲상습적 영유아 폭언·폭행 등의 학대 ▲만 2세 미만 영유아 운다는 이유로 혼자 방에 감금 ▲우는 영유아 ‘악한 영’을 핑계로 때리며 기도 ▲치료가 필요한 아동 방치 ▲영양 불균형한 식사 제공과 부적절한 거주공간에서 양육 ▲비상식적 보육 방식 ▲상습적 영유아 성희롱 ▲불법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운영 및 후원 모집 ▲코로나19 시기 방역지침 미준수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사건 해결을 위한 서초구청과 정부에게 ▲미신고시설 내 학대피해아동 신속 안전 구조하고 지원 ▲서초구와 서울시, 수사기관은 가해자가 엄단할 수 있도록 시설 내 아동학대와 불법운영에 대해 철저히 수사 ▲서초구와 서울시는 진상 조사 과정에서 영유아, 공익제보자들과 조사에 협조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 ▲생명의샘교회 불법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즉각 폐쇄 ▲전국의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현황 파악과 시설 내 아동 긴급 구조 ▲원가정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동에게 시설 수용이 아닌 아동 최선의 이익이 고려된 권리로서의 보호 제공을 위한 대안 양육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1시 서초구청 아동청년 담당자와 시민단체 대표의 미팅이 있었다. 미팅에서 시민단체 대표들은 ‘아이 건강검진, 소아정신과 협업, 부모 상담, 전수 조사’ 등을 요청했다.
서초구청 아동청년과 관계자는 “학부모 상담, 피해아동 건강검진 모두 진행되고 있고 전수 조사도 예정에 있다. 아동학대,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관련해서는 제보가 없으면 안된다.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 쉼터나 아동보호 대응센터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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