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②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②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추종하지 않는 삶

[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②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라디오헤드의 ‘크립’이 흐르던 20대 초반이다. 신은 죽었다! 신은 ‘없다’가 아니라 ‘죽었다’라니 참 시적이다. 나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예나 지금이나 한마디로 ‘록 스피릿’이다.

당시의 나는 내가 늙어 백발이 돼도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칼을 길게 땋고, 낡은 티셔츠 위에 소매를 뜯어낸 청재킷을 걸치고 스탠딩 공연을 보고 있을 거라 상상했다. 하지만 20대 중반도 되기 전에 재즈를 듣기 시작했고 비치보이스, 카펜터스 등 중구난방의 취향에 자유와 풍요로움이 따랐다. 록이 싫어진 게 아니다. 나를 중심으로 음악이 재배치됐고, 록을 추종함이 없이 음악을 향유만 하면 됐다.

차라투스트라는 추종하지 않는 삶을 강변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는 자를 따르지 말고 스스로 그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록 스피릿은 역설적으로 추종자를 양산한다. 저열한 대중을 계몽하기 위해 기꺼이 하산한 차라투스트라의 캐릭터 자체가 시쳇말로 재수 없다. 또 인간이 저열하다는 선입견과 인간적 한계를 극복하라는 미션은 모순적이다. 하나 차라투스트라의 존재감은 프레디 머큐리처럼 매력적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데카르트보다는 니체를 읽는 것 아닌가 싶다.

나의 존재와 삶의 근거를 신에서 찾는 것은 여전히 대세다. 신뿐 아니라 신의 대체재 또한 넘쳐나는 시대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경외심을 갖는 것 말이다. 나는 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신의 추종자도 아니지만 때로 신의 사랑을 만끽할 때가 있다. 요샌 정치적 팬덤이 정치를 맹렬히 퇴보시키고 있다. 로커를 추종하지 말고 내 안의 록 스피릿에 불을 켜자. 차라투스트라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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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242102005&code=960205#csidxfa7a6ed3932e0ab8dc40b92542b92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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