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⑤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 라히마 볼드윈 댄시
함께 크는 부모와 아이
오만했다.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나도 한 마리의 동물이기에 ‘배우지’ 않아도 본능과 경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탯줄이 끊어진 순간 본능 같은 건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조산원에서 자연분만을 하고 갓 태어난 아기를 가슴에 얹어 젖을 찾아가길 기다렸다. 아기는 해냈다. 내겐 없는 본능이 아기에게는 충만했다. 그러나 나는 동굴에 사는 어미가 아니었다. 아기의 비언어적 표현을 읽어내기엔 나의 감각은 이미 40년간 퇴화한 게 분명했다. 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대해 아무도 예고해주지 않았다.
온라인 검색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육아 정보의 태반은 ‘바이럴(자발적 소문) 마케팅’이었지만, 다급한 심정에 결제 버튼을 클릭할 때도 허다하다. ‘이거 발명한 사람 노벨상 줘야 해요’ 이런 문구에 넘어간다. 열댓 번 결제하고, 결코 노벨상감은 아니라는 걸 체득하고 나서야 검색 의존을 멈췄다.
아기가 두 돌이 될 무렵 ‘정치하는엄마들’ 초동 모임이 있었으니, 그때부터 엄마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쓸데없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비유도 과장도 아니었다.
“지금 시대에 새롭게 부모가 된 많은 사람들은 아이의 발달에 관해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확히 그런 상황이다. 아이가 울고 떼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내 안에서 아이를 향한 부적절한 분노가 솟구치기도 한다. 그러면 나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지고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완벽한 육아는 없다. 불완전한 나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누리면 그만이다.
이 책은 자책하는 내게 공감과 위로를 주었고,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해줬다. 덧붙여 어린 딸에게 한글, 영어 등을 가르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사람들에게, 만 6세까지는 지식을 습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지능을 발달시키는 방법이라고 답하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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